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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의 아이들 - 가브리엘 루아 내 생애의 아이들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가브리엘 루아 (현대문학, 2003년) 상세보기 빛나는 문장, 따스한 시선, 아름다운 이야기! 가볍게 읽으려고 산 책인데, 몇 시간 동안 퀘벡 주의 평원, 가난한 이민자의 아이들, 그들의 꿈이 서린 학교로 나를 여행하게 해주었다. 읽고 나면 잔잔한 미소가 떠오른다. '마음을 열어주는 이야기' 류의 가벼움이 아니라 삶의 모든 고비를 통과한 사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깊고 따스한 미소가 있다. 생을 다 살아낸 자가 자기 삶에서 건져 올린 빛나는 경험의 흔적들이랄까. 저자는 열여덟이란 젊디 젊은 나이, 자신의 인생의 출발점에서 경험했던 교사 시절의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다. 생애 말년에 이르러 그는 그 시절이 얼마나 빛나는 순간이었는지 되돌아 보았으리라. 그리고 쓰지 않을 .. 2004. 11. 2.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 노혜경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나 악랄하게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노혜경 (아웃사이더, 2003년) 상세보기 역사의 소환을 거절하지 않은 시인 오랜만에 문학하는 사람의 알맹이 있는 좋은 글을 읽었다. (난 시인, 소설가들의 말장난을 좋아하지 않는다.) 노혜경 시인. 그의 페미니즘, 문단 권력에 대한 비판, 시와 문학 및 친일 문학인에 대한 견해, 그의 정치 참여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역사가 그를 어떻게 소환했으며 그 질곡 속에서 시인이 어떻게 역사와 호흡했는지, 역사의 소환을 거절하지 않고 지금까지 걸어왔는지를 찬찬히 읽을 수 있다. 문학인으로써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자 한 그에게서 참 지식인의 모습을 본다. 노혜경은 서정주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의 삶은 비판하지만 그의 문학적 성과는 인정해야.. 2004. 11. 2.
이봐, 내 나라를 돌려 줘 - 마이클 무어 이 시대 최고의 독설가, 마이클 무어. 현실 풍자에 있어 가히 천재적이라 할 만하다. 이 책에서 그는 911의 비극을 둘러싼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고 그것을 알리고자 애쓴다. 영화 화씨 911의 원작이 된 책이라 한다. 잘못된 현실에 펀치를 날리는 그의 블랙 유머에 가슴 시원하게 웃으며, 동시에 그 비꼬인 현실에 마음 아파하며 읽었다. 그가 진정한 애국자임을, 얼마나 자기 나라 미국을 사랑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그는 부시 가문과 빈 라덴 가문, 사우디가 어떤 사업 파트너인지 그들이 어떤 이익으로 얽혀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부시는 상식 밖의 대접으로 그들을 배려했으며, 반대로 자기 국민들이 겪는 고통엔 관심이 없었다. 책 내용 중에서 단연 압권은 저자가 부시를 이길 수 있다고 추천한 인물이다.. 2004. 11. 2.
코렐리의 만돌린 꽤 오래 전에 봤지만 잊혀지지 않는 영화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인생과 사랑에 대한 진지한 사색을 담은 아름다운 영화. 주인공들의 깊은 눈길도 매혹적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대사는 참으로 아름다워서, 늘 마음 속으로 되새기곤 했다. "신이 우리를 살려두신 데는 이유가 있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다른 이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 코렐리의 만돌린 (2001) Captain Corelli's Mandolin 7.5 감독 존 매든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 페넬로페 크루즈, 존 허트, 크리스찬 베일, 이렌느 파파스 정보 로맨스/멜로, 전쟁 | 영국, 미국, 프랑스 | 128 분 | 2001-10-20 2004. 11. 2.
'미리내'에서 인생의 가을을 보다 _ 미리내 성지와 유무상통 마을 '미리내'에서 인생의 가을을 보다 미리내 성지와 유무상통마을을 다녀와서 늙어서 아름다운 건 나무밖에 없다고 어머니는 말씀하시곤 했다. 세월의 풍상을 이겨낸 고목의 의연한 자태, 그가 드리우는 그늘의 넉넉함을 보노라면, 사람도 저렇게 늙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늙어갈수록 고목만큼 넓은 정신의 그늘을 세상에 드리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쉽지는 않은 듯하다. 경기도 안성 미리내 실버타운의 원장으로 계시는 방상복 신부님과의 인연으로 그곳에서 하루를 묵어갈 기회가 생겼다. 무의탁 노인들과 치매 환자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해오시던 신부님께서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분들도 노후를 거룩하게 보낼 수 있도록 6년 전에 세운 집이 미리내 실버타운. 바로 근처에 미리내 성지도 있어 순례차 함께 들르게 .. 2004. 10. 27.
