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전체 글1870

'한라산'을 가슴에 담다 - 성산일출봉과 우도에서 제주에 있으면서 성산항에서 이틀을 묵었다. 첫날은 올레 1코스를 걷고 나서. 둘째날은 우도를 보고 나서. 제주에서 가장 큰 바람을 맞았던 곳이지만 그곳의 고요한 정취와 밤의 적막함, 휘몰아치던 바람은 내 피부에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곳에서 성산일출봉 못지않게 많이 바라본 것이 있었으니 다름 아닌, 한라산이다. 제주의 중심부에 자리한 한라산은 날이 맑으면 제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지만, 장소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사뭇 다르다. 제주도가 지금은 개발로 많이 망가졌지만 (특히 요 몇 년 새 길에다 돈을 쳐발라서-.-;, 관통도로로 섬 곳곳을 헤집어놓았을 뿐 아니라 해안 일주 도로는 거의 고속도로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성산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의 풍모는 신비로웠다.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있어서.. 2009. 2. 25.
말미오름에서 바라본 성산포의 절경 - 제주올레 1코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 - 다비드 르 브르통 걸어서 만나는 세상에 중독되고 나면 차나 기차 등 탈 것에 앉아서 스쳐가며 바라본 그 어떤 풍경도 우리 마음에 진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한 걸음 한 걸음 두 발로 걸을 때, 비로소 세계의 풍경은 온전히 우리 자신의 일부가 되고, 우리 역시 그 세계의 일부가 된다. 두 발로 걷는 순간, 다리와 팔과 눈과 귀와 피부가 활동하기 시작하고, 무수히 많은 입자들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온다. 피상적이던 우리의 존재감이 커지고 우리는 이 세계 안에 튼튼하게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세계를 느끼기를 원한다. 2월 15일, 제주 올레 1코스를 걸었다. 제주 여행은 세 번째지만 그 속살을 느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대지와 바다를.. 2009. 2. 23.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 벨 훅스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벨 훅스 (모티브북, 2008년) 상세보기 벨 훅스의 새 책을 읽다. , 이후에 만난 반가운 책이다. 벨 훅스는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이론가다. 지배 권력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자신의 이름도 늘 소문자, bell hooks로 쓴다. 이 분의 문장이 참 좋다. 특별히 문장력이 좋다기보다는 문장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주어, ‘나’가 좋다. 자아가 숨김없이 드러난 글쓰기. 페미니스트적 글쓰기의 특징이다. 많은 학자들이 객관성 속에 숨어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상반된 태도다. (어디 학자들 뿐이랴.문학인도 마찬가지. 그래서 나는 공지영이 좋다. 솔직히 소설보다 인간 공지영 쪽이 더 마음에 든다. 문장은 다소 거칠고 매끄럽지 않지만 자신의 관점이 뚜렷이.. 2009. 1. 30.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 고미숙 ㅡ 연애불능의 시대에 저자가 전하는 사랑법 호모 에로스는 호모 쿵푸스다 고미숙의 책을 그간 몇 권 읽을 것 같다. 는 아주 좋았고, 은 보통이었고, 도 보통이었고, 는 실망이었다. 그리고 새로 나온 책 는 아주 좋았다. 전작 보다 생각할 거리가 많다. 이 분의 발랄한(?) 문체를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그게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시종일관 즐겁게 읽었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 에로스. 이 책은 우리 시대 사랑과 연애의 풍속을 되짚어보고,저자의 사랑관을 들려준 다음, 사랑의 달인 호모 에로스가 되기 위한 초식을 제시한다. 1. 먼저 현실 인식. 저자는 이 시대를 연애불능의 시대로 진단한다. 대중매체를 보면 바야흐로 연애만능의 시대가 도래한 것 같지만 이는 표피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작업의 공식, 이벤트, 기념일 챙기기, 각종 .. 2009. 1. 29.
두려움과 떨림 - 아멜리 노통브 두려움과 떨림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아멜리 노통브 (열린책들, 2008년) 상세보기 권위가 인간에게 강요하는 것, ‘두려움과 떨림’ 아주 오랜만에 산 문고판 책. 책도 예쁘고 가격도 착하다. 소설 같은 경우는 한 번 통독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같은 책을 열 번 스무 번 반복해서 읽었던 시절은 중학교 때가 끝인 듯.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펄 벅의 대지 등은 페이지를 외울 만큼 수십 번 봤던 책이다.) 문고판으로 저렴하게 출판되었으면 하는데, 우리 출판 시장이 그렇게 다양하지는 못한 것 같다. 이 책은 벨기에 출신 작가 아멜리 노통브가 일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쓴 자전적 소설이다. 일본 조직 사회의 경직성과 획일성을 유머러스한 문체로 재미있게 묘사했다. 회사의위계 조직이라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근.. 2009. 1. 26.
