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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이야기/여행 단상

표지를 따라 걸으며 - 운봉/인월 구간

by 릴라~ 2011. 9. 24.

 

 

2코스 시작해서도 둑방길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아이들은 물수제비를 띄우며 람천에서 한동안 놀았다. 나는 둑방길 위에서 쉬느라 별 생각이 없었는데, 다시 길을 나설 즈음에야 물에 다들 빠트렸으면 시원해졌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학생들이다보니, 남자 선생님이 왔으면 애들이 더 재밌었겠다 싶었다.

 

지리산둘레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다. 둘레길 표지판이 잘 갖추어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표지를 따라 걸으며 생각했다. 누군가가 만든 길을 따라 걷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구나. 길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그 길을 따라가보는 것도 괜찮았다. 어떤 길을 만들지, 혹은 어떤 길을 따라 걸어갈 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또한 같은 길을 가더라도 길에서 본 풍경은 저마다 다르다. 삶은 우리가 길에서 목격한 것들에 대한 저마다 다른 증언일 것이다.

 

표지는 드문드문 있었다.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곤 했다. 길을 잘못 든 건 한 번이었다. 막다른 길이라 갔다가 다시 돌아나왔다. 표지가 계속 나타난다면 그것은 우리가 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우리가 가고자 한 길에서 너무 멀어지면 표지를 찾아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

 

이는 우리 삶에 대한 은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면 우리는 길에서 우리를 이끄는 표지들을 하나씩 만나게 될 것 같았다. 길을 잊어버릴 만하면 표지가 우리를 부를 것이기에, 우리는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길을 잃었다면, 혹은 길을 더듬거리고 있다면 우리를 둘러싼 풍경을 더 깊고 넓은 눈으로 응시할 필요가 있으리라. 그렇다면 머지 않아 길이 그대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지리산길은 내게 가만히 말해주고 있었다.

 

 

* 걸은 날 : 2011. 8.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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