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
온라인개학을 앞두고 각종 공문은 마구 내려오고, 플랫폼을 이리저리 옮기고, 이랬다 저랬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개학 후가 되니 우리 학교 시스템이 이 주변에서는 제일 양반이라는 걸 알았다. 다른 학교에 계신 쌤들한테서 전화를 받아보고, 와, 어떻게 저럴까 싶은 게 하나둘이 아니다. 내가 이 학교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다른 학교였으면 정말 미쳐버렸을 듯.
우리 학교는 온라인시간표를 따로 짜서 운영한다. 한 학년이 시간표가 같기 때문에 오늘 학생들이 어느 과목을 덜했는지 교과 담당 교사가 한 번에 파악하기 쉽다. 그리고 수업은 4일로 편성하고 나머지 하루는 학생들의 수강 상태를 점검하는 날로 잡았다. 목요일에 개학했기 때문에 수요일이 점검날이고, 그래소 화요일 오후부터 수요일까지가 열심히 전화 돌리는 날이다. 하루가 이렇게 점검하는 날로 비워져 있으니 학생들도 여유가 있고, 교사들도 점검이 쉬워서 모든 과목이 100퍼센트 수강에 도달한다.
학생들도 오늘 하루 분의 수업 내용을 자유롭게 수강하면 된다. 그래도 덜한 것은 마지막 점검날에 한다. 수강 시간은 자유로우며 그날 그날 시간표에 나온 과목 수강을 다 하기만 하면 된다. 과목별로 100퍼센트 수강하면 출석이 인정된다.
당연히 이래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논리 자체가 다르고, 온라인에서의 배움과 오프라인에서의 배움 또한 성격이 같지 않다. 온라인에서의 출결 또한 오프라인과는 개념이 다르다.
그런데 많은 학교가 오프라인 시간표 그대로 운영한다고 한다. 1교시면 1교시 과목에 접속해야 하고, 7교시가 끝나는 시간까지 종일 컴퓨터 앞에 대기해야 한다. 과제를 10분만에 끝내는 학생도 있고 1시간 걸리는 학생도 있다. 온라인의 장점은 수강 시간이 자유롭고, 학생들이 자기 속도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인데, 어떻게 오프라인 시간표처럼 한 과목 45분 내내 컴퓨터 앞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발상을 할 수 있을까. 실시간수업이 아니라 컨텐츠를 보는 수업이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오히려 주제를 던져주고 스스로 자기 속도대로 다양한 자료를 이리저리 찾아보게 하는 편이 낫다.
종일 컴퓨터 앞에 있는 것은 건강에도 해롭다. 우리 학교 학생들한테 물어보니 대부분 오전에 수강을 끝내고, 오후에 다 못한 과제를 하거나 자기 할 일을 한다고 한다. 오전에 못했으면 오후에 하고. 그게 맞다. 다만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 학급에서 8시 반에서 9시 사이에 나이스링크로 건강 체크를 해야 한다. 이후 수강은 자유롭다.
오프라인 시간표대로 운영하는 학교는 교사가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학생들이 그 시간에 접속했는지를 확인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업 준비는 언제 하느냐고 물으니, 퇴근 후에 하신다고. 퇴근할 때가 되면 매일 기절할 것 같다고. 아마 온라인의 생리를 전혀 모르는 무식한 교장들이 오프라인 방식 그대로를 고집하는 듯.
고정관념을 바꾸는 것은 이처럼 어렵다. 온라인개학에서 내게 가장 낯설고 기이한 풍경은 학생들을 컴퓨터 앞에 앉혀 놓고, 오프라인 시간표 그대로 학생들을 시스템에 접속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