관동별곡은 과장이 아니었다! - 금강산 육로관광을 다녀와서 '04 관동별곡은 과장이 아니었다! [여행기] 금강산 육로 관광을 다녀와서 ▲ 금강산에도 가을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금강산에서 꿈 같은 일박 이일을 보냈다. 육로 관광이 시작된 지 일년여 만에 드디어 북한 땅을 밟게 된 것이다. 세상 어떤 땅보다도 더 멀어 보였던 그곳은 그렇게 지척에 있었다. 먼 것은 인간의 마음이지 땅이 아니었다. 새벽 여섯 시, 고성 금강산 콘도에서 관광증을 받은 우리 가족은 민통선을 지나 통일 전망대 근처에 있는 동해선 출입국 사무소에서 수속을 밟고 배정받은 버스에 올랐다. 비무장지대의 철조망과 그 너머 북녘 땅을 눈 앞에 두고 마음은 다소 긴장되었다. 출발 전에 직원 분으로부터 여행에 필요한 설명을 들었다. 북한 사람들은 남북이 하나의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관광 지구 내에서는 ‘북한,.. 2004. 10. 4.
백범과 안두희 어제 KBS 인물 현대사를 보며 경악했다. 백범 선생을 암살한 안두희가 6.25가 터지자마자 육군 소위로 복귀해서 59년까지 이승만 정권 하에서 육군 대령까지 지냈다니. 세상에나... 그는 단순한 암살범이 아니라 미 군정하 CIC에서 미군 정보원으로 일했고 이승만 정권 때는 정치 사찰의 제 일인자로 반대파를 숙청하며 정권 유지에 협력했다. 그게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이리라. 4.19가 터져 세상이 달라지면서 그도 도망자의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는 끝까지 참회하지 않았다. 친일 세력은 통일된 조국에서 자신들이 살아 남을 수 없음을 알고 친미 반공으로 화려한 변신에 성공해서 오십년 동안 떵떵거리고 살았음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서 김구 선생이 UN에 보낸 편지도 나왔는데 그는 미군과 소련.. 2004. 9. 24.
강의석군의 용기 이런 젊은이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다. 기독교 고등학교에 다니며 학교의 강제 예배를 거부하는 바람에 퇴학을 당하고, 다시 복학해서도 자신의 권리를 위해 삼십일 넘게 단식 중인 고3 학생 강의석. 그는 단식이 가장 비폭력적인 방법이라서 그것을 선택했다고 한다.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 그의 모습이 참 아름답다. 노예가 아니라 자유인의 삶을 살기로 한 그 용기에 박수를. 세상은 이런 사람들 덕분에 한 발짝씩 진보해간다. 2004. 9. 16.
다큐 - 오세이 선생님의 교육혁명 EBS 다큐멘터리 축제에서 본 영화다. 한 인간이 이토록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했다. 오세이 선생님은 정보가 아니라 진정한 지식, 즉 배움의 기쁨, 배움의 가치를 배우는 학교를 세우는데 온 힘을 기울였고, 그것을 실천해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귀기울이는 것임을 그는 믿고 있었다. 그의 생애 말년은 더욱 감동적이다. 그는 말기 위암으로 짧으면 3개월, 길면 6개월의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데, 정맥주사를 맞으면서도 학교에 간다. 요즘 대부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기에, 아이들이 죽음이나 죽어가는 사람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음을 안타까워한 그는 자신이 죽어가는 과정과 자신이 겪는 두려움을 수업의 주제로 삼고자 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을 삶에 대한 진지한 대화로 이끌어간다. 그가 '오소.. 2004. 9. 1.
짦은 산책 긴 여운 - 운문사에서 잠시 머물며 짧은 산책, 긴 여운 운문사에서 잠시 머물며 태풍으로 쏟아지는 비에 연이은 흐린 날씨는 지리산으로 가려 했던 나의 발을 묶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가까운 청도 운문사로 방향을 돌렸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소나무 터널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이 솔숲길을 걸어갔으면 더 좋으련만 차로 지나치게 됐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돌담을 따라 걷는다. 담 안으로 보이는 절은 주위를 둘러친 산의 품에 안긴 듯 포근하다. 운문사는 신라 때 창건된 천년고찰로 고려조에는 삼국유사를 지은 일연 스님이 주지로 머물기도 했으며, 지금은 승가대학이 자리잡고 있다. 오륙년 전에도 이곳에 한 번 간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나는 운문사에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기에 특별한 인상이 남지 않았다. 아마 가까운 친구에게 "거기 별로 볼 게 .. 2004. 8. 24.
