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시와 소설

철도원 삼대 / 황석영

릴라~ 2024. 5. 22. 22:26

 

감탄과 아쉬움이 동시에 들었던 작품. 부커상 후보작 '철도원 삼대'를 읽었다. 워낙 두꺼운 책이라 주말 하루가 소요되었는데 그럼에도 꼼꼼히는 못 읽고 조금 속독한 책.

 

감탄한 부분은 철도, 그리고 영등포를 무대로 우리 근대사를 꿰뚫은 점. 철도는 근대화의 상징이자 식민 통치의 상징이다. 그 철도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6.25 전쟁과 분단, 이산가족, 그리고 현대 고공농성 철탑에 오른 후손까지... 한 마디로 한반도 백년사를 철도를 중심으로 아우른다. 그 천부적인 이야기 솜씨에 감탄했다.

 

아쉬운 점은 작가가 시도한 '마술적 리얼리즘'이 소설 중심부를 차지하지 못하고 주변에 머문 것.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캐릭터가 살아있고 재미있고 생동감 넘치는 부분은 죽어서도 문득문득 나타나는 주안댁과 신기 있는 신금이 등 여인네들이다. 마치 '백 년 동안의 고독'을 연상시키는,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서술들... 그런데 이 소설에서 가장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 부분이 소략하게 처리되고 사회주의 노동 운동사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딱딱한 역사책으로 되돌아간다.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도 여성들보다 못하고, 더 밋밋한 감이 있고... 

 

그런 맥락에서 '백 년 동안의 고독'이 왜 위대한 작품인지도 알겠다. 작가가 좀 더 과감하게 현실과 환상을 교차시켜서 새로운 종류의 리얼리즘을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 그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겠다.

 

그래도 부커상 꼭 수상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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