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870 학부 시절 세 분 선생님 학부를 졸업한 지 벌써 십 년이 넘었고... 직장 생활하다 보니 그 시절을 별로 떠올릴 틈 없이 살았다. 2주 전 대구/경북 지역 교수 시국 선언을 보고 낯익은 이름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갑던지... 대학 때 직접 배운 선생님들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은 네다섯 분 정도인 것 같다. 그 중 세 분의 성함이 명단에 있었다. 우리 과에서는 이주형, 서종문 두 분 선생님이 명단에 계신데 서종문 선생님 수업은 내가 못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이 잘 안 난다. 이주형 선생은 현대문학, 그 중에서도 경향문학 전공이고... 대학 때 공부 안하고 워낙 놀았던 까닭에 애착을 가진 과목이 별로 없고 기억에 남는 것도 많지 않은데, 3학년 때 이주형 선생님이 채만식의 삶에 대해 길게 말씀하셨던 그 날의 한 장면이 내 기억 속에 .. 2009. 6. 23. 논어 한글역주 1~3 - 김용옥 논어 번역본을 예전에 사놓고도 읽지 못했는데, 김용옥의 해설이 붙은 이 책은 참 재미나게 읽었다. 이 책의 장점은 논어 속에 드러난 공자의 삶과 그 주변 인물들의 드라마를 생생하게 복원한 것이다. 논어에 대한 최신 이론과 학설들을 언급하여 새로운 의미로 논어를 해석하는 점도 좋다. 김용옥의 목소리를 따라가노라면 왜 동양에서 공자의 논어가 서양의 성경과 맞먹는 가치를 지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논어는 學而時習之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 라는 유명한 구절로 시작된다. 김용옥은 공자의 學은 그냥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발신자와 수신자 사이의 이해 구조라고 말한다. 習 역시 예습/복습이 아니라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공자는 평생을 때에 맞추어 끊임없이 정진하며 삶의 기쁨을 맛보았던 사람이다. 그.. 2009. 6. 23. 열정적 고전 읽기 - 조중걸 열정적 고전 읽기(철학 1)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조중걸 (프로네시스, 2006년) 상세보기 우리는 왜 고전을 읽는가.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고전 이외에 어디서도 삶 전체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우리가 고전 속에서 만나는 것은 과거의 천재들이다. 오늘 우리가 품는 의문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의문들 때문에 고통스러워했고 상상하기 어려운 분투를 통해서 그 나름의 통찰을 보여준 천재들. 저자는 그들의 세계관과 삶과 지식에 귀기울이는 것은 우리 삶의 소외된 부분들을 다시 밝히는 작업이고,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전 속을 여행하는 것은 미래 속을 사는 것이라고. 이 책은 유명한 고전 중의 한 부분을 골라서 엮어놓은 것이다. 영어 텍스트 + 번역한 텍스.. 2009. 6. 21. 대통령 노무현으로부터의 편지 메일함이 꽉 차서 삭제를 하다가 '대통령 노무현'이란 이름을 발견했다. 2007년 5월 14일에 온 편지. '스승의 날을 축하드립니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 그 편지를 열어보고, 선생님들 노고에 감사한다는 대통령님 목소리 듣고 무척 감동했었는데.... 플래쉬 편지였고, 만화 캐릭터로 그려진 노대통령께서 직접 육성으로 전국 각지의 교사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편지였다. 당신께서 자라시면서 선생님들로부터 배운 가치 있는 것들을 조근조근 말씀하셨다. 이제 플래쉬는 연결되지 않고, 대통령께 답장을 보낼 수도 없다. 비어 있는 빈 페이지가 이렇게 허전할 수가 없다. 아마 내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편지일 것이다. 그처럼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자 애쓰셨던 분을 우리는 하늘로 보내고 말았.. 2009. 6. 13. 길 - 칼 융 자신의 길을 가는 많은 사람들이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사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 그는 자기 자신만의 법에 복종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자신에게 새롭고 놀라운 길을 속삭이며 가르쳐주는 신령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 ... 이 목소리의 부름에 깨어났다고 하는 사람은 적지 않다. 