순결한 자연, 극동의 캄차카 / 러시아 캄차카 반도 '03 순결한 자연, 극동의 캄차카 ▲ 설원에서 바라본 까략스키 북쪽으로 가고 싶어 택한 곳이 러시아였다. 냉전 시대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동토의 땅이었지만 이제 우리의 시야에 나날이 가깝게 다가오고 있는 곳. 드넓은 러시아 땅 가운데 내가 택한 여행지는 가장 극동에 위치한 캄차카 반도. 때 묻지 않은 자연이 아름답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연해주의 중심 도시 하바롭스크까지는 불과 두 시간 반의 거리였다. 블라디보스톡이 외곽에 치우쳐 있어서 구 소련 시절, 극동 지역의 거점 도시로 개발한 곳이 하바롭스크라 했다. 하바롭스크의 저녁은 건물마다 온통 백열등의 붉은 빛으로 빛나고 있어서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러시아에서는 형광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 다음날, 하바롭스크 공항에서 만난 대부분의 여행자들.. 2004. 7. 26.
눈을 감으면 세상이 더 잘 보인다 눈을 감으면 세상이 더 잘 보인다. -톰 웨이즈 불과 2년 전 일이지만 까마득한 오랜 일로 느껴진다. 다른 허다한 중병에 비한다면 병도 아니라 할 만큼 가벼운 암이었고, 치료 과정도 길지 않았지만 그 암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과 함께 내게는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또한 서른을 눈 앞에 둔 나이, 삶의 기로에 서서 여러 고민이 많던 때라 당시로선 마음의 충격이 컸다. 직장에 찾아온 보험설계사 아주머니께서 암보험을 들라고 권유하셨을 때만 해도, 나는 암 같은 것 걸릴 일은 없을 거라면서 손을 내저었는데, 그로부터 두 달 뒤에 수술을 받게 되었으니 앞 일은 절대 장담할 수 없나 보다. 목에서 만져지는 단단한 종양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듯해서 그 해 5월 초에 종합 검진을 받았고, 악성일 가능성이 높다면.. 2004. 7. 23.
다큐 - 볼링 포 컬럼바인 볼링 포 콜럼바인 감독 마이클 무어 (2002 / 미국) 출연 존 니콜스, 딕 클라크, 에릭 해리스, 찰턴 헤스턴 상세보기 인간을 믿을 것인가, 총을 믿을 것인가 마이클 무어. 감독 이름이 왠지 낯이 익다 했는데, 전에 읽은 의 저자다. 부시 대통령의 당선을 불법 선거로 규정하는 등 미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담고 있어 유쾌하게 읽었던 책. 눈치 보지 않고,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단번에 핵심을 찔러대는 그의 재치 있는 문체에 나는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꼈었다. 정의롭지 못한 현실에 비난의 화살을 퍼부어대면서도 웃음으로 그것을 전달하는 그의 '건강함'이 나를 매료시켰다. 희망 없는 세계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적극적으로 외치고 행동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힘이 그에게서 느껴졌다. 그 스타.. 2004. 7. 12.
아름다움과 진실을 만나는 남도 여행 아름다움과 진실을 만나는 남도 여행 남도로 떠난 수학여행 ▲ 보리밭 5월의 남도는 가도 가도 보리밭, 이처럼 보리밭을 많이 보긴 처음이다. 햇살을 받아 엷게 빛나는 누런 보리의 물결과 갓 물대기 시작한 논의 아름다움에 취해 나는 차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나를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 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어느 결에 내 기억 속에선 잊고 있었던 노래 하나 피어오른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종달새도 한 마리 파르르 날아오를 듯하지만, 그건 이미 내 어머니의 기억 속에서나 존재하는 세상이다. 우리 엄마 어렸을 적엔 아이 어깨까지 올라오는 보리 사이를 걸어다니곤 했다 하는.. 2004. 6. 7.
10년만에 애인을 만나러 떠났다 ㅡ 지리산에서 참으로 오랜만에, 아름다운 이를 만나고 왔다. 지리산, 그리운 지리산. 장엄함으로 친다면 남한에서 그를 따를 곳이 있을까. 십 년만의 재회였다. 그는 여전히 거기 있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시류에 흔들리지 않는 진중함을 지닌 채로, 모든 존재를 품에 안아 줄 듯한 넉넉한 가슴까지 아마도 나는 이만한 애인을 쉽게 찾지는 못하리라. 산 같은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산의 마음, 변함 없는 그 마음이. 작은 이익에도 쉽게 부서지고, 가랑잎처럼 이리저리 흩날리는 마음들을 보며, 산처럼 든든할 수 있기를 바랐다. 자신을 바로 세우기 어려운 세상살이 속, 산의 굳건한 어깨를 바라볼 때면 항상 깊고 따스한 위로를 받았다. 갖가지 업무로 복잡한 날들의 연속인 지난 주에는 정말 어디론가 탈출하고픈 마음 뿐이었다. 인.. 2003.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