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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 - 황농문 몰입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황농문 (랜덤하우스코리아, 2007년) 상세보기 개인적으로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몰입)’보다 황농문 교수의 이 책이 더 재미 있고 의미도 있었다. '플로우(flow)'란 외적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의식이 내적 질서를 이루어 어떤 일에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상태를 말한다. 집착이나 감정을 쏟아붓는 것과는 전혀 다르며,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도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상태, 목표 지점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사고와 의식의 '최적 상태'를 가리킨다. 그리고 편안함이나 이완에서 비롯되는 행복감보다 훨씬 큰 행복감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칙센트미하이의 책이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플로우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면 이 책은 저자 자신이 7년간 과제에 몰두하면서 얻게 .. 2009. 4. 12.
긍정 중독의 사회 요즘 우리 사회는 긍정 중독에 빠져있는 것 같다. 서점가를 비롯해서 어딜 가나 마주치는 게 긍정의 힘, 긍정적 생각... 블라블라... 긍정적 생각을 가지면 인생이 다 잘 풀리고 누구나 부자가 되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세상에 어려울 일이 뭐가 있나. 마인드 파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우리가 어느 정도로 큰 마음을 쓸 수 있는 그릇이 되는가 그런 문제이지 단순히 긍정적 생각을 한다고 현실이 바뀌지는 않을 터. 긍정적 생각은 우리가 물적 토대를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플러스 알파 정도일 듯.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보고 나쁜 것을 나쁜 것으로 볼 줄 아는 것, 그런 지혜가 필요한 시대인 것 같다. 단순한 것 같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지금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투명.. 2009. 4. 10.
도심 속 작은 자연, 금호강변을 걷다 대구 녹색소비자연대에서 찾은 걷기 좋은 길, 금호강변을 걷다. 2~3시간 동안 강을 따라 걸으면서 이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 그래도 살아있는 ‘작은 자연’을 만났다. 도시는 자연과 완벽하게 격리된 공간이다. 가로수가 늘어서 있고 꽃이 피어나고 공원과 호수가 있지만 그 모두는 인공적인 세계 속에 갇혀서 저마다 따로따로 서 있을 뿐 이 도시에 자연은 없다. 자연은 하나의 전체적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움직이는 세계, 인간의 법칙이 아니라 자연의 법칙이 작동하는 세계. 강물이 굽이쳐 흐르고 새가 날아들고 그 옆으로는 갈대와 풀이 무성하고 이 모두가 서로 어울려 계절마다 다른 소리를 내는 것, 하나의 완전한 세계, 그것이 자연이다. 이 자연이 금호강을 따라서 애처로울 정도로 희미하게 살아 있었다. 조.. 2009. 4. 5.
행복에 대하여 - 대구시향 354회 정기연주회를 다녀와서 지인의 권유로 올초에 대구시향 정기회원에 가입했다. 가장 싼 좌석이 일년에 3만 6천원. 12회 이상 교향악단의 정기공연을 지정석에서 볼 수 있는 점을 생각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 없다. 물론 대구시향이 서울이나 대전 쪽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지만 이 가격에 교향악단의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행복감에 비한다면야...^^ 지난 화요일 정기연주회 곡목은 윌리엄텔 서곡,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 3번, 그리고 교향곡 '운명'. 대중적인 곡이어서 그랬는지 평소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냥 흔하게 듣던 윌리엄텔 서곡이 이렇게 아름다운 곡인 줄 처음 알았고, 오랜만에 들은 '운명'은 정말 감동. 다른 이의 곡은 곡 자체를 즐기는 데 반해서 베토벤의 곡에서는 언제나 운명을 초극한 당당한 '한 인간'이 느껴진다... 2009. 4. 3.
눈길 밟으며 백록담 가는 길 - 한라산에서 제주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다. 일기예보는 우리가 여행하는 4박 5일 내내 흐릴 거라고 했는데, 간간이 햇살을 보았고, 한라산에 입산하는 날은 기막히게 청명한 날씨였다. (산행 시작 지점인 성판악으로 가면서 5. 16 도로를 지났다. 박정희의 쿠데타를 기념해서 만든 도로라고 한다. 이젠 이름을 바꿀 때도 된 듯.-.-; ) 2월 중순, 제주에는 이른 봄이 찾아왔지만 성판악에서 진달래밭 지나 백록담 가는 길은 초입을 제외하고는 눈이 그대로다. 어떤 길은 1m도 넘게 쌓여 있다. 눈이 없었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이 꽤나 지루했으리라. 하지만 이 날은 폭신폭신한 눈길을 밟으며 산을 오르는 기분이 그렇게 신선할 수가 없었다. 한라산의 둥근 능선은 물론이고 백록담까지 선명하게 제 모습을 드.. 2009. 3. 30.