흐르는 강물처럼 - 파울로 코엘료 흐르는 강물처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파울로 코엘료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파울로 코엘료가 수필집을 냈다. 예상치 못한 일이다(내 예상에 전혀 권위가 없긴 하지만...^^). 소설책에 실린, 어떤 새와 함께 찍혀 있는 코엘료의 사진, 신비로운 풍모의 아름다운 중년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줄 줄은 몰랐다. 그는 늘 신비에 싸여 있을 것 같았는데... 사실 난 소설가들이 쓴 수필을 좋아하지 않는다. 소설가들의 최고 작품은 역시 소설이고, 그들의 수필은 대개 감상적이거나 진부하다. 수필은 사회과학이나 자연과학 전공자, 정치가, 예술가 등 각 방면의 프로가 쓴 게 내용도 훨씬 풍부하고 남는 게 있다. 예외적 인물은 딱 한 명, 이외수.이외수의 수필은, 자신의 삶 전부와 맞닥뜨리며 겪은 .. 2009. 1. 26.
럭셔리 코리아 - 김난도 우리 시대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단어 중 하나가 ‘명품’이지 싶다. 텔레비전, 광고, 신문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단어, 명품. 명품 아파트, 명품 연기, 명품 교육... 들을 때마다 거슬리는 단어지만, 한국인의 신분상승욕구와 맞물려서 앞으로도 긴 생명력을 유지할 같다. 그런데 대체 명품이 무엇일까. 루이비통, 구찌, 샤넬, 프라다??? 내게도 비슷한 게 하나 있긴 하다. 제대로 된 가방 좀 사서 쓰라는 엄마의 성화에 성과급 받은 걸로 하나 질렀다. 그다지 돈값은 못 한다(차라리 이 돈으로 여행이나 갈 걸..). 가방 같은 것에 워낙 관심이 없어서 사기 전엔 잘 몰랐는데, 주위를 보니 진짜건 짝퉁이건 온통 비슷한 류의 가방이라서(백화점 가면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든 사람 수십 명은 족히 만난다.) 들고 .. 2009. 1. 23.
좌절하면 변절한다 - 이해찬 오랜만에 읽은 좋은 글. 최근 읽은 것들 중에서 유일하게 내게 희망을 준 글이다. (마지막 부분이 특히...)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비판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안이 필요하다...등등...  (물론 울 나라 지식인들은 제대로 된 비판도 안 하지만...) 국정을 운영해본 사람답게 차분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짚고 있으며 그에 기초해 합리적인 비전을 제시해준다. '정치가'의 안목으로 우리가 가야 할 큰 방향-현대사를 극복하고 민주 국가를 완성하는-을 알려주고 그 실천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글이다. (이해찬 연설문. '사람사는 세상'에서 퍼옴)‘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앞으로의 10년, 20년을 잃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새해 들어 건강하시고 가정의 행복은 물론 특히 일자리 안 놓치도록 조심하시기를 바랍니.. 2009. 1. 19.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장 지글러 여러 곳에서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한 책인데, 제목이 무거워서 그동안 손에 잡히지 않았다. 냥냥군의 권유로 읽어본 책. 현재 지구촌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무엇일까? 많은 이들이 환경파괴, 전쟁, 에이즈 순으로 답한다. 그러나 유엔 식량 특별 조사관으로 평생 일해온 저자는 '기아'야말로 우리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한다. 그 중요성에 비해 사람들이 알려고 하지 않고, 말하려고 하지 않고, 언론이나 교육에서도 많이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이 책에서 저자는 '구조적 기아'를 다룬다. 자연재해 등으로 일어난 일시적 기아 말고 사회/경제적 구조에 의해 끊임없이 지속되는 기아 문제. 기아가 늘어난 인구를 저절로 조절해주는 자연의 현명한 선택, 즉 자연도태라는 멜서스 이래의 관념을 논박.. 2009. 1. 14.
