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지영의 소설은 괜찮지만, 그녀의 수필은 내 관심을 별로 끌지 못했다. 아마 소설 속에 이 작가의 개성이, 하고 싶은 말이, 삶이, 충분히, 쉽게 드러나 있어서 따로 수필을 챙겨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또 그냥 몇 페이지를 쓱쓱 넘겨봤을 때 마주친, 약간 자의식이 과잉된 듯한 문장도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주말엔 내게 위로가 필요했기 때문일까, 도서실 책 정리를 하면서 마주치곤 하던 '네가 어떤 삶을 살든 나는 너를 응원할 것이다'가 갑자기 눈에 쏘~옥 들어왔다. 집에 들고 가서 단숨에 읽었다. 그리고 작가로부터 들려오는 위로의 말에 잠시 눈과 마음을 적시게 되었다. 역시 독서는 읽는이의 상황에 따라 감상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실감하면서.
이 책은 평소에 작가가 좋아하고 가슴에 넣어두던 명구와 명작들을 언급하면서 자기 삶의 이야기를 함께 곁들여 딸에게 들려준다. 이이가 삶의 파고를 겪으면서 늘 책과 함께 살아왔음을, 그리고 자기 인생을 사랑하려고 분투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고승들의 한 마디가 주는 짜릿함처럼 삶을 관통하는 깨달음은 없지만(어쩌면 이것은 문학과 철학/종교의 차이인지도 모른다.) 생을 사는 그녀의 힘이 그대로 전달된다.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느껴지는 부분도 더러 있지만 그녀의 가장 큰 매력인 '솔직함'에 나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을 읽고 '얀 이야기'를 주문했다. 마흔 중반을 넘어섰지만 그녀의 '고민'과 그녀가 붙잡고 있는 화두가, 이십대 젊은이들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기에 젊은이들에게 어필하는 듯. 내가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구절들이 많이 인용되어서 참 반가웠고, 예전에 내가 지녔던 생에 대한 진지함을 많이 잃어버렸음을 알게 되어 마음이 살~짝 아팠다.
"어려움을 사랑하고 그것과 친해지고 배워야 합니다. 어려움 속에는 우리를 위해 기꺼이 애써 주는 힘이 있습니다." (릴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의 세계 인식이 기독교적 틀 안에 있다는 것. 생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는 기독교적 진지함보다는, 때로는 생 자체를 가볍게 넘어서는 불교적 쿨함이 마음의 짐을 벗겨줄 때가 많기에.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