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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24. 4. 23.
책은 위험하다 / 박노해 2024. 4. 23.
파묘, 그 중의성... 올해 영화를 딱 두 편밖에 못 봤네. 서울의 봄이랑 파묘. 오컬트류나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파묘는 볼 생각도 안 했는데 언론에서 유명해지니 모친께서 꼭 보고 싶다 하셔서 모시고 가서 관람했다.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직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 그 겹겹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과정에 매혹되었다. 파묘는 단지 묘를 파는 행위가 아니다. 묘를 파면서 과거를 다시 파헤치는 행위다. 그 과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현재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들은 파묘하고 알지 못했던 과거의 지층 속으로 한 발 한 발 걸어들어간다. 그 과거는 식민지 시대와 연결되고, 결코 죽일 수 없는 일본 요괴 오니처럼 우리의 현재에 깊은 어둠을 드리우며 현재를.. 2024. 4. 20.
4.19에 읽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 그리고 학급 공동체 요새 중간고사 준비로 넘 바빠서 오늘이 4.19인 줄도 방금 생각남. 1교시 수업은 걍 지나갔는데, 3교시부터는 한 번 언급해야겠다 싶다. 4.19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등장하는, 대한민국 역사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니까. 잠깐 쉬는 시간에 헌법 전문을 읽으며 많은 생각이 오간다. 이걸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않구나, 하는... 헌법에는 공동체의 이상과 목표가 담겨 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길을 잃은 건 바로 그것인데, 헌법 전문에서 다시금 길을 찾는다.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 고 되어 있다. 헌법 정신에 반하는 사람들은 대체 뭔지... 올해 나의 꿈은 우리 반 28명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다. 그건 교사가 엄격하든 너그럽든 교사가 자기 방식대로 철저히 관리하는 걸로 되는.. 2024. 4. 19.
4월, 봄꽃의 향연 토욜 오전, 셤 문제 내려니 속이 울렁거렸다. 넘 바삐 달려오다가 딱 쉬어야 할 타이밍인데, 할 일이 태산이어서... 이럴 땐 먼저 바람부터 쇠야 한다. 가까운 욱수골로 달려갔다. 덕원고 뒷산 산불초소에서부터 성암산까지 왕복 두 시간 등산... 야산이지만 길섶마다 마주치는 봄꽃의 향연에 내내 황홀했다. 하늘의 별들이 부서져 그 별가루가 지상에 다시 피어난 것 같은 봄날... 자연의 생기로 심장과 허파를 채우고 나니 좀 살 것 같았다. 오후엔 가벼운 마음으로 셤 문제를 냈다. 2024. 4. 14.
펌) 송승훈 쌤님 '소나기' 수업 질문 선생님 페북에서 보고 퍼왔다. 고등학교 문학수업 '소나기' 질문. 재기발랄한 내용이 많아서 다른 작품을 수업할 때도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 ## 소설을 다 읽은 사람은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시골 소년이 서울 소녀에게 매력을 느낀 이유는 무엇인가 소녀의 매력이 드러나는 지점으로 소년의 눈에 들어온 신체 부위는 어느 부분인가 왜 이 부분에서 소년은 소녀에게 매력을 느꼈는가 누가 먼저 연애를 걸었는가 어떤 방식으로 연애를 시도했는가 소녀는 왜 개울가 징검다리에 있었는가 자신 또는 친구들은 어떤 방식으로 연애를 거는가 이들이 연애할 때 간 장소는 어디인가 이 장소에서 무엇을 하며 연애를 하는가 자신 또는 자기 친구들은 연애할 때 어디로 가는가 자신 또는 친구들은 무엇을 하며 연애릉 하는가 연애 장소는 어떤 .. 2024. 4. 7.
오래된 편지 _ 세 번째 독립출판 4년만의 독립출판. 실은 그 사이는 글을 새로 쓰지 못했고, 나와 D가 아주아주 옛날, 이삼십대에 주고받은 편지 200여 통을 모아서 엮어보았다. D 생일선물로 주려고. 분량이 많아서 편집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메일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면 한 줄씩 다 띄어져서 한글파일에 붙기 때문에... 2월에 대강 편집을 다하고 3월 정신없이 보내다가 이제야 정리해서 마무리. 오타는 계속 나온다. 바쁜 일 지나고 한 번 수정해야겠다. 자그마치 451쪽이라서 분량이 많아 그런지 책값이 2만원이 넘는다. 이걸 누가 2만원 넘게 주고 사보겠냐 싶어서 책 만들기에 돈을 하나도 안 들이기로 했다. 표지도 부크크에서 주는 무료 표지. 무료 표지는 날개가 없기 때문에 알라딘 등 인터넷서점에는 입고가 안 되지만, 뭐 살 사람도.. 2024. 4. 7.
