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
청계사 루트에서
릴라~
2025. 5. 26. 11:29
5월, 산행하기 가장 좋은 계절에 몇 시간 제대로 된 산행은 딱 한 번 했네. 모친이 아파서기도 하지만 산불 때문에 어짜피 많은 길이 입산 통제였다.
산길 통제가 풀린 날, 청계사에서 욱수골로 이어진 길을 친구와 걸었다. 계곡 옆으로 계곡이 뿜는 수분을 듬뿍 먹어 키가 하늘만큼 자란 아카시나무에 하얀 꽃송이들이 목화솜처럼 풍성하게 매달려있었다. 그 향기 속을 헤쳐가며 내내 행복했던 시간.
산행의 또다른 재미는 산에서 먹는 점심이다. 몇 시간 땀 흘리며 산길 어느 모퉁이에서 먹는 김밥, 라면, 커피는 세상 어떤 진수성찬보다도 확실하게 입맛을 돌려준다. 되살아나는 입맛과 함께 생의 활력도 돌아오기 마련이다. 생명이 주는 기운이다. 콘크리트 속에 있으면 뭔가 사람이 시들시들해지는데 산에 들어서면 기운이 생긴다. 여름 오기 전에 경주남산이나 지리산에 함 가야 하는데... 짬이 날지...
내가 이 세상에서 지극히 사랑하는 것들의 목록에 산이 있어 다행이다. 산이 품고 있는 아름다움도 그가 선물하는 생기도 끝이 없고, 그는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리가 그를 잊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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