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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시와 소설

별을 스치는 바람 | 이정명 ㅡ 후쿠오카 감옥의 윤동주 시인을 만나는 반가움

by 릴라~ 2019. 11. 10.

 

재작년 후쿠오카 여행을 갔을 때 윤동주 시인을 생각한 적이 있다. 교토 릿쿄대에서 수학 중이던 윤동주 시인은 민족주의 학생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1944년 후쿠오카 감옥에서 옥사했다. 지금 감옥은 없어졌다고 들었지만 그 장소에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여행 준비 중에 들었다.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라 직접 찾아가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 <별을 스치는 바람>을 읽는 내내 내가 가보지 못한 후쿠오카 감옥에서 윤동주 시인을 만났다.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후쿠오카 감옥 안에서 펼쳐진다.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상상을 넘나든다. 감옥 안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 사건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소설을 읽는 내내 내 시선은 추리소설의 플롯이 아니라 딴 곳에 가 있었다. 내 관심은 그곳에서 윤동주 시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고통 받았을까, 그는 그곳에서 어떻게 죽어갔는가 하는 것이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윤동주 시인이 사랑했던 책들과 그의 주옥 같은 시 작품들과 함께. 조선인 수감범들에게 가해진 그 잔악하고 끔찍한 전쟁범죄 속에서 한 송이 꽃처럼 피어오른 작품들이 주는 감동이 컸다. 소설의 플롯은 특별히 새로운 점이 없었지만, 문학이라는 것이, 문장이란 것이 한 인간의 내면에 어떤 심원한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여주려는 작가의 시도가 신선했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실은 이 책은 모르고 있다가 이정명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해서 도서관에 빌리러 갔는데 그건 이미 누가 대출해가서 대신 빌려서 읽은 책이다. 덕분에 뜻깊은 주말을 보냈다. 토요일, 일요일 이번 이틀 동안 후쿠오카의 창살에 갇힌, 그러나 결코 그의 영혼은 가둘 수 없었던, 한 시인의 마음을 이 소설 덕분에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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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의 문장을, 한 편의 시를 읽는다는 것은 한 인간을, 혹은 그의 세계를 읽는 행위라는 것을. (책에서)

 

 

https://youtu.be/ma-ywf_0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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