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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클래스'다. 스쿨이 아닌 '클래스'. 교실이라는 '생태계'를 이처럼 리얼하고 정직하게 보여준 영화는 지금껏 없었다. 칸 황금종려상을 받을 만하다. 감독은 원작이 된 소설을 읽고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직접 학생들과 일 년여 함께 생활을 하며 영화를 찍었다. 영화 속 학생들은 모두 실제 학생들이다. 다큐와 픽션의 사이에 있는 작품.
배경은 프랑스 파리의 이민자들이 많은 변두리 중학교, 프랑스어 교사인 마랭 선생님과 스물 몇 명의 악동들이 주인공이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실 속 대화로만 전개되는데, 그 대화는 사뭇 살벌하고 아슬아슬하다. 이민자의 자식,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의 목소리는 자주 교사를 향한 적대감으로 표출되고 그러한 부딪힘, 상처, 불안, 다툼의 지루한 나날들과 아주 가끔 섬광처럼 찾아오는 일치의 순간들로 채워진 일 년이 지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승자도 패자도, 구원하는 자도 구원 받는 자도, 눈물도 감동도 없다. 다만 구체적이고 생생한 삶이 있을 뿐이다. 영화 속 모든 인물들은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고, 그 말들 때문에 상처 받지만, 자신의 생각과 의견에 당당하다. 교사 역시 구원자 역할을 하지 않으며, 살아 있는 한 인간으로서 아이들과 부딪힌다.
영화 곳곳에서 우리와의 문화적 격차를 느낄 수 있다. 수업 방식도, 평가 방식도 다르다. 마랭 선생님의 수업을 통해 아이들은 특별히 무슨 지식을 얻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대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이 세계 속에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이 과정이 지속된다면 아이들은 흔들림없이 그 어떤 곳에 있든 자신의 삶을 살아낼 것도 같았다.
우리에게, 나에게 클래스는 과연 무엇일까. 클래스는 무엇을 하는 공간이어야 할까. 과거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도 아니고, 광장과 까페도 아닌, 오늘날 '클래스'는 무엇일까. 그 만남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런 화두만을 한아름 받은 영화였다. 다운 받아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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