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다큐

[넷플 다큐] 더 게임 체인저스 The game changers / 루이 시호요스 감독 __ 채식이 더 강한 근력을 만든다?

릴라~ 2021. 1. 23. 17:18

우리가 ‘상식’이라고 부르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 무지와 편견에 물들어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영화. 놀랍고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채식(정확히는 식물식)에 대해 기존과는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는 영화다.

나는 고기를 그다지 즐기지 않지만 달걀은 꽤 자주 먹는다. 그러니 채식주의자는 아니고 채식 지향 정도라 해야할 것 같다. 나는 채식이 윤리적인 측면에서 중요하다 생각해왔다. ‘육식의 종말’ 등의 책이 말하듯이 살코기 한 점을 얻기 위해 너무 많은 풀과 목초지와 물이 필요하다. 인류가 직접 곡물을 섭취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환경이 파괴된다. 고기를 대량으로 싸게 공급하기 위한 공장형축산은 항생제 남용과 동물학대, 분뇨에 의한 오염 등 그밖의 온갖 문제를 불러오기에 항상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매스컴에서 언제나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고 들어왔기에 식물만 먹으면 왠지 필수 영양소가 약간 결핍될 것 같기도 했다. 지나친 육식은 물론 각종 질환을 불러오지만 채식만으로도 뭔가 부족할 것 같았다. 농대 출신인 D는 우리가 먹는 밥에 단백질을 비롯하여 모든 영양소가 다 들어있다고 밥만 잘 먹으면 된다고 자주 강조했다. 하지만 육류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과 영양소가 있다고 학교 등등에서 배워온 터라 그 말에 반신반의하곤 했다. 특히 운동선수가 고기를 안 먹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 영화에는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를 비록해서 복싱, 사이클, 역도 선수, 미식축구 등 순간적으로 굉장한 근력이 필요한 종목에서 활동하는 많은 운동선수들이 등장한다. 개중에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같은 유명인도 있다. 그들 모두 채식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운동선수는 고기를 먹어야 힘을 낸다는 우리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트리고, 식물식을 시작한 뒤 체력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 이야기한다. 모든 면에서 강해졌으며 경기에서도 더 뛰어난 결과를 거두었다. 각종 검사지표는 그들의 신체적 향상을 뒷받침한다. 심지어 정력도 강해졌다.

그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영화는 우리 몸이 처음부터 식물식을 먹도록 세팅되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우리의 이빨과 장의 길이는 인류 초기 식단이 무엇인지 알려준다. 인간은 고기를 먹는데 특화된 유전자도 없고 해부학적, 생리적 적응 능력도 없다.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c를 생산하는 능력이 없다는 건 우리가 얼마나 식물에 의존하는지를 말해준다. 우리는 돌과 석기, 뼈를 위주로 한 고고학적 표본을 갖고 있기에(식물은 보존이 어렵다) 초기 인류가 고기와 친숙했다고 착각해왔다. 최근에 와서야 과학기술의 발달로 고대 유적에서 식물 화석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로마시대 검투사들은 ‘콩과 보리를 먹는 사람들’로 불렸는데 이들의 뼈를 조사하니 골밀도가 높고 채식주의자들이었다.

동물성 단백질은 결코 질 높은 단백질이 아니다. 혈관 내피와 장의 미생물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 몸에서 각종 염증을 만들어내고 혈관을 좁게 만들어 성인병의 위험을 높이며 통증을 증가시킨다. 동물성 단백질은 식후 6-7시간까지 혈액에 남아 있다. 식물식은 그 반대로 혈관 내피를 잘 기능하게 하고 몸의 회복 능력을 돕는다. 식물식을 하면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뿐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더 섭취하게 된다. 그리고 근육을 만드는 것은 아미노산으로 식물성이든 동물성이든 단백질을 적정하게 섭취하면 된다고 한다.

유명한 운동선수들의 다양한 사례를 과학적, 생물학적 근거로 충실히 뒷받침하고 있어 반박하기 어려운 다큐였다. 다 보고 나서 알았다. 감독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다큐, ‘The Cove’의 루이 시호요스. 신뢰도가 급 상승했다. 워낙 재능 있는 감독이라 이번 영화도 이렇게 참신하구나 했다. “고기를 먹어야 남자답게 된다”는 관련 업계의 마케팅이 그간 얼마나 진실을 호도했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담배가 몸에 해롭지 않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한 시절도 있었다 한다. 언젠가는 그렇게 해로운 고기를 그렇게나 먹어댔구나 하는 시절이 올지도. 인식을 확장시켜주는 것, 다큐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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