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시와 소설

사랑과 혁명 1~3 / 김탁환

릴라~ 2023. 11. 1. 20:40

 

1권을 보면서 다 읽는데 적어도 일주일 이상 걸리리라 생각했다. 말이 세 권이지 1권은 600페이지,  2권 3권도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이라 보통 책으로 5권 분량은 족히 넘는다. 

 

하지만 시대적, 공간적 배경과 각 인물들의 개인사가 등장하는 1권만 다소 천천히 읽었을 뿐, 2권부터는 정신없이 읽었다. 이 이야기가, 각 인물들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 후기 천주교 박해라는 철학적이고 무거운 소재를 이토록 빠져들어 읽게 하다니 역시 대작가다운 필력이었다. 

 

곡성을 배경으로 천덕산, 동이산, 순자강...  곡성 들판과 강줄기와 이름 모를 숱한 골짜기들을 내가 직접 보듯이 생생한 감촉을 느끼면서 19세기 삶의 공간 속에 흠뻑 빠져들었다. 옹기 굽는 덕실마을의 교우촌의 삶도 인상 깊었지만 전주감옥에서 11년이나 배교하지 않고 버틴 이들의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울림을 준다.

 

특히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이 담뿍 살아있다. 들녘, 아가다, 짱구, 길치목, 이오득, 소인정, 공완봉 등은 물론이고 광대 모독, 무녀 금단 등 일일이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캐릭터들이 보여주는 고뇌와 선택이 심금을 울렸다. 2권을 넘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간간이 훌쩍였는데 그들이 감내했던 시대적 고통이 너무 아프고 그것을 그들이 자기 것으로 온몸으로 껴안으면서 나아가는 모습이 너무 숭고했기 때문이었다. 존엄하고 숭고한 선택이었다. 

 

조선에 처음으로 들어온 탁덕(사제) 주문모가 치명하고 탁덕 없이 그 모진 박해 속에서 30년 가까이 신앙 공동체가 사라지지 않고 버틴 힘은 무엇이었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고도 그 의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9세기의 민초들은 무엇 때문에 그 엄청난 고통을 겪으면서 신앙을 버리지 않았을까. 

 

우리 역사에서 양반이 아닌 일반 평민들이 사상의 자유를 위해 이토록 싸운 예가 서학(천주교)과 동학 말고는 잘 없다. 그 힘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그들은 무엇을 그토록 염원했던가.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19세기 우리 선조들이 주는 물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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