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글 - 전설 '아기 장수 우투리'에 대한 해석

  10월 한 달 동안 우투리, 바리데기, 만카 등 옛날 이야기와 함께 보냈다. 신화와 전설은 텍스트에 근거하되 자유롭게 해석하는데 중점을 두어 가르쳤다. 학생들 글 중에서 다소 논리가 분명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중학교 2학년생들이라서), 일단 자신의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또 학년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부분이라서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뽑힌 글 중에서 보통 3분의 1 정도는 공부를 잘 하는 아이들이 쓴 글이지만, 대부분 성적에 상관 없이 좋은 글들을 써낸다. 수필의 경우에는 농땡이들이 더 솔직하고 생동감 있는 글을 쓰는 수가 많다.

* 학생 글

모두가 다 동글동글해야 해 (이은*)   ‘중간만 가면 된다’. 아까 영상 자료를 보면서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3번을 쓰지 못하고 갈등하던 나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써내려갔다. 우리 나라는 늘 한 사람이 먼저 가거나 뒤처지면 안 된다. 아마 이 생각이 옛날에도 있었나 보다. 조금 더 뛰어나고 조금 더 특별한 아이, 즉 나라를 구해줄 아이를 자신의 처지와 민심이 기울까봐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다닌 왕과 권력자들. 그들을 보니 한심하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 또한 그렇다는 사실에 부끄러워진다.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있으랴. 아무도 욕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모두는 영웅을 바랐지만 우투리를 지켜줄 수 없었다. 그들이 약해서이고 그들은 우투리를 영웅으로만 생각했지 그들의 소속으로 받아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우투리는 늘 외로웠다. 그를 영웅으로만 보는 사람들과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죽이려는 왕과 권력자들. 결국 우투리의 비극적 결말은 사람들의 무한이기주의 때문이라고 본다. 조금만 다르면 외톨이를 만드는 세상. 나는 그래서 오늘도 말한다. ‘모두가 다 동글동글 해야 해’ 백성 잘못 만난 우투리 (권도*)   이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은 우투리가 실패한 영웅이라 생각하고 그의 운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필시 백성들을 잘못 만난 것이다. 백성들의 지지 없이는 성공이 불가능한데, 이 이야기에서는 백성들이 우투리를 지지해주는 척 하면서 소문을 퍼뜨려서 조정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정말 우리 조상이라고 해도 대책이 없다고 생각된다. 어떻게 자신들이 그렇게 원하고 바라는 영웅을 허무하게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괜한 이야기로 날려 보내는 백성들.   그러므로 우투리는 나라를 잘못 태어났고 백성들을 잘못 만났다. 결국 그는 백성들이 있기에 죽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삶을 살았던 것이다. 아마도 우투리는 죽은 뒤 자신에게 협조하지 않은 백성들을 원망하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을까? 우투리는 영웅일까? 그의 실패의 원인은? (이정*)   우투리는 영웅인가? 처음부터 영웅 우투리, 영웅 우투리 하는데 그는 백성들을 위해 무엇을 바꾸었나? 무엇을 가져다 주었는가? 그 뒤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없다. 재산을 가져와 가난한 백성에게 나누어 주진 않았다. 백성들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지도 않았다. 제도도 바꾸지 않았다. 근데 왜 영웅이냐?   그는 개혁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비록 이야기지만 군사를 모았고 나라를 뒤엎으려고 했다. 임꺽정도 그랬다. 군사를 모으고 나라를 바꾸려 했지만 실패했다. 임꺽정은 서리라는 인물의 밀고로 인해서 망했다. 그렇다면 우투리는 왜 실패하였나?   그는 2년하고 364일까지 바위 속에서 군사를 기르며 개혁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의 주위에는 약한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그를 도울 만큼 힘을 가진 사람도 없었고 그의 비밀을 지켜줄 만큼 마음이 강한 사람도 없었다. 