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받은 책인데 읽을까 말까 잠시 망설였다. 명상과 인간 의식의 변화를 다룬 책인데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을 것 같아서. 앞부분을 보고는 읽기로 했다.
인간 존재의 핵심에 존재하는 집단적 광기가 가져오는 사건들이 인류 역사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대부분 광기의 역사이다. 만약 이것이 한 개인의 병력이라고 한다면 틀림없이 다음과 같은 진단이 내려졌을 것이다.
'만성적 피해망상증. 적이라고 굳게 믿는, 사실 적이라는 것은 그 자신의 무의식의 투영에 불과하지만, 상대방을 향한 병적인 살인 충동과 극도의 폭력과 잔인성. 가끔씩 잠깐 동안 제정신이 돌아올 뿐인 범죄광.'p37
이 책이 가장 정성들여 파헤치고 있는 부분은 에고의 작동 원리 중 동일화 과정이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사물들을 우리 자신으로 착각하고 동일시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 형성되며 그래서 우리는 마음의 주인이 아니라 마음에 소유당하고 마음에 끌려다니면서 살고 있다. 마음의 습관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의식하는 일의 중요성을 이처럼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책이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번역도 매우 자연스러운데, 역자가 류시화다. 생명체의 모든 삶은 우주가 그 자신을 경험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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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예술 작품도 과학도 기술도 아니며 자신의 기능장애, 광기의 인식이다. 먼 옛날에 이미 이 인식에 도달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마도 이 기능장애를 가장 분명하게 알아차린 최초의 사람은 2천 6백 년 전 인도에 살았던 고타마 싯다르타일 것이다.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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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고결한 이상으로부터 시작된 공산주의의 역사는 인간이 먼저 자신의 의식 상태 속 현실을 변화시키려고 하지 않고 다만 외부적 현실을 변화시키려고 할 때, 즉 새로운 지구를 만들려고 시도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그들은 모든 인간이 내면에 지니고 있는 '에고'라는 기능장애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행동 계획을 세운 것이다. p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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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나'라는 생각은 다른 생각들을 그것에 끌어당긴다. 성별, 소유물, 감각을 가진 육체, 국적, 인종, 종교, 직업 등에 자신을 동일화하는 것이다. 그 밖에 '나'가 동일화되는 것은 어머니, 아버지, 남편, 아내 드으이 역할, 축적된 지식이나 의견,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그리고 과거에 '나에게' 일어난 일들이다. 과거에 일어난 일들의 기억은 '나와 나의 이야기'로서 나의 자아의식을 다시 한 번 규정해준다. 이것들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끌어내는 수많은 것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들은 결국 내가 자아의식을 부여했다는 사실 때문에 불안정하게 붙들고 있는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 보통 '나'라고 말할 때 가리키는 것은 이 정신적 구조물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신이 '나'라고 말하거나 생각할 때, 대개 그것은 당신이 아니라 마음이 만든 그 구조물의 일부, 즉 에고의 지배를 받는 자아이다. 이것을 깨달은 후에도 당신은 여전히 '나'라는 단어를 사용하겠지만, 그때 그것은 당신 안의 훨씬 깊은 곳으로부터 나올 것이다.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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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가 존재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마음 구조들 중 하나가 동일화이다. '동일화identification'라는 단어는 '같다'는 의미의 라틴어 '이뎀idem'과 '만들다'는 뜻의 '파케레facare'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내가 어떤 것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나는 그것을 '같게 만드는' 것이 된다. 무엇과 같게 만드는가? 바로 '나'와 같게 만드는 것이다. 나는 그것에게 나의 자아의식을 부여하고, 따라서 그것은 내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정체성의 대상은 물질이다. 나의 장난감은 훗날 나의 자동차, 나의 집, 나의 옷 등이 된다. p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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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무의식적인 가정 중 하나는, 소유라는 허구를 통해 물건과 동일화되면 그 물건이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견고함과 영속성 덕분에 자신에게도 그 견고함과 영속성이 부여된다는 믿음이다. 건물 등은 특히 그렇고, 더 많이 적용되는 것은 파괴할 수 없는 유일한 소유물인 토지일 것이다.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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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물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그런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질 속에서 자신을 찾으려고 하지만 않는다면 물질에 대한 집착은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그때까지는 자신이 물질에 집착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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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으로 감지되는 물질적인 육체는 늙고, 허약해지고,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럼에도 그 몸을 자신과 동등시한다면 머지않아 괴로워질 수밖에 없다. 육체와 동일화되는 것을 중단하는 것이 육체를 무시하거나 혐오하거나 보살피지 않고 방치하는 것이 아니다. 육체가 건강하고 아름답고 생명력으로 넘친다면 그 특성을 그것이 지속되는 동안은 감사히 여기고 즐기면 된다. 또한 올바른 식생활과 운동으로 몸 상태를 개선할 수도 있다. 육체를 자신과 동등시하지 않으면, 아름다움이 시들고 생명력이 약해지고 몸의 일부나 기능이 훼손되어도 자아 존중감이나 정체성이 영향받지 않을 것이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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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에고가 무엇이며 어떻게 작용하는지 깨닫게 되면 답은 간단하다. 당신이 동일화되어 있는 형상, 당신에게 자아의식을 부여해 준 형상이 무너지거나 사라질 때 에고도 함께 붕괴된다. 에고는 형상과의 동일화이기 때문이다. 동일화될 대상이 더 이상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을 때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 주위의 형상이 사라지거나 죽음이 다가올 때, 당신의 존재감, '나의 있음'의 느낌은 형상과의 얽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물질에 갇혀 있던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당신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형상을 초월한 것으로서, 만물에 편재한 '현존'으로서, 모든 형상과 모든 동일화 이전에 있는 '순수한 있음'으로서 자각하게 된다.