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한 것은 사랑인데, 얻은 것은 페니스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말이다. (이 동네 분들은 어쩜 이렇게 리얼한지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전적으로. 그리고 여성들이 자신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많은 대가를 치루어서 얻은 것이 사랑이 아니라 혹시 페니스는 아닌지를. 사랑은, 같은 지평을 바라보지 않고서는, 동지가 되지 않고는, 실패이므로.
비벌리 엔젤에 따르면, 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지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라 할지라도 여성은 관계 속에서 자아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들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이렇다. 여성은 육체적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을 향한 정서적 장벽을 낮추고 그에게 몰입하는 호르몬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남성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수천년간 이어온 유전적 구조가 단시간에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암튼 이런저런 현상을 관찰해볼 때, 여성이 남성에게 정서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진정한 한 명의 인간으로 자립하기 위한 매우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는, 자신의 성적 즐거움을 남성에게 의탁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것이 남성밖에 없다면, 여성은 너무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그 관계를 유지하려 애쓸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여성일수록) 그렇다고 혼자 놀란 말은 결코 아니다. 다만 이같은 본질을 꿰뚫어볼 때 우리는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이성 관계를 가꾸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는 여성의 자위를 권장하는 책이다. 처음엔 단순히 여성의 성적 억압을 해소하려는 책인가 보다...했고, 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것도 있고, 고상한(?) 내 취향에 거슬리는 내용도 많고 해서 가볍게 책장을 넘겼다. 다 읽고나니 세부적인 내용에는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자의 근본적인 문제 의식과 관점에 논리적으로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한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지도 않고 반사회적인 인간이 되지도 않으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오히려 자신은 사랑에 빠져 있을 때 연인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훨씬 반사회적인 사람이 되었다고. 그리고 여성들이 바이브레이터를 사용함으로써 얻는 이점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한다. 성적 감수성이 계발되고 자기 존재에 대한 사랑이 커진다는 것. 자신의 오르가즘을 남성에게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내적으로 건강해지고 당당해지고, 연인/남편과도 더욱 풍요롭고 자유로운 관계를 가꿀 수 있다는 것. 궁극적으로는 삶에 대한 책임감이 증가한다는 것. 이 책의 주장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모든 여성이여, 바이브레이터를 가져라."가 될 것이다.
저자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 하지만, 장난감이 사람을 대신할 수 없다고 느끼는 나로서는 감성적으로는 동의하기 어려운 것 같다. ㅎㅎ
책 이야기/사회, 과학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 베티 도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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