대표적으로 어머니는 칼이라는 무기 앞에서 모든 비밀을 말해 버렸다.   그리고 가장 큰 원인은 힘없는 백성들 때문인 것 같다. 백성들이 힘없고 나약한 인간이라 대신 개혁하려다가 무고한 영웅 한 명이 사라졌다. 실패했다. 그의 주위에는 힘이 되어 주는 조력자도 없었고 스스로 개혁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실패하였다.   난 이 이야기에서 모든 건 능동적으로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우투리 이야기에 나타난 서민들의 생각 (이지*)   하... 뭘 해석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아, 그래, 우투리 이야기에 언뜻 언뜻 보이던 옛날 서민들의 바람을 써볼까. 나 혼자 생각한 거라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써보자.   첫 번째는 우투리의 겨드랑이에 달린 날개에 담긴 서민들의 바람이다. 내 기억으로는 옛날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봤다고 한다. 그래서 날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위대한 하늘에서 보낸 사람이라 생각하고 영웅으로 취급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옛날 사람들의 희망적 영웅인 우투리에게 날개가 달렸을 것이다.   두 번째는 우투리의 탯줄이 가위로도, 작두로도 잘리지 않던 것이 억새풀로 잘리던 일이다. 이 이야기를 통해 서민들은 관리들에게 ‘우리들에겐 가위나 작두 같은 심한 처사는 소용 없고, 필요 없다’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일 것이다. 억새지만 가위나 작두같은 위험한 물건보다 덜 아픈 정도로도 자신들을 잘 다스릴 수 있다고 하는 것일 거다.   마지막으로는 우투리의 부모님이 사흘간 곤장을 맞고도 살아나는 일이다. 완전 근성이다. 사흘간 곤장이면 보통 엉덩이가 너덜너덜해져 쇼크사할 것 같은데 여기엔 백성들의 꿋꿋함을 말해주려는 의도가 담겨있지 않았을까 싶다.   음... 이 세 가지 중 읽는 사람이 보기엔 좀 이상한 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난 나름대로 잘했다고 생각한다. 콩 한 알이 부족했던 우투리 (김경*)   우투리를 보면 항상 무엇이든지 부족했다. 갑옷을 만들어도 콩 한 알이 부족했고 엄마 아빠가 우투리 죽은 장소를 알려준 것도 부족했고 우투리를 태웠던 날개 달린 말이 하필이면 우물 안에 들어간 것도 잘못이고 영웅 치고는 하나가 부족한 것 같다.   오히려 그렇게 슈퍼맨이나 원더우먼 같이 모든 게 완벽한 채 태어난 것 같았으면 우투리는 오히려 전설로도 알려지지 않았을 것이나 이런 우투리가 난 참 좋다. 사람과 비슷하게 실수 같은 일도 많았고 사람과 비슷하게 부족한 부분도 많았으니 오히려 전설보다는 ‘사람’ 우투리로 사람들에게 더 통한 것이 아닐까?   슈퍼맨과 원더우먼 같이 위대한 존재보다는 우투리같이 소박하고 부족한 영웅이 훨씬 위대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실패한 영웅이라도 백성들을 아끼고 부모님을 모시고 사랑하는 것을 보니 최고인 것 같다. 우투리가 실패한 까닭은? (신수*)   아까 윗글에서도 말했듯이 나는 우투리가 실패한 이유가 사람들의 나약함과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우투리 그의 운명도 그의 실패와 관련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한계’가 아닐까? 왜냐하면 백성들은 우투리만 믿고 우투리가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는 그런 소망 때문에 자신은 임금에게 나서지 않았다. 하지만 우투리도 영웅이자 백성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기에 비록 맞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백성들과 우투리는 임금의 횡포를 함께 받았는데 우투리만 조금 더 재주가 뛰어난다고 임금에게 나서다 두 번이나 죽음을 맞이했다. 정작 우투리가 백성들을 위해 열심히 싸울 동안 백성들은 저 멀리서 우투리를 믿는다고만 하고는 우투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았다. 아마 만약 우투리가 죽은 후 자신에게 올 횡포를 두려워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투리의 부모도 우투리가 처음 태어났을 때 영웅이라고 기뻐하며 우투리를 더 강하게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못할망정 임금에게 들키면 모두가 죽는다는 생각에 숨기만 급급했던 걸 보니.....   