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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의 기록

행복에 대하여 - 대구시향 354회 정기연주회를 다녀와서

by 릴라~ 2009. 4. 3.


지인의 권유로 올초에 대구시향 정기회원에 가입했다. 
가장 싼 좌석이 일년에 3만 6천원.

12회 이상 교향악단의 정기공연을 지정석에서 볼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 없다.
물론 대구시향이 서울이나 대전 쪽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이 가격에
교향악단의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행복감에 비한다면야...^^

지난 화요일 정기연주회 곡목은 윌리엄텔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3번,
그리고 교향곡 '운명'.

대중적인 곡이어서 그랬는지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냥 흔하게 듣던 윌리엄텔 서곡이 이렇게 아름다운 곡인 줄 처음 알았고,
오랜만에 들은 '운명'은 정말 감동.

다른 이의 곡은 곡 자체를 즐기는 데 반해서 베토벤의 곡에서는 언제나
운명을 초극한 당당한 '한 인간'이 느껴진다.

그러고 나서 이 주 내내 차에서 운명 3악장을 들었는데
연주 솜씨야 CD가 낫지만, 소리는 라이브에 비할 바 못 된다.
클래식 라이브는 마음은 물론 머릿속까지 맑게 씻겨준다.
들으면서 너무 행복했다.

한동안 음악과 멀어져서, 음악 들을 틈도 없이 살았는데
요즘 다시 음악이 내 삶에 깃들기 시작한다.

행복은 어렵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대상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끼는 순간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한다.

흘러가는 구름, 맑은 하늘, 꽃 향기, 바람 소리, 빗소리, 작은 미소, 봄햇살,
차 한 잔의 향기, 책과 음악, 이 모든 것들이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아무리 괴로운 나날의 연속일지라도 우리는 하루의 어느 한 순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마음과 감각이 열려 있으면.

행복할 때의 느낌을 반추해보고 삶속에서 그것을 떠올리고
그런 시간을 의식적으로 지속할 수 있으면 우리 삶에서 행복은 커진다.

조건 없는 행복이다.
아니, 행복의 조건도, 행복도 우리 스스로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하리라.
행복은 우리가 손을 뻗으면 언제나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어쩌면 이것을 깨닫기 위해 긴 여행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가까이 있는 파랑새를 발견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났던 주인공들처럼.
먼 길을 여행하고 나서야 '지금, 여기'의 행복을 깨닫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행복감은 삶이 주는 큰 선물이지만,
인간은 행복만으로 사는 존재는 아니다.

인간에게는 행복 욕구보다 더 큰 욕구가 있다. 성장 욕구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불행과 고통을 감수하면서, 거기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면서
자신의 길을 완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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