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역사, 인물

서양인 교사 윌리엄 길모어, 서울을 걷다 1894

릴라~ 2022. 11. 5. 19:41

개화기에 서양인들이 조선에 대해 쓴 책을 보이는 대로 다 읽고 있다. 그중 최고는 물론 지리적 식견이 해박한 이사벨라 비숍 여사의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이지만 다른 책들도 저마다 하나 이상의 재미있고 독특하면서 살짝 가슴이 아리는(조상님들이 불쌍해서) 조선의 풍경을 보여준다. 그 풍경들을 모아가노라니 그 시대가 구체적인 빛깔을 띠고 내게 다가와서 그 즐거움 때문에 계속 읽고 있다.

한국 최초의 근대 공립교육기관인 육영공원에 교사로 초빙되어 1886년부터 1889년까지 일한 영국 태생 윌리엄 길모어의 책은 그 전에 읽은 책들과 비교할 때 특별히 새로운 내용은 없다. 하지만 아마 그가 교사여서 그랬겠지만 그 자신이 소화한 이 조선이라는 나라에 대한 총체적 인상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특히 조선의 문화적, 외교적 위치가 중국과 일본이라는 대국 사이에서 생존을 모색해온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꿰뚫어보는 혜안도 주목할 만하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그는 가장 눈여겨보고 있다.
 
서양인의 눈으로 보았을 때, 아마 누구든 그렇게 보았겠지만, 당시 우리 문화 수준이 일본에 비해 많이 뒤떨어졌던 모양이다. 일본에 있는 아름다운 숲과 발달된 도시와 유서 깊은 사원과 감각적인 공예품이 없다는 서술을 이 책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조선의 대부분 산들은 나무가 없어 헐벗어 있었고, 문화와 예술의 수준은 조악하고 보잘 것 없었다. 그렇지만 다른 책에서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강조한다. 조선인들이 지극히 예의바르고 친절한 사람들임을. 
 
그 선량한 사람들이 너무 현실 순응적이어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몇 백년간 문명의 혜택을 너무나 못 받았구나 싶었다. '다른' 세계를 보지 못해고 상상하지도 못해서 그랬을까. 우물 안 개구리여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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