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우리말의 풍경을 기록한 칼럼 모음집이다. 글쓴이의 격조 있는, 그러면서도 쉽고 고졸한 한국말 문장을 따라가는 즐거움, 자연 언어 현상에 대한 지적 이해가 있는 글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다. 언어 현상을 주제로 한 칼럼이라는 점이 좋았다.
이 글의 특징은 '풍경'이 뜻하는 바대로 저자가 관찰 대상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상과의 거리가 지나치가 멀거나 가깝지 않으며 대상으로부터의 '온기'가 느껴질 딱 그만큼의 거리다. 지나치게 세부적인 학문적 분석을 시도하지 않으며 대신에 우리를 둘러싼 언어 현상의 면면을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리 삶과 맞붙어서 생멸을 거듭하고 있는 자연 언어 현상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오고 그것을 더 섬세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안목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것은 이 글의 큰 단점이 되기도 한다. 저널리즘 글쓰기라서 객관성이 담보되어야 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뜨겁거나 차가운 글들도 섞여 있었으면 했다. 저자는 참여자라기보다는 관찰자의 스탠스에서 글을 썼고, 탁 꼬집기 보다는 에둘러 표현한 것들이 많았다. 그 점이 이 글을 우아하고 섬세하지만 한편으론 밋밋하게 여겨지도록 만들고 있다. 다 읽고 나서 가슴에 남는 무언가가 부족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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