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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역사, 인물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 | 백승종 ㅡ 한국사를 좌우한 15인에 대한 평전

by 릴라~ 2019. 11. 9.

 

책을 다 읽고 나서야 알았다. 제목이 왜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인지를. 대개 사람들의 삶은 마흔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 같다. 마흔 이전은 그저 앞을 향해 달리는 시간이고, 마흔이 되어서야 우리는 지난 날 나의 선택을, 내가 살아온 세상에 대해 내가 취한 스탠스를 성찰하기 시작하므로. 우리 삶은 직선이 아니라 구불구불, 많은 도전과 동시에 많은 오류로 채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므로. 

이 책은 한국사에 깊은 영향을 미친 열다섯 명 위인들에 대한 간략한 평전이다. 한 명 한 명에 대한 서술이 길지 않지만 그렇다고 얕지도 않다. 이들이 시대적 격변기에 내린 선택이 역사를 좌우하는데, 그 선택에 영향을 준 한 인물의 개인적 특성과 생애사를 분석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지닌 장점과 더불어 그들이 지닌 시야의 한계가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를 조감할 수 있다. 

각 장이 모두 흥미로웠으나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세종과 정조였다. 역사에서 우리는 정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으나 사실 정조가 지녔던 시야의 한계가 이후 시대를 결정했다고도 볼 수 있다. 정조는 개인적으로는 정말 치열하게 공부했고 세종만큼 박식한 학자였고 올바른 정치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으나 그의 세계관은 성리학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저자는 정조시대를 설명해주는 핵심적인 사건으로 '문체반정'을 든다. 18세기 초, 일본에는 매일 수십 척의 네덜란드 상선이 항구에 들어오던 시절에 정조는 성리학적 세계관으로 시대를 뚫고 나가려 했다. 천주교를 탄압하고 문체반정을 시도하고, 왕권 강화를 위해 붕당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렸기에 이후 세도정치가 시작된 가장 큰 원인을 제공했다. 

개방을 한다고 나라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동남아시아 많은 국가들은 일찍 개방했으나 모두 식민지의 처지를 피해갈 수 없었다. 저자에 따르면 흥선대원군 시대는 이미 서양과 일본이 조선을 삼키려 앞다투어 진출하는 시기였기에 이를 막기 위한 흥선대원군의 쇄국은 나라를 구하려는 합리적인 몸부림이었다.

문제는 18세기 정조 시대는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때는 아직 서양이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아니었는데, 정조는 개방이 아니라 폐쇄의 길을 택한다. 그리고 그러한 정조의 한계를 저자는 성장과정에서 일부 찾고 있다. 어린 날에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하고 목숨 자체가 위협받았던 가혹한 젊은 날을 보냈던 정조는 그의 총명과 학식에도 불구하고 유연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가지기가 어려웠으리라는 점이다. 그는 아무도 믿지 못했다. 그를 여러 차례 구한 홍국영이 정권 초반에 실각한 것을 저자는 정조의 실수로 꼽는다. 정조는 세종만큼 훌륭한 왕이 될 잠재력을 갖추었으나 세종만큼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지 못했고 그의 개인적 열망과는 정반대로 조선의 쇠락에 기여하게 된다. 

그들이 지닌 빛과 그림자로 한 시대에 고유의 색을 입힌 15명의 삶을 읽노라면 지금 우리 시대도 그들이 살았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우리가 겪는 어려움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마흔 나이가 아니라,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 통독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청소년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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