이들은 이 소리를 듣고 즉시 남들과는 구분되어 남들은 모르는 문제와 맞닥뜨린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 남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기조차 불가능하다. 무너뜨릴 수 없는 편견의 벽에 가로막혀 이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너라고 별 수 있는 줄 아냐?" 하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또는 "그런 게 어딨어"라고 한다. 만일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금세 병적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린다... 2009. 6. 11. 박수기정 넘는 길 - 제주올레 9코스 제주 올레길의 매력은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 길, 그 길 사이사이에서 만나는 산과 오름과 계곡, 그리고 그곳을 채우고 있는 바람, 파도, 바위, 갈대, 들꽃, 뭍 생명들이다. 지리산과 같은 장중함은 없지만, 화산섬이라 그런지 작은 섬 안에 다채로운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빈 해변이 이토록 아름답구나 하고 느낀 곳이 제주이다. 자연 그대로의 길이 아주 길지는 않다. 이 길이 30분만 계속되면 좋겠다 싶지만 야생적인 해변이나 숲길은 때로는 5분, 10분만에 끝이 난다. 그리고 인가와 사람들이 만든 길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것은 올레길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원시적인 자연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이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만나는 길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처음 걷기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2009. 6. 10. 존재는 가슴으로 말한다 - 제주올레 8코스 자연은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는다. 그것을 속에 담아두지 않는다. 흘려보내고 또 새로운 순간을 맞이한다. 비도 바람도 한겨울 추위도 자연의 피부에 흔적을 남길 뿐, 자연은 고통을 자기 안에 쌓아두지 않는다. 그들 존재의 중심은 언제나 변함없는 생명력일 뿐... 그들에게도 기억이 있지만 그것은 그들의 피부에 쌓이는 주름일 뿐... 우리의 모든 경험도 우리 피부에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피부에 켜켜이 지층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발레리는 이렇게 말한 것이 아닐까. 피부야말로 가장 깊은 것이다... 라고. 피부 아래엔 아무 것도 없다. 아니 오직 있는 것은 그 모든 지층으로부터 자유로운 가슴이다. 하늘만큼 넓은 가슴, 빈 가슴이 우리 안에 존재한다. 우리 가슴은 언제나 .. 2009. 6. 8. 네 방에 아마존을 키워라 - 베티 도슨 "원한 것은 사랑인데, 얻은 것은 페니스다." 줄리아 크리스테바의 말이다. (이 동네 분들은 어쩜 이렇게 리얼한지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전적으로. 그리고 여성들이 자신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토록 많은 대가를 치루어서 얻은 것이 사랑이 아니라 혹시 페니스는 아닌지를. 사랑은, 같은 지평을 바라보지 않고서는, 동지가 되지 않고는, 실패이므로. 비벌리 엔젤에 따르면, 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지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라 할지라도 여성은 관계 속에서 자아를 상실할 가능성이 크다. 그녀는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들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이렇다. 여성은 육체적 관계를 맺을 때 상대방을 향한 정서적 장벽을 낮추고 그에게 몰입하는 호르몬 구조를 갖고 있기.. 2009. 6. 7. 바람과 함께, 파도와 함께 - 제주올레 8코스 다시 존모살을 찾은 날은 바람이 세게 불고 파도도 세차게 일렁거렸다. 모래 카펫에 앉아서 파도 소리를 들었다. 해안으로는 파도가 쉼없이 밀려오고, 물결이 솟았다가 허물어지고, 구름이 움직이고, 햇살이 비치고, 바람이 춤을 추고, 지구가 한 바퀴 돌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별들이 움직이고... 내 몸속에도 파도가 밀려오고, 바람이 불고, 별들이 속삭이고.. 지구가 돌고... *걸은 날. 2009. 4. 25. 2009. 6. 6. 