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역사, 인물

[청년 붓다 / 고미숙] &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 / 카렌 암스트롱]

릴라~ 2023. 11. 26. 16:04

 
익히 아는 인물의 이야기가 이렇게 흡입력 있게 읽히다니..  붓다의 새롭고 놀랍고 독창적인 생애와 사유에 반했다. 다 읽고 보로부두르가 떠올랐다. 내가 청년 붓다의 이미지를 처음 만난 곳이다. 우리나라 불상의 부처님 이미지는 중년의 살집 많은 아저씨에 가까운데 보로부두르 불상들은 하나같이 청년 학승이었다. 구도의 순수한 열망이 서린 얼굴 표정이 너무 아름다워 깊은 인상을 받은 적이 있다. 
 
고미숙 씨의 (청년 붓다)는 붓다의 생애를 청년이라는 키워드로 해석한 책이다. 사실 출가는 세간의 풍속과 기존의 모든 이념을 과감히 버릴 수 있는 청년의 열정으로만 가능한 일이다. 붓다가 그런 인물이었다. 귀족 출신으로 모든 걸 담대히 버리고 깨달음의 길을 찾아나섰다. 인간의 삶이 왜 이토록 고통스러운가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자비와 평화의 길이 가능한지를 찾아 헤맸고 그가 원하던 바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그 가르침에 반한 당대 많은 귀족 자제들이 붓다의 승가에 합류했다. 

 

기원전 오백 년 전의 인도는 도시와 국가의 발달로 사회적 변혁이 크게 일어났으며 다양한 사상이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발호하고 있었다. 붓다는 그 흐름에 편승해 스승을 찾아나섰으나 어떤 가르침에도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그 자신이 스스로 궁극의 깨달음을 찾아나섰다. 붓다의 가르침의 내용도, 그들이 만든 공동체, 승가도 당대에선 가장 혁명적인 사상이고 운동이었다. 
 
내가 천주교신자이긴 하지만, 텍스트의 수준만 놓고 비교한다면 사실 성서와 불경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불경의 문장들이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다. 이천 년 전의 사유가 이토록 스케일이 크다는 것에 가끔 놀란다. 고미숙 씨의 저서는 이 점을 잘 조명한다.

 

무상의 보리를 얻기 전에는 결코 돌아가지 않겠다, 마치 뱀이 허물을 벗어버린 것처럼 이 세상도 저 세상도 다 버린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문장 중에서 불경처럼 광대무변한 자유를 전하는 것은 잘 없는 것 같다. 언어의 잠재력을 한껏 보여주는 경구들이다. 
 
고미숙 씨의 <청년 붓다>가 붓다의 구도의 혁명성에 초점을 맞춰 생애의 주요 에피소드들을 우리의 현실과 더러 비교하면서 재미있고 맛깔나게 전달한다면 카렌 암스트롱의 <스스로 깨어난 자 붓다>는  붓다 시대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자세하고 풍부하게 해설하여 실존 인물로서의 붓다를 한층 실감나게 전해주는 책이다. 당대 인도 문화의 배경과 시대적 혼란상 속에서 붓다라는 인물이 담담하면서도 용기 있게 헤쳐간 길을 역사적 고증과 함께 읽어갈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신' 없는 종교를 창시한 것이 인류사에서 얼마나 대단하고 의미 있는 일인가도 알게 되었고. 


죽음에 가까운 고행 속에서도 진리를 찾고야 말겠다는 원대한 결심으로 그 길을 버텨냈고 마침내 스스로 그 길을 찾은 위대한 인물, 붓다의 생애를 이해하는데 두 책이 너무 좋은 길잡이가 되었다. 

 
카렌 암스트롱은 말한다. 붓다의 시대도 지금 우리 시대처럼 혼란스러웠다고. 그리고 이 시대의 혼란과 무명을 헤쳐갈 정신의 길잡이를 다시 붓다로부터 찾고 있다. 이천 년 앞서 가신 붓다의 생애와 말씀은 굉장히 독창적이면서도 삶의 본질을 관통하는 힘이 있다. 누구든 이 험난한 생을 버텨줄 빛줄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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