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 다큐] Chimps Empire 침팬지의 제국
우간다 여행에서 야생침팬지를 본 적이 있다.
워낙 높은 나무에 있어서 목을 길게 빼고
이리저리 움직이는 검은 실루엣만을 목격했지만....
내가 방문한 곳은 퀸엘리자베스 국립공원 근처
침팬지들이 사는 작은 숲이었다.
거기서 차로만 5시간 이상 달려가면 있는 응고고 숲.
이 다큐멘터리는 응고고 숲에서 시작된다.
4부작을 단숨에 보았다.
침팬지들 각각의 캐릭터와 그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스토리가
마치 영화처럼 기승전결이 있어
이야기의 결말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로 경쟁 관계에 있는 두 무리(중앙 무리와 서부 무리)와
그 무리에 속한 다양한 침팬지들의 성격과 행동 양식을
카메라는 바로 곁에서, 우리가 직접 숲속에 있는 듯이
실감나게 비추어준다.
한 장면, 한 장면 대단한 촬영이 많았다.
서부 무리에서 고아인 '거스'가
무리에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충분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서(털고르기를 할 상대가 없어서)
기생충에 감염되었다가
무리에서 나이든 수컷의 관심을 받으면서 회복되고
조금씩 무리에 적응해가는 과정도 인상적이었고
중앙 무리의 대장 '잭슨'이
서부 무리와의 전투에서 치명상을 입고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홀로 깊은 숲속에 들어갔다가
시간이 지나도 상처가 낫지 않자 회복을 포기하고
나뭇가지를 잘라 자신을 덮어갈 때,
그 무리 중 단 한 마리, 피터슨이 잭슨이 사라진 걸 알아채고
그를 찾아 길을 떠났고 결국 임종을 지키는 모습은
눈물 글썽이면서 보았다.
영장류 연구는 사실 우리 인간이 어디서 온 존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서 비롯되었다.
우리의 사회성은 어떤 성격의 것인지,
우리는 왜 서로 전쟁하며 다른 집단을 죽이는지,
우리는 왜 이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인간과 98퍼센트 DNA가 일치하는 침팬지는
각각의 성격이 다르고 그 성격에 따라
각각 행동 방식이 다르고 대장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모습도 다 다르며
각 무리에서 통용되는 룰도 조금씩 다르다.
다큐에서 서부 무리는 결속력과 연대감의 측면에서
중앙 무리보다 훨씬 끈끈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냥한 원숭이나 과일을 나눠먹는 과정에서
누구를 참여시키거나 배제시키면서 집단의 역동을 보여주고
다른 무리를 가차없이 죽이는 모습에서
그들의 사회성이 한 무리 내에서만 통용되는 것임을 알려준다.
즉 침팬지는 인간과 매우 유사하여
인간의 사회성의 많은 부분이 침팬지 등 영장류에
생물학적 뿌리를 둔 것임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점이 있다.
이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기도 한데,
인간의 공격성은 생물학적 바탕을 갖고 있지만
인간은 침팬지보다 훨씬 더 큰 집단에 결속력을 갖고 있다.
현실적으론 아직 세계에 분쟁이 끊이지 않지만
몇 십 마리에 한정되는 침팬지의 유대감에 비하면
훨씬 넓은 범위에 적용되는 유대감을 갖고 있으며
때로는 인류 전체에 유대감을 느낄 수도 있다.
아주 큰 집단에서 사회성을 발휘하는 것이 결국
'문명'을 낳았고 지금의 세상을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집단을 적대시하는 우리의 생물학적 바탕,
타인에 대한 공격성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어서
각종 문제를 일으킨다.
즉 우리는 우리 안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존재이다.
디스커버리 다큐에서 다룬 침팬지 이야기
- 애니멀 '전사 유인원들의 진화'도 대작이라고 한다.
시간 날 때 그 작품도 봐야겠다.
그리고 우간다 북부 지방으로도
언젠가 다시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