변화에는 단계가 있다 처음 새로운 어떤 것을 접하게 될 때, 우리는 자신의 마음이 열리고 세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기뻐한다. 여행도 공부도 그렇게 시작된다. 배낭여행 초기 몇 년간은 특별한 순간과 만남이 너무나 많았고 그런 체험들이 나를 형성해왔다고 생각했다. 대학원 공부도 마찬가지. 서른 넘어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참으로 재미가 있었다. 쿵푸는 또 어떤가. 삼십년간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이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진입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좀 더 시간이 흐른 후에 우리는 발견하게 된다. 작은 일을 다루는 능력은 신장되었지만 그보다 더 큰 일 앞에서는 전혀 변하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삶의 크고 작은 고비 앞에서 여전히 걸려넘어지는, 하나도 더 나을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 2009. 3. 26.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감독 데이비드 핀처 (2008 / 미국) 출연 브래드 피트, 케이트 블란쳇, 태라지 P. 헨슨, 줄리아 오몬드 상세보기 3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 타임. 호흡이 긴 영화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스토리텔링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천천히 넘어가는 화면, 그래서 장면마다 생각하면서 보게 되는 영화. 일종의 ‘보는 소설’. 헐리우드 영화의 전형적인 서사 구조가 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를 지배하는 화두가 ‘시간’이기에 재미있게 보았다. 우리를 둘러싼, 우리를 지배하는 시간. 사랑할 시간, 입맞출 시간, 포옹할 시간, 작별할 시간, 재회할 시간, 회상할 시간, 울 시간, 웃을 시간, 그리고 춤출 시간. 벤자민과 데이지는 영원히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들이 함께 보낸.. 2009. 3. 22.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서는 냥냥군이 그러더라. ‘리스크’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개념들이 처음에는 어느 천재가 홀로 창안한 것이고 그것이 수백년 동안의 논쟁을 거쳐서 보편적인 개념으로 정착된 것이라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학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해왔는데, 문제는 인간성 자체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과학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삶의 양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인간성은 그다지 진보하지 못했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 변화하는가. 물론 계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계기가 전부가 아니다. 여행을 많이 한다고 해서 인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인간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한 인간이 변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자신에 대해 생각할 시간, 자기 삶을 돌아볼 여유다. 자신에 대해, 삶에 대해, .. 2009. 3. 17.
만남 - 이성복 만남 내 마음은 골짜기 깊어 그늘져 어두운 골짜기마다 새들과 짐승들이 몸을 숨겼습니다 그 동안 나는 밝은 곳만 찾아왔지요 더 이상 밝은 곳을 찾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온갖 새소리, 짐승 우짖는 소리 들려 나는 잠을 깼습니다 당신은 언제 이곳에 들어오셨습니까 - 이성복 '그 여름의 끝'에서 2009. 3. 16.
자비를 팔다 - 크리스토퍼 히친스 진실을 파악하기 힘든 경우, 우리의 직관을 따를까, 아니면 이성적 판단을 따를까. 가장 좋은 것은 직관이 주는 느낌의 정체를 파헤쳐서 이성적 추론을 처음부터 새롭게 재구성하는 것이지 싶다. 마더 데레사를 비판한 히친스의 책을 읽었다. 번역이 좀 어색한 데도 불구하고 작가의 문장력과 표현력에 찬사를 금할 수 없다. 그는 데레사 수녀를 살아있는 성녀가 아니라 다국적 수도회의 수장으로, 보수 기독교 이념의 전파자로, 신비주의적 이념으로 세상의 고통을 미화하는 광신도로, 세속 권력의 하수인으로 평가 절하한다. 그가 증거로 제시하는 논거들은 타당하고, 내가 논박하기 어렵다. 마더 데레사가 세운 사랑의 선교회는 엄청난 기부금을 받고 있지만 그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분명히 알 수 있.. 2009. 3. 12.