임금도 하나의 인간인 만큼 한계도 있을 텐데 단지 ‘나는 안 된다. 약하다’라는 부정적인 생각만 가지고 있는 백성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우투리가 과연 성공할 수 있었을까? 나는 우투리의 실패가 백성들의 나약함과 한계 때문이라 생각한다. 인간적인 우투리 (허남*)   우투리는 너무나 인간적인 것 같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내용을 보면 어머니와 아버지가 관청에 끌려가서 곤장을 맞고 집에 돌아와서 우투리가 울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나 인간적인 것 같다. 우투리라는 인물은 백성을 구할 영웅인데 영웅이면 왠지 인간적인 면과 성격 이런 자체가 왠지 남다를 것 같은데 우투리의 인간적인 면은 보통 사람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콩, 좁쌀 등등으로 많은 군사와 자신의 생명을 다시 만드니 너무나 인간적이다.   나는 우투리의 이 인간적인 면을 닮고 싶다. 이러한 면은 책에서는 많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내 개별적인 생각으로는 그의 모든 면이 그런 것 같고 그 점이 감동적이었다. 그 인간적인 면은 백성들의 소망에도 가득히 담겨진 것 같고 백성들이 영웅이 태어나서 왕을 물리치고 새로운 사회가 나면 좋겠다고 생각한 그 느낌과 생각 모두에 인간적인 면이 고스란히 담긴 것 같다. 희생에 대한 두려움 (이상*)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읽으면 ‘한 것도 없는데 왜 우투리는 영웅인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우투리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영웅인 것 같다.   우선 비범한 능력을 가졌다. 비록 권력자들 때문에 죽긴 했지만 다시 한 번 살아나서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분명히 살아나서 영웅이 될 수 있었지만 부모님의 두려움 때문에 죽게 되었다. 그래서 말하자만 사람들의 희망은 있었으나 희생이 없어서 죽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죽음에서는 어머니가 콩 한 알을 먹는 바람에 갑옷이 없어서 화살을 맞았고 두 번째 죽음은 부모님이 무덤의 장소를 말했기 때문에 죽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무서움 때문이 영웅이 되는 것을 방해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투리는 영웅이 되어 사람들을 구한다 라는 희망을 가지게 해주었다. 죽긴 했지만 희망을 주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것 같다. 우투리의 세 가지 얼굴 (이민*)   우투리는 3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영웅, 역적, 그리고 인간의 모습이다.   영웅의 얼굴, 우투리의 첫 번째 얼굴은 단지 백성들의 희망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날개 달린 아이가 태어나 영웅이 된다. 즉 하늘이 내린 영웅이 태어난다. 왕이나 귀족보다 높은 하늘의 힘을 빌어 그들을 물리치려는 희망이 보인다. 그러나 백성은 정작 자신이 영웅이 되려는 생각을 갖지 못하는 나약함을 보이기도 한다.   역적의 얼굴. 우투리의 두 번째 얼굴은 권력자의 관점에서 봐야할 듯하다. 그들은 하늘을 두려워 한다. 하늘의 뜻은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뜻이 자신의 직위와 재물을 뒤흔든다. 그러면 그들은 달라진다. 어떻게 해서라도 그 뜻을 바꾸려고 한다. 그들은 우투리가 날개를 갖고 태어난 영웅이나 인간인 부모의 피와 살을 받았기에 우투리도 인간이다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투리를 역적으로 몰았다. 물론 나라를 위협하는 반란 주도자 라는 죄목으로 말이다.   인간의 얼굴. 우투리의 세 번째 얼굴. 우투리는 자신을 과연 영웅이라고 생각했을까. 솔직히 말해서 우투리는 날개가 있다는 소문이 퍼지지 않았으면 그냥 인간으로 살아갔을지도 모른다. 날개가 있다=영웅이라는 백성들의 생각에 의해 그는 평범하게 살지 못했다. 하지만 영웅이 운다. 자신을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 다치신 것을 보고 운다. 세상을 구해야 하는 영웅이 사소한 일에 마음을 잃었다. 이것이 우투리가 인간의 얼굴을 가진 이유이다.   주위의 환경, 분위기가 그를 마음에도 없는 영웅으로 몰아가 그만의 삶을 살지 못하게 하였다. 