수업 팁 _ 시 수업의 시작은 3월 한 달이 어떻게 지나갔는가 모르겠네. 시 수업이 막바지를 향해 간다. 올해는 3차시라 여유가 없는 게 단점. 이제 '별 헤는 밤' 한 작품을 남겨놓고 있는데, 중간고사 범위는 공지되었고 아무래도 보강해야 할 판... 시는 예술이고 우리의 감정, 정서를 촉발하기 위해 존재한다. 우리 마음을 살며시 움직여 무뎌진 일상에서 놓치기 일쑤였던 삶과 세상에 대한 섬세한 감정선을 되찾게 하려고.. 감성을 회복하는 순간 새로운 시각과 지평이 다가온다. 그래서 시는, 문학은, 인간을 회복시키고 치유한다. 시 수업의 시작은 언제나 낭송이다. 느낌이 찾아올 때까지 충분히 낭송해야 한다. 적어도 대여섯 번, 충분히 다같이 낭송한 뒤에 시에 대한 '느낌'을 말하는 데서 감상을 시작한다. '감정 어휘'에서 자신의 느낌을 대.. 2024. 4. 7.
비유 연습.. 국어 과목이란 올해는 비유 연습에서 제시어를 “국어 과목”으로 시작했다. 기특한 답을 모아본다. 물론 힘들고 피곤하다는 답도 간혹 있었으나.. 스맛폰과 소셜미디어, 온갖 자극적인 공세에 맞서려면 이 정도 세뇌는 필요하다 ㅎㅎ 2024. 3. 28.
수업 공개 학기마다 의무적으로 하는 수업 공개... 어쩌다보니 1번으로 했다. 내용 알림 오자마자 신청하니까. 3월에 정신 없어도, 정신 없이 해치우는 게 더 낫더라. 6월 되면 아이들도 뻗고 나도 기운 빠지고... 조금이라도 쌩쌩할 때 끝내는 게 낫더라. 아무 단원이나... 윤동주를 하고 싶었으나 날짜가 '포근한 봄' 공부할 때라 그냥 했다. 수석교사가 한 시간 내내 참관했는데... (사실 20년 이상 경력교사 참관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하지만...) 아무튼 참관록을 직접 써서 보내주셨다. 이렇게 문서로 받아보기도 처음... “제가 생각하는 정말로 행복한 국어수업이었습니다.” 낭송을 다같이 두 번, 희망자 시켜서 두 번 했는데 아이들이 다같이 입 맞춰 고운 소리로 힘차게 시를 읽기만 해도 감동을 주는 세상에 살고 .. 2024. 3. 27.
학교는 이미 무너졌다 단 3주가 지났을 뿐인데, 한 삼 년 지난 기분... 강 하나 건너왔을 뿐인데, 어디 멀리 외진 학교에 온 기분... 소박하고 예쁜 아이들도 많다. 그러나... 너무 '쎈' 애들이 있다, 이 지역엔. 입학식 다음 날인 3월 5일, 아침 자습 시간... 울반 복도를 발소리를 꽝꽝 내며 지나가는 학생이 있길래(A라고 하자) "좀 조용히 가지." 부드럽게 한 마디. A는 세상 껄렁한 목소리로 "선생님이 문 닫고 수업하면 될 거 아니예요?" 공포감이 들 만큼 불량스러운 태도였다. 그 순간 알아차렸다. 2월 연수에서 절대 건드리지 말라던 3학년 모 학생이 그 학생임을. 수업 안 들어오는 여교사들을 일부러 어깨를 치며 지나간다고, 그래도 모른 척 하라고... 그때 들으며 경력 20년 넘지만 살다살다 그런 이야긴 처.. 2024. 3. 26.
