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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월드비전, 그리고 한비야, 조금은 불편한...

by 릴라~ 2009. 3. 10.

휴직하면서 중단했던 후원을 하나둘 재개하면서, 아프리카 쪽을 후원할 단체를 찾다가
별 생각 없이 월드비전에 가입했다. 한비야씨가 홍보대사라 워낙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가입하고 나서 혹시나 해서 단체 소개를 읽어봤는데 허걱, 기독교 단체다.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 행태를 익히 잘 아는지라 왠지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월드비전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http://afterdan.kr/35

연간 모금액 800억 중에서 불과 18억을 긴급구호자금에 쓰고 있었다.
물론 다른 좋은 곳에도 많이 쓰겠지만, 월드비전이 한비야씨를 통해
긴급구호사업을 그렇게 홍보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한 액수다.
월드비전 말고도 좋은 단체가 많으므로 굳이 이곳을 후원할 필요가 없어서
탈퇴하려고 보니 월드비전 홈피에는 회원가입란만 있고 탈퇴란이 없다. 전화로 탈퇴하란다. ㅠㅠ
그래서 가입하자마자 후원중단 버튼을 눌러놓고, 윗 기사에서 추천한 대로
종교색이 없는 세이브더칠드런이나 플랜코리아를 후원하려고 생각 중.
(사형수를 돕는 천주교사회교정위원회와 북한 돕기하는 불교 정토회는 믿음이 가는데
개신교 쪽은 왠지 미덥지 않다...)

이 분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또 재미있는 게 있다. 바로 월드비전의 홍보대사 한비야씨에 관한 것.
한비야씨의 책과 여행스타일, 월드비전과의 관계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상당히 공감했다.
그 글에 따르면 그녀는 육로 여행가이지 '걸어서' 지구를 여행한 도보여행가가 아니며, 
그녀가 다닌 곳이 정확히 말하면 '오지'도 아니다. 그리고 모험과 위험을 지나치게 과장하는 면도 있다.
물론 꽉 막힌 대한민국 사회에 그녀가 던진 화두는 지금도 유의미하지만.

http://afterdan.kr/40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은 내 경우 1권을 다 못 읽었다.
여행한 장소와 그곳 사람들에 대한 사색이 없는, 에피소드 위주의 글이었기 때문에.
배낭여행을 하다 보면 예기치 못한 갖가지 사건들이 펼쳐지기 마련인데,
그것을 지나치게 특별하게 부각하는 여행기가 내겐 전혀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생각했다.
'글보다 사람이 나은 모양이구나.'

두 번째로 본 한비야의 책은 '중국견문록', 완전 실망이었다.
마흔 넘어서 인생을 살면, 작가 자신의 깊은 체험과 깨달음이 있기 마련인데,
그 책은 너무나 가벼웠다. 마치 20대의 젊은이가 쓴 책처럼. 그래서 생각했다.
'그는 작가/사색가라기보다는 활동가 스타일의 사람인 모양이다.'

그 후로는 그의 책을 읽은 적이 없고, 또 그를 직접 만난 적이 없기에 다른 건 뭐라고 하기 힘들지만,
책만 보고 평가한다면, 작가로서는 함량 미달이며, 귀감이 될 만한 여행자도 아니다. 
윗 블로그의 주인장이 말했듯이 외국서 보면 흔하고 흔한 '백패커'의 한 명일 뿐.
다만 우리 나라에서 배낭여행 1호라는 강력한 상징성을 지녔기에 앞으로 그 어떤 여행자도
한비야씨만큼의 대중적 영향력을 지니기는 어렵지 싶다.
그리고 그의 영향력은 그 자신이 마케팅을 잘 활용한 측면도 크다.

여행을 좋아해서 서점에 가면 늘 여행 관련 코너를 기웃거리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좋은 여행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내용이 탁월한 책은 신영복의 '나무야 나무야'와 '더불어숲'(지금껏 본 것 중에서 최고),
재미있게 읽은 책은 박준의 '온 더 로드' 정도.
앞으로 더 좋은 책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그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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