월드비전, 그리고 한비야, 조금은 불편한... 휴직하면서 중단했던 후원을 하나둘 재개하면서, 아프리카 쪽을 후원할 단체를 찾다가 별 생각 없이 월드비전에 가입했다. 한비야씨가 홍보대사라 워낙 잘 알려져 있기도 하고... 가입하고 나서 혹시나 해서 단체 소개를 읽어봤는데 허걱, 기독교 단체다. 개신교의 공격적인 선교 행태를 익히 잘 아는지라 왠지 조금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월드비전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니... http://afterdan.kr/35 연간 모금액 800억 중에서 불과 18억을 긴급구호자금에 쓰고 있었다. 물론 다른 좋은 곳에도 많이 쓰겠지만, 월드비전이 한비야씨를 통해 긴급구호사업을 그렇게 홍보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미미한 액수다. 월드비전 말고도 좋은 단체가 많으므로 굳이 이곳을 후원할 필요가 없어서 탈퇴하려고 보니 월드비전 홈.. 2009. 3. 10.
다큐 - KBS 신실크로드 05편 <동으로 간 푸른 눈의 승려> 피타고라스의 창(http://bomber0.byus.net/) 주인장이 강추하길래 일부러 찾아서 본 다큐멘터리. 내가 무식한 건지, 우리 교육이 잘못된 건지, 이렇게 훌륭한 분을 여태 몰랐다니...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줄거리를 남겨둔다. 타클라마칸과 천산산맥 사이의 '불모의 산'. 그곳에 3세기부터 만들어진 키질 석굴이 있다.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석굴이라고 한다. 그리스풍의 화풍, 아프가니스탄에서만 난다는 라피스라즐리(청금석)의 푸른 빛이 유독 돋보이는 석굴이다. 라피스라즐리는 19세기 한 프랑스넘이 푸른 안료를 개발하기 전까지 유일하게 푸른 색을 나타낼 수 있었던 값비싼 보석이라 한다. 키질 천불동 석굴을 만든 이들은 쿠차 사람들. 실크로드 천산남로 중간에 위치한 쿠차 왕국은 교역의 중심지였다. 4.. 2009. 3. 8.
자유주의자의 십계명 - 버트런드 러셀 에서 퍼왔다. 러셀의 책은 사놓고 안 읽은 게 많은데, 다시 한번 차근차근 읽어보고 싶다. 공부할 게 많다는 것, 배움에 끝이 없다는 것, 이 사실이 요즘 나를 행복하게 & 좌절하게^^ 한다.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계명은 8번과 10번이다. A LIBERAL DECALOGUE by Bertrand Russell 자유주의자의 십계명 ― 버트런드 러셀 Perhaps the essence of the Liberal outlook could be summed up in a new decalogue, not intended to replace the old one but only to supplement it. The Ten Commandments that, as a teacher, I should wish t.. 2009. 3. 7.
이토록 뜨거운 순간 - 에단 호크 이토록 뜨거운 순간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에단 호크 (MEDIA2.0, 2005년) 상세보기 에단 호크.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특별히 영화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우에는 더더욱 관심이 없지만, 에단 호크는 내 기억 속에 뚜렷이 남아 있는 배우다. 고등학교 때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만난 청순한 소년, ‘비포 선라이즈’에서 나를 감동시켰던 젊은 날의 맑은 방황과 순수한 사랑, ‘가타카’에서 본 진지함과 치열함, ‘비포 선셋’에서 본, 그의 이마에 패이기 시작한 주름과 고뇌가 깃든 깊은 눈빛. 그의 눈빛이 늘 마음에 들었는데,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까닭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에단 호크의 자전적 소설로 알려진 은 그가 21살 때 겪은 사랑 이야기다. 배우로 성공하기 위해 뉴욕에 온 주인공과 .. 2009. 3. 4.
제주의 혼에 사로잡힌 남자 - 김영갑 갤러리에서 ⓒ 김영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몇 년 전 이 책을 읽고부터 제주가, 더 정확히는 한 남자가 내 마음 한 켠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사진작가 김영갑. 이십대 후반에 제주에 왔다가 그 야생적인 자연에 반해서 이십년 동안 쉴 새 없이 제주의 오름과 들판과 안개와 바다를 찍었던 남자. 밥값이 없어 굶으면서도 필름을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던 남자. 가난 속에서도 매년 전시회를 개최했던 남자. 책에서 그가 유고처럼 펼쳐놓은 글과 사진들은 특별하다는 말만으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그의 삶의 정수였다. 제주의 원초적인 자연 속에서 그가 온몸으로 느낀 ‘삽시간의 황홀’이 글과 사진 속에 밀밀히 배어 있었다. 나는 한 남자의 열정, 고독, 예술혼, 자연에 대한 사랑 앞에 깊이 감동했다. 보기 드문 구도의 정신이었.. 2009. 2.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