공부의 비결 - 세바스티안 라이트너 공부의 비결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세바스티안 라이트너 (들녘, 2005년) 상세보기 학습은 짧은 간격을 두고 매번 성공을 경험하게 해줌으로써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 이상한 무엇, 알 수 없는 충동, '일 자체에서 오는 기쁨', 공부에 대한 흥미와 노동의 매력이 창출된다. 그리고 이런 것들이 재능, 소질, 나아가서는 천재성까지 만들어낸다. (pp98) 공부에 대해서라면 흔히 두 가지 입장이 있다. 암기/행동/결과를 중시하는 고전주의/행동주의적 입장과 이해/통찰을 중시하는 진보주의/인본주의/인지주의적 관점이 있다. 이 책은 이 두 가지 관점의 사이에 있다. 저자는 지금의 학교 굥부는 10%의 학생들만 성공을 경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이 학생들은 즉각적인 보상 없.. 2009. 6. 4.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 에릭 부스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삶이 되는 길 연극 배우이자 줄리어드 등에서 평생 예술과 미학을 가르쳐온 저자가 하는 이야기를 한 마디로 줄인다면 ‘예술을 감상 대상으로 보지 말고 탐구하라’이다. 예술을 감상 대상으로 볼 때 예술은 좋은 것이긴 하나 삶의 주변적인 것이 되며, 그 감상의 기쁨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그러나 예술을 탐구하기 시작할 때 모든 사람들의 삶이 변하고 일상이 변하고 세상도 변한다는 것이 저자의 믿음이다. 그가 보기에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나 관점이나 기술이 누구나 자연스레 터득할 수 있는 것들이다. 다만 우리가 그런 재능을 계발하는 것을 게을리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art'의 어원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이며, 예술은 결과로서의 작품이 아니라 행위라는 것이다... 2009. 5. 31. 기억 (노무현 대통령 영상 자료) 민중가요 부르는 대통령 http://tvpot.daum.net/clip/ClipView.do?clipid=15727393 영상다큐 - 노무현의 전쟁 2부 꿈 (2000 부산 선거 과정 다큐) http://www.tagstory.com/video/video_post.aspx?media_id=V000166073 그밖의 자료 http://offree.net/entry/ROH-MooHyun-My-President-21 2009. 5. 31. 春怨 - 봉하에 다녀와서 春怨(춘원) / 王安石(왕안석) 掃地待花落 (소지대화락) 惜花輕著塵 (석화경착진) 遊人少春戀 (유인소춘연) 踏花却尋春 (답화각심춘) 땅을 쓸고 꽃잎 떨어지기를 기다리나니 그 꽃잎 티글 먼지에 더렵혀질까 안타까워라 놀이꾼들은 봄 사랑이 모자라 그 꽃잎 즈려밟고 봄 찾아 헤매이누나 지난 화욜 밤, 봉하에 다녀왔다. 대구 수성 IC에서 한 시간 거리, 너무 가까운 거리가 내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렇게 가까운데 왜 한 번도 가지 못했는지. 갈 기회가 한두 번도 아니고.. 몇몇 모임에서 가자고 여러 번 연락이 왔었는데... 좀 조용해지면 가야지 했었다. 나까지 가서 바쁜 분 성가시게 하는 것 같아서,, 다른 분들 다 가고 나서 가려고 했었다. 그 분 농부 생활이 이처럼 빨리 끝날 줄은 정말 몰랐다. 그 분.. 2009. 5. 31. 2002년 그리고 2009년 생각해보면 너무 많은 것을 잊었던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 5년 동안 조중동의 전방위적인 공격, 그 편을 든 한국인의 집단관념이 너무 강하여 2002년 겨울을 뜨겁해 했던 많은 사람들의 꿈과 소망이 다소 빛을 바랬던 것 같다. 대선 때, 그리고 탄핵 정국 때 젖먹던 힘까지 다 쏟아부었기 때문에 한동안 진이 빠져서일 수도 있고 또 워낙 대통령께서 깨끗한 정치를 펼치셨던 터라 부패, 남북관계, 그밖의 여러 것에 대해서 마음놓고 있어서기도 하다. 7년 전 그분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사람 사는 세상'이 어느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끝없이 가야 하는 머나먼 길임을 깨닫게 되고 그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과정에 삶의 정수가 담겨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결국 노랫말처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이.. 2009. 5. 26. 그 사람 노무현 - 유시민 2009. 5. 25. 이전 1 ··· 105 106 107 108 109 110 111 ··· 12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