즉흥시 쓰기 ㅋㅋㅋ 나라에서 교육에 관해 손 대는 건 팔 할이 헛짓이다. 올 3월만 해도 진단평가 다 쳐놓고, 다시 태블릿으로 맞춤형 진단평가 친다고 이틀이나 진도를 못 나갔다. 디지털이라고 다 좋은가. 애들도 태블릿으로 보는 시험, 손가락으로 확대해야 하고 스마트하지 않다고 종이 시험이 훨 낫다고 하는데... 뭐 해당 업체 돈 벌어주려고 벌이는 일이지. 그런 게 한두 개인가. 암튼 길어봤자 20분이면 다 치는 시험이라 시간은 남아돌고... 아이들이 연습지에 낙서하고 있길래, 차라리 시를 쓰라고 했다. 제목은 국어선생님. ㅋㅋㅋ 한 녀석이 정성들여 쓰더니 종이를 내민다. 바로 아래 첫 번째로 나오는 시... 내 평가는... "합격!" ㅋㅋㅋ 80년대 감성이라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다음 반에 들어가서는 더 필 받아서 5~10.. 2024. 3. 24.
교실은 예뻐야지 올해 대구교육청이 교사 수를 너무 확 줄여서(400명 줄었다나?) 한 반에 스물아홉, 서른인 학급이 넘쳐난다. 새 학교도 3학년은 한 반에 22명인데 1학년은 29명 ㅠㅠ 이런 애들이 좁아터진 교실에 종일 있는데 사고 안 나는 게 이상하지. 개학하고 지금까지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 살았다. 또 교실은 학년실에서 얼마나 멀던지... 8차선 대로만큼 가야 함... 가로 5열로 하니 사물함 바로 앞까지 꽉 차서 교실이 넘 답답. 고민고민 하다가 가로 6열로 짝이랑 같이 앉는 걸로 바꿨다. 뒷게시판을 거의 쓸 수가 없어서 학생 큰이름표는 앞에 붙였다. 큰 이름을 붙여야 다른 선생님들이 학생 호명하기 편하다. 개학하고 첫 일주일 동안 열씨미 한 것은 교실 꾸미기... 구석구석 먼지 닦고 공간을 가능하면 예쁘게 만드.. 2024. 3. 24.
비포스쿨 이야기부터 해보자 올해 깨달은 것. 교육청이고 학교고 그냥 막 던지는구나. 새학교 발령 받고 이틀간 새학교에서 연수하는데... 세상에... 이틀 연수 끝난 다음날 바로 비포스쿨 4시간 연속 수업하란다. 아니, 아직 노트북과 프린터기 연결도 안 됐고 교실 기자재 사용도 어색하고, 심지어 교실엔 티비 대신 그 옛날 빔이고... 어쩌라는 거야... 게다가 반별 명단도 정리되어 있지 않고... 담날 애들 오는데 전날까지 명단 없음. 실무원이 다 못하겠다고 했다고 비포스쿨 전날, 담임들이 단톡방 만들어 연락하라고... 하아... 이런 주먹구구 처음 봄. 2월에 단톡방 만들면 남은 날들 저희끼리 톡하다 사고 나면 우짜라고... 게다가 폰 없는 애들도 있는데... 그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차라리 우리가 지금 연락처 파일 만들테니 .. 2024. 3. 24.
K중에서 보낸 마지막 며칠... 사진말 수업 수업 시수가 늘고 10개 반을 다 들어가다보니 평소보다 훨 정신없었던,, 그래서 거의 기록을 못했던 2023년... 어디서부터 기록할까 하다가 일단 2월 개학 이야기부터 하자. 공무상 요양으로 반 년만에 만난 아이들과 단 며칠 뭘 할까 하다가 진짜 오랜만에 '사진말'을 했다. 이건 진짜 내가 이십여 년 전 신규교사 때부터 했던 활동인데 거의 십오 년만에 해보는 활동. 작년과 올해, 내 감정 및 생각과 닮은 사진을 골라서 이야기를 풀어보는 것. 한 차시 더 있는 반은 마담도라 카드에서 새해를 위한 조언을 찾는 활동을 했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건 2학년 3반… 우리 반은 아니지만 1학년 때 울반 부반장 및 모범생들이 포진해 있어서 2학년 10개 반 중 가장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반이었다. (물론 머리 쥐어뜯.. 2024.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