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에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에서 마련한 4대강 사업 관련 정책포럼이 있었다. 연사가 우석훈 박사여서 책에 싸인이나 받을까 하고 간 자리였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1. 20세기 경제학의 동향을 설명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들었는데 강단 학계의 이야기라서 그다지 와닿지 않은 분들도 있는 것 같다.
2. 그동안 우리 나라 경제 발전이 연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륙이 소외되었다는 점, 내륙에서 개발을 원하는 힘이 강하다는 점은 이해가 되었다. 이명박이 재벌들에게는 신자유주의를, 지역에는 토건주의(정부의 지나친 개입)를 편다는 것도 정확한 분석이었다.
3. 질문하신 분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나라 많은 어르신들이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운하의 차이를(운하가 얼마나 비경제적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난 천성산 사건 등으로 환경운동가들이 반대만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있었다. 신뢰를 잃은 것이다.
4. 우석훈 선생이 참여 정부 때 생긴 골프장 300개 등등에 한이 맺힌 것은 이해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업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지자체장 90%가 딴나라당인데 어쩌라고? 행정수도 이전 사업에 대한 선생의 견해는 이렇다. 행정수도 이전하고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공공기관 나간 자리에 아파트 지으면 인구가 도리어 몰리는 것이 아닌가,, 뭐 이런 이야기였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수도권 분산, 지역 균형에 대해 가장 큰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은 참여 정부였는데, 그것을 인정하면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가보자 이런 건 없고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게 아닌가?
5. 우석훈 선생의 강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지역 살리기, 농촌 살리기 사업으로 바꾸어가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논의가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않았다. 지역에, 농촌에 돈도 없고, 인재도 없는 판국에 어떤 식으로? 돈이 없고 사람이 없는데... 제대로 생각박힌 인재가 없으니 지자체가 자꾸 이상한 짓만 하는 것이 아닌가. 서울이 지방을, 도시가 농촌을, 파트너로 보고 다같이 공동체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움직이지 않고는 답이 없다.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담론이 절실하다. 선생께 질문했으나 만족스런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6. 봉하 마을이 농촌/지역 살리기의 한 예가 될 수 있느냐는 내 질문에 단호하게 그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나? 고향에 내려간 것만 해도 엄청난 시도가 아닌가? 선생은 프랑스와 스위스의 예를 들지만, 그들 나라의 경제적/문화적 토대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도시 사람들이 돌아갈 수 있는 고향으로, 혹은 주말에 쉴 수 있는 곳으로, 안식처로 농촌을 살리고자 했고, 물론 이런 시각에도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 분은 도시와 농촌의 삶을 한데 엮어서 같은 운명체로 사유하고 실천하고자 했다. 학자들에겐 그런 관점이 부족하다. 우리의 실험은 낮게 보고 유럽만 너무 숭상하는 듯.
7. 그래도 우석훈 선생은 경제학자들 중에서 지역 경제를 고민하는 거의 유일한 분인데, 강단 학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삶의 자리를 두루 고민하는 보기 드문 학자라고 보았는데, 이 정도의 의견을 제시하셔서 아쉬움이 너무 컸다. 학자들은 전체를 어떻게 얽어가야 할지, 어떤 식으로 하면 실천이 가능한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유시민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책 입안의 경험 때문인지 훨씬 시원스러웠다. 현재로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명확히 보면서 가능한 쪽으로 조금씩 움직여가고자 했다.
8. 종부세만 해도 지방교부금인데, 그런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일까? 참여 정부에 물론 한계가 많다. 그러나 그 한계를 고민하고 충고하고 조언하면서 함께 나아가려는 태도가 학자들에게 부족했다. 내 정부라 생각지 않고, 함께 가야 할 이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의 정부라고 생각했던 것. 그저 맑스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만 했을 뿐.
1. 20세기 경제학의 동향을 설명한 부분은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들었는데 강단 학계의 이야기라서 그다지 와닿지 않은 분들도 있는 것 같다.
2. 그동안 우리 나라 경제 발전이 연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내륙이 소외되었다는 점, 내륙에서 개발을 원하는 힘이 강하다는 점은 이해가 되었다. 이명박이 재벌들에게는 신자유주의를, 지역에는 토건주의(정부의 지나친 개입)를 편다는 것도 정확한 분석이었다.
3. 질문하신 분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우리 나라 많은 어르신들이 경부고속도로와 경부운하의 차이를(운하가 얼마나 비경제적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지난 천성산 사건 등으로 환경운동가들이 반대만 하는 사람으로 낙인 찍혀 있었다. 신뢰를 잃은 것이다.
4. 우석훈 선생이 참여 정부 때 생긴 골프장 300개 등등에 한이 맺힌 것은 이해하지만, 당시 대부분의 사업이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지자체장 90%가 딴나라당인데 어쩌라고? 행정수도 이전 사업에 대한 선생의 견해는 이렇다. 행정수도 이전하고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드는 것은 좋지만, 공공기관 나간 자리에 아파트 지으면 인구가 도리어 몰리는 것이 아닌가,, 뭐 이런 이야기였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수도권 분산, 지역 균형에 대해 가장 큰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은 참여 정부였는데, 그것을 인정하면서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가보자 이런 건 없고 무조건 비판만 하는 게 아닌가?
