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에세이

[책] 나는 신들의 요양보호사입니다 / 이은주

릴라~ 2023. 3. 1. 09:17

저자를 인터뷰 영상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아니 무슨 요양보호사가 저렇게 지적이고 표현력이 풍부하지?? 했는데 저서가 있어서 구매했다. 알고보니 작가/번역가다. 40대 중반까지 번역가로 살다가 생계가 막막해질 무렵 병든 외할머니를 돌본 경험을 계기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6년차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이분 필력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도 세상을 보는 시각, 사람을 보는 시각 자체에 감탄하게 된다. 요양원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온갖 삶의 거친 전장터를 거쳐 이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기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 뮤즈라고 부른다. 저자가 만난 제우스, 뮤즈들의 요양원 일상을 따라가면서 삶의 온갖 희로애락과 마주치게 되지만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다가오는 감정은 인간의 존엄이다. 
 
보통 요양원의 노인이라고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가. 독특한 서사가 있는 한 개인보다는이제 힘 없고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없고 사회에 무익하며 죽을 날만 기다리는 그런 불쌍하고 비참한 풍경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다. 마치 수용소 같은 이미지??

 

작가는 자신이 만난 제우스, 뮤즈들을 줄리엣 비노쉬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부르면서 요양원이라는 공간이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곳임을, 갖가지 사유로 그곳에 정착하게 된 분들이 모두사랑 받고 존중 받을 가치가 있는 한 개인임을 때론 잔잔하게 때론 울컥하게 우리 앞에 드러내준다. 읽으면서 몇 번이나 잠시 읽기를 멈추고 숨을 가다듬어야 했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그분들을 전문적으로 돌보는 요양보호사님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활하는지도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분들의 노고를 사람들이 충분히 인식하고 그분들의 노동 조건이 개선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아울러 하게 된다. 그분들이야말로 자식도 하지 못하는 일들, 우리 삶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소중한 분들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에세이다운 에세이를 읽었다. 이 작가님이 계속 글을 쓰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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