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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도심 속 작은 자연, 금호강변을 걷다

by 릴라~ 2009. 4. 5.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찾은 걷기 좋은 길, 금호강변을 걷다. 2~3시간 동안 강을 따라 걸으면서 이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그래도 살아있는 ‘작은 자연’을 만났다.

도시는 자연과 완벽하게 격리된 공간이다. 가로수가 늘어서 있고 꽃이 피어나고 공원과 호수가 있지만 그 모두는 인공적인 세계 속에 갇혀서 저마다 따로따로 서 있을 뿐 이 도시에 자연은 없다.

자연은 하나의 전체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세계, 인간의 법칙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 작동하는 세계. 강물이 굽이쳐 흐르고 새가 날아들고 그 옆으로는 갈대와  풀이 무성하고 이 모두가 서로 어울려 계절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것, 하나의 완전한 세계, 그것이 자연이다.

이 자연이 금호강을 따라서 애처로울 정도로 희미하게 살아 있었다. 조금만 옆으로 눈을 돌리면 아파트가 보이고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지만 강 옆으로는 아직 차도가 없다. 그래서 신천이나 다른 곳과 달리 자동차 소음으로부터 자유롭다(완벽하게 안 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서 이 길을 걷노라면 새들의 지저귐과 날개짓 소리, 흐르는 물소리와 온갖 풀들의 속삭임이 우리 귓전에 살며시 다가오고,,  자연이 자신의 고유한 언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우리 존재도 그들 가운데 하나가 된다. 잠깐 동안 다른 세상 속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아마 일이년 후면 도시 귀퉁이의 이 작은 자연의 조각도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우리 삶의 소중한 공간을 이런 식으로밖에 만들 수 없었을까. 이 길을 걸으며 실감했다. 우리가 만든 세상이 콘크리트로 뒤덮은 세상임을.

시야에 잡히는 아파트들을 애써 물리치면서 가족과 벗과 연인과 함께 걷고 싶은 아름다운 둑방길을 지나면 조금 남아 있는 포도밭과 나즈막한 집들이 모여 있는 옛 동네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저멀리 신도시 시지 지구가 우리 눈을 아프게 한다. 홀로 쓸쓸하게 서 있는 동네 당산 나무 뒤로 고층 아파트들이 위압감을 주며 점점 가까이 다가온다.

종착점이 우리 동네인 시지라는 편리함 때문에 이 길을 많이 걸었다. 지하철 1호선 아양교역에서 출발하면 유료(1000원)인 금호구름다리(수십년 된 다리임)를 건너서 시지까지 3시간쯤 걸리며 인터불고 호텔 맞은 편에서 출발하면 2시간이다.

지난 3월 셋째 주말에는 막 피어나기 시작한 파릇파릇한 대지의 기운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 아쉽게도 사진기를 들고 가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2월말과 3월초에 찍은 것들이다.


2009. 2. 25











2009.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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