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은 지금까지 의식이 동일화되어 온 그것들이 아니라 의식 그 자체임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신의 평화이다. p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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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에서는 "진리를 추구하지 말라. 다만 자신의 의견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멈추라"라고 말한다. 무슨 의미인가? 마음과의 동일화를 내려놓으라는 뜻이다. 그렇게 하면, 마음 너머의 '나는 누구인가'가 저절로 모습을 나타낸다.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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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 목소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삶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끌려다닌다. 생각에, 마음에 소유당해 있다. 마음은 과거에 의해 조건 지어져 있기 때문에 당신은 언제까지나 되풀이해 과거를 재현할 수밖에 없다. 동양에서는 이것을 '카르마(업)'라고 부른다. 이 머릿속 목소리와 동일화되어 있을 때 당연히 당신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만약 안다면 더 이상 그것에 소유당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사로잡고 잇는 그것을 자신이라고 오해할 때에만, 즉 당신이 그것이 되었을 때만, 그것에 정말로 소유당하기 때문이다. p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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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내면에 주기적으로 부정적인 감정과 불행을 추구하는 어떤 것이 있음을 깨달으면 처음에는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것이 다른 사람의 경우라면 알아차리기 쉽지만, 자기 안에도 그것이 있음을 깨닫기 위해서는 더 많이 깨어 있어야 한다. 일단 불행에 지배되면 당신은 그 불행을 끝내고 싶어하지 않을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자신과 똑같이 비참해지기를 원한다. 그들의 부정적인 감정적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다.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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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자신에게나 타인에게 가하는 고통의 원인은 고통체 그 자체가 아니라 고통체와의 동일화이다. 다시 또다시 반복해 과거를 살게 만들고 당신을 무의식 상태 속에 계속 가둬두는 것은 고통체가 아니라 고통체와의 동일화이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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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집단적인 병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에 사로잡히고 움직이는 형상의 세계에 최면 당해 삶의 내용물에만 너무 열중한 나머지 내용물을 초월한, 형상을 초월한, 생각을 초월한 본질을 잊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시간에 사로잡혀 영원을 잊고 있다. 자신들이 온 곳이고 자신들의 집이며 자신들의 운명인 곳을. 영원은 진정한 당신의 살아있는 실체이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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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자신들의 형상 정체성을 강조하려고 시도하는 몇 가지 방식들이 있다. 만약 당신이 충분히 깨어 있다면 이런 무의식적인 패턴들 중 몇 가지를 자신 안에서 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한 것에 대해 인정을 요구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나거나 마음이 상하는 것.
자신의 문제나 병에 대해 말하거나 소란을 피움으로써 관심을 끌려고 하는 것.
아무도 묻지 않았고 상황에 변화를 일으키지도 못하는데 굳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
다른 사람 자체보다도 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를 더 신경 쓰는 것. 즉, 다른 사람을 자기 에고의 반영이나 에고 강화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
소유물, 지식, 외모, 지위, 신체적 힘 등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신에 대한 인상을 심으려고 노력하는 것.
무엇인가 혹은 누군가에 대한 분노에 찬 반응을 통해 에고를 일시적으로 부풀리는 것.
일들을 개인적으로 해석해 감정이 상하는 것.
마음속에서 혹은 입 밖으로 도움이 안 되는 불평을 늘어놓음으로써 자신은 옳고 상대방은 틀린 것으로 만드는 것.
주목받기를 원하고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하는 것.
일단 이러한 행동 패턴을 자신 안에서 탐지했다면 한 가지 실험을 해볼 것을 제안한다. 그 패턴을 버리면 어떤 느낌이 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관찰하는 것이다. 단지 그 패턴을 중단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p319-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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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야에서든 '성공'이 의미가 있는 것은 다른 수백 수천만 명이 실패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당신의 삶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실패'가 필요하게 됩니다.
타인을 돕는 것, 아이를 키우는 것,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의 경우, 그러한 일들은 그들의 중요한 외부적인 목적입니다. 하지만 외부적인 목적만으로는 언제나 상대적이고 불안정하며, 일시적입니다. 그러한 활동들에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한 활동들을 내면의 주된 목적과 연결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더 깊은 의미가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p33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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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알아차림의 분리, 그것이 당신의 주된 목적의 핵심이며 그것은 시간의 무효화를 통해 일어납니다. 물론 우리가 여기서 말하는 것은 약속을 정하거나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 같은 실질적인 목적을 위한 시간 사용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시계의 시간이 아니라 심리적인 시간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리적인 시간이란, 삶의 충만함을, 발견할 수도 없는 미래에서 찾으려 하고, 그것에 접속하는 유일한 지점인 현재의 순간을 무시하는 마음속 깊이 뿌리내린 습관입니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을 삶의 주된 목적으로 바라볼 때, 당신은 시간을 무효화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크나큰 힘을 불어넣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 속에서 시간을 무효화시킬 때, 당신의 내면적인 목적과 외부적인 목적이, 존재와 행위가 연결됩니다. 시간을 무효화시킬 때, 당신은 에고를 무효화시키게 됩니다. 무엇을 하든 당신은 특별히 잘하게 될 것입니다. 행위 그 자체에 온 관심의 초점이 모아지기 때문입니다. p333-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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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개인의 삶--실제로는 모든 생명 형태--은 우주가 그 자신을 경험하는 독특한 방식인 하나의 세계이다. 당신의 형상이 소멸될 때 셀 수 없이 많은 세계 중 하나인 세계도 종말을 맞는다. p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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