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노무현 대통령 참여정부 평가포럼 '21세기의 한국, 어디로 가야 하나'에서 부분 발췌함
1.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 합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의에 대해서 분노할 줄 알고 저항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탐구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도를 찾고 뜻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 행동합니다. 사람을 모으고 설득하고 조직하고 권력과 싸우고 권력을 잡고 그리고 정책을 실행하고 이렇게 정책을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 보다 좋은 세상을 위해서 참여정부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가 그동안 많이 흔들렸습니다. 지금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참여정부를 흔들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고, 여론이 또 이것을 따라가고, 그렇지요? 언론을 따라가고… 참여정부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도 또 여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흔들리는 것이지요. 정말 참여정부가 실패했는가, 과연 무능한 정부인가, 정말 한번 따져보고 싶습니다. 설사 실패라는 평가가 나오더라도 남은 기간 동안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함께 도와주시면 고맙겠습니다. |
2.
성공 여부를 떠나서 살려 나가야 할 만한 가치가 있고 전략이 있다면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 계속 노력합시다. 가치와 전략에 깊이가 있고 체계가 정연해서 능히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쓸 만한 이치가 된다면 저는 이것을 사상이라고 또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상을 가진 사람은 역사의 가치와 전략의 뿌리를 내리게 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참여정부에 그만한 가치와 전략이 있다면 역사에 뿌리를 내리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5년 동안 어느 정부라도 실천해야 할 국가의 운영이라는 보편적 사명과 참여정부가 특별히 구현해야 할 가치를 실현할 사명을 받고 대통령직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제 마무리 할 시점입니다. 저는 국정운영이라는 보편적 사명은 다음 정부에 넘길 것입니다. 참여정부가 실현하고자 했던 특별한 사명은 이제 여러분에게 도로 넘겨 드리려고 합니다. 함께 힘을 모아 나갑시다. 물론 저도 함께 할 것입니다. 더 좋은 세상을 위해서, 더 훌륭한 역사를 위해서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
3.
경제가 어려울 때 단 한 푼이라도 경기에 부담을 주는 일은 하지 말자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또 이런 정책 하나하나에는 그 자체에 저항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원칙을 붙들고 바위처럼 버티었습니다. 지금 그 분야는 진일보 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참여정부에 전략, 전략이 적절하고 충실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잘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4.
참여정부, 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 참여정부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정통성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는 정부이고, 자주성을 가지고 있는 정부입니다. 분열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지향하는 정권입니다. 저는 88년 분열된 민주세력에 참여한 이래 20년간 줄기차게 일관되게 지역주의와 싸우고 있습니다. 국민통합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 됐습니다. 지역주의를 해소하는 것은 역사의 과제이자 참여정부에 부여된 역사의 소명입니다. 참여정부는 진보를 지향하는 정부입니다. 참여정부는 역시 평화를 지향하는 정부입니다. 국민의 정부하고 똑같네 뭐. (일동박수) 그거 좀 다른 게 있어야 되는데...(일동 웃음) 통합주의, 이런 걸 하나 합시다. 뭐 하여튼 사람 사는 세상, 지금도 싸인 해 달라고 하면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문구를 씁니다. 계속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 사는 세상에 참여정부의 핵심사상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대접받는, 사람이 사람으로 대접받는 사회, 이것은 자유와 평등, 인권과 민주주의를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람노릇 하고 사는 사회입니다. 도리를 다 하는 인간,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 이것이 저는 사람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
5.
왜 민주주의인가, 저는 그동안 많은 사상을 공부하고 연구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역사에서 많은 실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대 이후에 모든 사상은 결국 민주주의로 귀착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인권 존중의 사상이자 기술입니다. 인간을 위한 사상,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한 사상입니다. 민주주의는 경제 발전에도 가장 적합한 제도입니다. 앞서 말씀드렸습니다. 시장친화적인 제도입니다. 경쟁 자유와 다양성, 창의성, 아주 중요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민주주의는 통합의 기술입니다. 민주주의는 분열과 투쟁으로 통합을 이루는 제도입니다. 이 모순된 얘기에 묘미가 있는 것입니다. |
6.
민주주의 사상의 기본은 인간의 이성, 박애사상에 기초한 공존의 지혜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가치와 전략을 포괄하고 있는 바다와 같은 사상입니다. 민주주의는 완전한 사상인가, 민주주의에 대한 반대는 허용되지 않는가, 예, 허용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바로 민주주의는 완전한 사상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상대주의 사상 자체에 모순되는 명제입니다. 바로 그 상대주의가 민주주의의 완전성을 뒷받침 하고 있는 것입니다. 변화의 가능성을 내제하고 있는 관용성 때문에 민주주의는 완전할 수 있다. 신의 진리와 그 절대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도 신의 진리를 인식하고 해석하고 전달하는 사람의 능력과 품성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만 인정하면 민주주의의 상대성을 주장하는데, 수용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믿는 분들께서 왜 자꾸 상대주의라고 하느냐, 이렇게 생각 안 하셔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진리는 존재할 수도 있고, 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인식의 능력은 분명히 절대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해야 또한 민주주의를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
7.
