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역사, 인물

만세열전 (조한성) / 이렇게 잘 쓴 책을 읽다니..

릴라~ 2021. 11. 13. 13:15

소설보다 재밌고 영화보다 더 생생하게 3.1운동이란 역사적 사건을 우리 앞에 펼쳐놓는 책이에요. 저자는 거사 주모자들 뿐 아니라 3.1운동에 참여한 이름 없는 수많은 이들의 스토리를 복원했는데요. 그간 내버려져 있던, 3.1운동으로 체포된 사람들의 숱한 재판 기록과 취조 기록(경찰 및 검찰 심문조서, 공판시말서 등)을 낱낱이 읽어냄으로써 그게 가능했습니다. 작가의 열정에 경의를 표합니다.

처음에 민족 대표들은 대중을 신뢰하지 못했습니다. 대중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해 자신들의 역할을 독립 선언 발표 정도에 한정하고, 선언 장소를 파고다공원에서 명월관으로 바꾸죠. 하지만 그날 파고다공원에서 천지를 뒤흔드는 소리가 들리고, 허점 투성이였던 민족 대표들의 거사 기획은 그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들의 부족함을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않은 수많은 학생, 농민, 노동자들이 메워가면서 조선에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난 거죠.

검사의 취조에 응하는 사람들의 대답이 뭉클한 대목이 많은데요. 한 부분만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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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가 물었다. "조선이 독립된다 해도 예전의 조선처럼 당파의 싸움과 각국의 야심이 일어날 텐데 독립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모두가 독립정신이 충만해 있으므로 완전한 독립이 이루어질 것이오."

다시 검사가 물었다. "실력도 없이 정신만으로 독립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유여대가 대답했다. "실력은 이제부터 양성하면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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