5. 우석훈 선생의 강의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을 지역 살리기, 농촌 살리기 사업으로 바꾸어가야 한다는 것인데, 여기서 논의가 한 발자국도 진전되지 않았다. 지역에, 농촌에 돈도 없고, 인재도 없는 판국에 어떤 식으로? 돈이 없고 사람이 없는데... 제대로 생각박힌 인재가 없으니 지자체가 자꾸 이상한 짓만 하는 것이 아닌가. 서울이 지방을, 도시가 농촌을, 파트너로 보고 다같이 공동체의 운명을 생각하면서 움직이지 않고는 답이 없다. 모두가 함께 갈 수 있는 담론이 절실하다. 선생께 질문했으나 만족스런 답변을 얻지는 못했다.
6. 봉하 마을이 농촌/지역 살리기의 한 예가 될 수 있느냐는 내 질문에 단호하게 그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 무엇이 대안이 될 수 있나? 고향에 내려간 것만 해도 엄청난 시도가 아닌가? 선생은 프랑스와 스위스의 예를 들지만, 그들 나라의 경제적/문화적 토대는 우리와 전혀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도시 사람들이 돌아갈 수 있는 고향으로, 혹은 주말에 쉴 수 있는 곳으로, 안식처로 농촌을 살리고자 했고, 물론 이런 시각에도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이 분은 도시와 농촌의 삶을 한데 엮어서 같은 운명체로 사유하고 실천하고자 했다. 학자들에겐 그런 관점이 부족하다. 우리의 실험은 낮게 보고 유럽만 너무 숭상하는 듯.
7. 그래도 우석훈 선생은 경제학자들 중에서 지역 경제를 고민하는 거의 유일한 분인데, 강단 학계에 머물러 있지 않고 우리 삶의 자리를 두루 고민하는 보기 드문 학자라고 보았는데, 이 정도의 의견을 제시하셔서 아쉬움이 너무 컸다. 학자들은 전체를 어떻게 얽어가야 할지, 어떤 식으로 하면 실천이 가능한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유시민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정책 입안의 경험 때문인지 훨씬 시원스러웠다. 현재로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명확히 보면서 가능한 쪽으로 조금씩 움직여가고자 했다.
8. 종부세만 해도 지방교부금인데, 그런 작은 진보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일까? 참여 정부에 물론 한계가 많다. 그러나 그 한계를 고민하고 충고하고 조언하면서 함께 나아가려는 태도가 학자들에게 부족했다. 내 정부라 생각지 않고, 함께 가야 할 이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남의 정부라고 생각했던 것. 그저 맑스주의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만 했을 뿐.
9. 지금 우리 나라 교수들 중에서 현실과 계속해서 싸우는 이들은, 1인 시위를 하고, 이명박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이들은, 행동으로 싸우는 이들은 한 줌도 안 되는 맑스주의자들밖에 없다. 그것이 너무 안타깝다. 지금과 같은 난국에서 이분들의 투쟁은 귀하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이분들은 너무나 자주 현실을 버리고 이념으로 도망가는 모습을 보여왔기에(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다.) 참여정부 때 이분들한테 발언권이 주어졌지만, 그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한 것 같다(내가 틀릴 수도 있다. 자세한 건 잘 모르니). 전교조만 하더라도 참여정부 초기에 나이스 반대 투쟁하다가 한 세월 다 보내는 바람에 교단을 개혁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놓쳤다. 물론 지금까지 전교조가 해온 일이 참으로 많지만, 지난 5년을 생각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10. 한국 사회가 참으로 척박하다 싶다. 우리 삶의 질을 개선하는 문제를 고작 개발 사업으로 풀려고 하고 그게 또 가장 강력하게 먹히다니. 후진국이다. 이제는 정말로 우리 삶의 자리를, 생활의 터전을, 그 모습을, 스스로 주인이 되어 고민하고 가꾸어야 할 때다. 그것은 곧 우리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서울중심으로도 안 되고, 지방분권만으로도 안 되고, 개인과 개인이, 대도시와 중소도시가, 도시와 농촌이, 다같이 함께 풀어갈 문제인 것 같다.
11. 지금 우리 나라에 필요한 건 '민족주의'가 아닌가 싶다. 물론 배타적 민족주의 말고. 군국주의도 말고. 도시와 농촌, 남과 북, 산과 강까지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동반자로 여길 수 있는, 공동 운명체로 여길 수 있는, 그런 민족주의. 이곳은 우리가 살아가야 할 땅,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이 있는 땅이기에. 유럽은 계급적 연대, 사회적 연대가 강하지만, 그것이 우리 나라에서 똑같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 우리 나라에 필요한 것은 민족적 연대가 아닐까. 이 땅에 살고 싶어 오는 타자들까지 포함해서. 새로운 연대, 공동체 의식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추상적인 유토피아는 사회의 가장 사악한 경향과 너무나 쉽게 제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당면한 현실'을 '현실'로 '절실하게' '느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 아도르노 / 미니마 모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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