지금 민주주의는 가치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정치는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이지만 시장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 시장이 우리 정치를 지배하게 됐을 때 가치의 위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시장을 지배하는 사람의 정통성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언론의 정통성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그저 돈이 많은 것 외에는 다른 정통성이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민주주의의 정통성의 위기가 발생하고, 권력이 시장과 언론에게 분산되고 그 권력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 정통성에 위기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대안이 무엇입니까? 그렇습니다. 경제의 문제에 있어서 소비자주권을 뭐 얘기, 경제문제에 있어서 소비자주권의 이론이 나와 있습니다. 참, 되기 어려운 일이다라고 포기해 버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결코 포기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소비자의 각성된 행동, 단결된 행동은 상당한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그와 같이 대처하듯이 정치의 영역에서는 역시 시민 민주주의, 시민 주권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아무리 찾아보려고 노력을 해도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시민의 행동, 시민의 참여, 시민의 행동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참여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에 의한 참여 민주주의가 답이다, 일단 저는 그렇게 답을 내고 있습니다. |
8.
신뢰성이 있어야 됩니다. 남을 신뢰할 줄도 알고 또 남으로부터 신뢰받는 사람이, 신망이 아주 중요한 것이지요. 이것은요, 일관성과 얼입니다. 사람 딱 쳐다보면 믿음이 가는 사람이 있고 쳐다보면서 안 가는 사람이 있는데, 이게 신뢰성에는 잔머리를 복잡하게 굴리는 사람이 신뢰성이 아주 해롭습니다. 얼굴 표정에 나타나거든요. 신뢰성, 책임성이 있어야 합니다.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저처럼…. (일동 웃음 및 박수) 지금 제가 언론 개혁 끝까지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일동 웃음 및 박수) 이런 품성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말을 한마디로 묶어서 사람이 되어야 됩니다. (일동 박수)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나하고 가까운 우리에게만 따뜻한 사람이 아니라 넓은 우리에게 따뜻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
9.
말귀는 잘 알아듣는데, 손해나는 일을 부득부득 하는 사람, 이게 바보지요. 그래서 눈앞에 당장 가까이 보면 이익이 따로 있고 대의가 따로 있습니다. 근데 멀리 쳐다보면 대의가 이익입니다. (일동 박수) 그래서 눈앞의 이익을 볼 줄 모르는 바보가 되자, 앞으로 그래서 우리는 손해나는 일만 계속합시다. (일동 웃음 및 박수) 사람을 모아 봅시다. 설득하고 그리고 함께 설득… 일방적인 얘기여서 좋은 용어가 아닌 거 같지요. 함께 토론도 하고 공부도 합시다. 그리고 스스로 지도자가 되려고 노력합시다. |
10.
그 모든 것이 전략이 될 수도 있지만 마음속 깊이 그와 같은 전략일 때 전략을 뛰어 넘을 수 있고, 원칙일 때 원칙을 뛰어 넘을 수 있고, 전략일 때 전략을 뛰어 넘고 그대신, 그대신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11.
남의 기회주의는 용납 합시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는 절대 기회주의에 빠지지 맙시다. 오로지 소신과 원칙을 가지고 그러나 사람을 널리 포용하면서 걸어 갑시다. 제가 제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이 되라, 그렇게 했었는데 뭐 저도 실천 못하는 사람이지요. 저도 집에 가서 뭐, 아내하고도 싸우고 그러는데요, 뭐. 그렇기는 하지만 꾸준히 그런 의식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시민에 의한 시민주권사회 실현을 위한 참여 운동을 가열차게 펼쳐갑시다. |
12. (이 부분은 퇴임 직전 하신 말씀 - 청와대 브리핑에서)
정치지도자나 대통령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결국, 그 시대를 살고 역사를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꿔내지 못하면, 역사의 진보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대통령 하나 뽑아놓고 그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 우리는 항상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권력으로 무엇을 해내고자 한다면 한 사람의 대통령을 만들 것이 아니라, 그 사회에 가치와 이념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흐름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시민, 지도자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시민, 나아가 스스로 지도자가 되려는 시민이 많아져야 합니다.
저도 다시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특별한 사람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사회의 주권자로서,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존재할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민주주의가 완결된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아직도 민주주의가 더 발전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 길에는 모든 시민들이 동행할 것입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 지향이 뚜렷하고 각성이 있는 사람은 그 길로 동행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길을 저는 계속 가는 것입니다. 제 당대에 진보적 시민민주주의의 완성을 보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누려야 할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우리는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그렇게 하면 한 발 한 발 역사가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자유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주권시대를 열어나갑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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