사회를 바꾸는 아티스트 - 지승호 지승호의 두 번째 인터뷰집. 2003년판이다. 그 후 꽤 많은 책이 나왔으니, 이 책을 내가 좀 늦게 읽은 셈. 머리말이 재미있다. 자신을 '거리의 악사'에 빗댄다. 거리의 악사가 음악이 좋아서 거리에서 연주하고 돈을 구걸(?)하는 것처럼, 자신도 글쓰기가 너무 좋아서 이것으로 밥을 벌어 먹고 싶은(그게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 인터넷 비주류 논객이라고. 누구나 쉽게 읽고 남는 게 있는 사회과학 책을 쓰고 싶고, 인터뷰는 구어체라서 잘 읽히기 때문에 그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삼만 부 팔리는 책 한 권 내야 이천만 원 벌까 말까라면서(그것도 유명한 저자), 삼천 부 파는 자기는 그럼 열 권 내지 뭐... 라고 마음 먹었다던데 그 배짱이 멋있다. 실제 그 후로 10권 가까이 낸 것 같다. 강헌, 권해효.. 2009. 1. 14.
알라딘에 책 팔기  서가에 더 이상 꽂을 자리가 없어서 책 정리를 좀 해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알라딘 중고샵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소엔 예스24 이용) 앞으로 절대 안 볼 것 같은 책 스무 권 정도를 골라서 알리딘에 올려봤는데, 이런 전공 서적, 사회과학 서적이 과연 잘 팔릴까 하는 생각에 알라딘에서 자동 책정해주는 가격보다 조금 더 낮게 올렸다. 근데.... 이게 올리자마자 팔리기 시작하더니 주말 이틀 동안 14권이 금세 팔림... 소설보다 오히려 사회과학 서적이 더 잘 팔린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잘 팔리니,,,갑자기 책들이 귀해 보이고, 이 책 중요한 책인가... 앞으로 혹시 필요할까... 팔지 말 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또 책 정리가 목적이라 돈에 신경 안 쓰고 내놓았는데 (정가의 30~35% 정도).. 2009. 1. 12.
<브이 포 벤데타>, 미네르바와 브이 브이 포 벤데타 감독 제임스 맥테이그 (2005 / 독일, 영국, 미국) 출연 나탈리 포트만, 휴고 위빙, 스티븐 레아, 존 허트 상세보기 미네르바가 체포되었다. 허위사실 유포죄로. 그가 진짜 미네르바인가 정부의 조작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우리가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마약수사전담반을 동원해 미네르바를 체포하고 그의 신상을 공개한 정부의 못된 의도, 너무나 비열하고 치졸한 의도다. "너희가 숭배하는 미네르바는 공고와 전문대졸의 백수에 불과하다구. 그런 애송이의 말에 놀아난 너희가 얼마나 바보인지 알겠니?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살 것이지, 아랫것들이 뭘 안다고 설치나. 우리에겐 권력이 있으니 너희들 입을 막는 것쯤은 식은 죽 먹기라구. 이제부터는 다들 말조심 하셔." 미네르바의.. 2009. 1. 11.
놀라워라 -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김정옥 교수의 프리젠테이션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정옥 교수의 4대강 정비사업에 대한 프리젠테이션. 비극적 상황이지만, 보면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 설명 정말 잘 하심. 2009. 1. 9.
제주걷기여행 - 서명숙 제주걷기여행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서명숙 (북하우스, 2008년) 상세보기 제주에 만들어진 200km 도보여행길 23년간의 기자 생활을 그만두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을 걸은 여자, 오랜 직장 생활과 도시 생활 끝에 만신창이가 된 몸은 걸으면서 걷기가 가져다주는 느림과 평화로움, 아름다운 자연의 기운에 의해 치유된다. 돌아와서 그녀는 제주에 도보여행길을 만들기 시작한다. 제주는 그녀가 오래 전에 떠나왔던 고향. 산티아고길을 걷는 내내 그녀는 고향 제주의 풍광을 마음속에 떠올렸다고 한다. 1구간부터 만들기 시작한 길은 이제 11구간 200km에 이르는 길이 되었다. (저자와 동료들의 꿈은 제주를 관통하는 800km의 길을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책에는 7구간까지 설명되어 있다. 제주가 여전히 간직.. 2008. 12. 30.
듣기의 힘 - 히가시야마 히로히사 듣기의 힘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히가시야마 히로히사 (모색, 2005년) 상세보기 듣기,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평화로운 방법 요즘 학생들이 듣는 힘이 약하다. 학생 뿐 아니라 어른도 그렇다. 나 자신만 해도 타인의 말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지 못한다. 늘 내 생각이 상대의 말을 앞질러간다. 실수해놓고, 후회한다. 잘 듣기,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선택했다. 화법에 대한 책은 많지만 듣는 법에 대한 책은 잘 없다. 웅변 학원은 있어도 듣기 학원은 없는 것처럼. 듣기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고, 교육적 아이디어도 얻을 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누구나 듣기보다 말하기를 좋아한다고. 그러므로 잘 듣는 사람이 되려면 말하기 이상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이 책은.. 2008. 12.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