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멋진 책이다. 우리 마음 속 고정관념을 여실히 까발려 준다.
이 책은 내게 결정타를 날렸고, 내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상적인, 사소한 모든 폭력을 거부해야 함을 깨우쳐 주었고, 지난 날을 가슴 아프게 반성하게 했다.
저자는 어린이의 의지를 꺾고 노골적이거나 혹은 은밀하게 폭력을 휘두르고 조종하고 협박하는 '죽음의 교육'을 강력하게 비판한다. 아기들에게 프로이트가 말한 죽음애적 성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 안의 공격성은 학대받는 경험을 통해서 생겨나는 것이지 선천적 경향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상화된, 그래서 우리가 무감각하게 받아들이는 폭력에 대해 깊이 분노하고 있으며, 히틀러, 스탈린 등의 인물과 여러 사례를 통해서 영유아기 시절의 학대의 경험이 이후 삶에 미치는 총체적인 영향을 분석한다. 그리고 아이를 매로 다스려야 한다는, 세세대대로 내려오는 인습이 우리 사회의 폭력을 낳는 원천이라고 보았다. 특히 르완다나 카메룬 같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끊이지 않는 유혈 사태의 원인이라고.
우리가 일상적인 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면 보다 사랑에 넘치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이 저자의 신념이다. 악은 인간 본성의 일부가 아니며 사랑과 배려를 받으며 자란 아이는 전쟁을 일으키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체벌과 부정의 교육 속에서 자신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며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이중적인 삶을 영위하는 수가 많다고 한다. 생존 본능에 따라서 역할 연기를 하게 되며, 감성이 둔화되고 사고가 폐쇄되며 심각한 경우에는 뇌손상을 입기도 한다.
그러한 어린 시절을 정직하게 대면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부모를 이상화하지 않고, 진실을 바로 보라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크나큰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그것을 통해서만 우리는 폭력의 고리를, 때려서 상황을 통제하려는 충동을 끊을 수 있다고 했다.
몸을 존중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저자는 우리 의식은 기억하지 못할지라도 우리 몸은 굴종의 경험을 오롯이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습관적으로 행해지는 작은 폭력들.. 머리를 살짝 쥐어박는다거나 하는 것 역시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몸을 존중하는 법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그의 존재 전부를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지지를 받지 못한 많은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 존재를 받아주었던 '간접 보호자'가 있었으며, 어른의 경우에는 그들 편에서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전문가 증인'이 필요하다는 것도 의미심장한 이야기였다.
이 책은 매우 아름다운 에필로그로 끝을 맺는다. 저자는 권위에 기반을 둔 종교가 낳는 폭력을 비판하며 예수를 이야기한다. 예수의 가르침이 근본적으로 교회 속에 파고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예수가 받은 교육과 그의 성격 사이에 명백한 관계가 있다고 보았다.
예수를 탄생케 한 이승의 부모는 예수에게 벌을 준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으며 고분고분함을 요구하지 않았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그 때문에 예수가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탐욕적인 인물이 되기는 커녕 예수는 강인하고 의지적이며 현명한 사람으로 자랐다고. 격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것의 포로가 되지 않았고, 거짓을 꿰뚫어보는 용기를 지녔다고.
사랑받는 아이가 지닌 하느님의 형상에는 그가 최초로 받은 선한 경험이 반영되어 있다. 우리의 자녀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하느님의 아들'로 바라보기를 저자는 희망하고 있다.
사랑의 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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