마치 지금 의사, 변호사, 검사 등 ‘사’자가 붙은 직업이 돈은 많이 벌고 사회적으로 알아주는 일이라서 자기 적성에 안 맞는 일이라도 주위에서 그 직업을 가지라고 몰고가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만약 사람들이 우투리가 부모님을 보고 우는 것을 보고 그가 영웅이라는 생각을 포기했을까? 그것은 아니다. 백성들은 오랜 시간 권력자들의 핍박 속에 어렵게 살아왔다. 그런 사람들은 기적적으로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희망, 이기심이 우투리를 평범한 인간으로 살지 못하고 그렇다고 영웅으로도 성공하지 못하고 죽은 우투리를 그냥 인간으로 보아야 한다는 생각만 하게 된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라는 말로 영웅은 사라져간다 (김관*)   나는 이 이야기가 정말 실제로 비슷한 일이 옛날에 있어났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투리는 왕의 횡포에 시달리다 참지 못해 일어난 농민 반란의 주도자쯤 될 것이다. 분명 조선시대 말기쯤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왕과 지방 관리의 횡포 때문에 가난한 농민들이 참다 참다 못해 농민 봉기가 일어났다. 이 때 궁궐의 장군 뺨치는 농민 장군이 나타났지만 백성들이 자신의 목숨이 달아날까 두려워 그만 항복을 해버려 실패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투리의 부활이 뜻하는 바는 농민 봉기가 한 번이 아니라 수 차례 일어났다는 것을 뜻하는 것 같다. 물론 왕실의 군대가 강해서 실패할 수도 있지만 다른 나라 역사 중 프랑스로만 예를 들어도 아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본다. 그래서 나는 이 이야기는 시대와 백성을 잘 만나지 못해 비극적 최후를 맞게 되는 위대한 영웅들의 슬픈 이야기인 것 같다. 한없이 작은 사람들 (조수*)   옛날 이야기를 보면 항상 영웅을 죽이려는 권력자들이 있다. 우투리도 예외는 아니다. 왕이 부정부패로 얻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투리를 없애려 든다. 이렇게 보면 왕은 나약하고 비겁한 존재이기만 하다. 약자를 부리는 인간의 비겁하기만 한 내면과 자신을 눌러버릴 강자가 나오면 싹부터 밟아버리려는 나약한 모습. 인간의 한없이 작은 내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우투리 부모님도 마찬가지. 대담함이 없다. 솔직히 우투리 부모님께서 말하지만 않았으면 우투리가 다시 부활해 나라를 살렸을 것이다. 칼을 목에 들이대자 눈앞이 아득해져 말해버렸다. 생명 앞에서 한없이 작아져 버리는 힘없는 백성들.   우투리도 빼놓을 수 없다. 평범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단 사람이니까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콩 한 알이 부족하고 3년에서 딱 하루가 부족했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의 한계인 것이다.   알고보면 사람들은 약하다. 한없이 작고 나약하다. 아닌 것 같은 사람도 위급한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그런 모습이 나온다. 지구에서 이 한계를 극복하고 작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절대 완벽하지 못한 인간, 완벽하지 못한 세상 (박배*)   우투리는 부정한 권력을 남용하고 백성들의 등골을 더더욱 휘게 하는 왕권에 드디어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콩, 좁쌀 등을 이용해 병사들을 만들고 콩을 볶아 갑옷을 만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역시 완벽해질 수 있는 영웅도 절대 완벽해질 수 없는 인간 때문에 완벽해질 수 없었던 듯하다.   인간인 어머니께 콩을 볶아달라고 했지만 배고픈 인간(어머니)은 그만 하나를 먹어버리고 만다. 자신도 완벽하지 못한 데 어찌 다른 이도 완벽하게 할 수 있으랴. 완벽하지 못한 존재들이 세상을 덮으니 어찌 세상이라고 완벽할 쏘냐.   그런데 어찌보면 완벽하지 못해야 그 부분을 채우려고 발악하고 노력하는 모습, 그 빈 부분에 고통당하는 것들이 있으니 세상 사는 맛도 있고, 그게 진정한 인간이다. 그것을 모두 돌려 말한 것이 우투리이다. 우투리에 대한 유형별 해석 (김동*)   우투리를 읽고 나니 세 가지 유형을 생각하게 된다. 우투리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외로우면서 추앙받는 영웅’, 백성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영웅을 원하지만 원하지 않는 자들’, 권력자를 한 마디로 표현하면 ‘자신의 권력을 신으로 섬기는 성직자’ 정도이다.   우투리는 권력자에게 있어서 ‘이단아’ 쯤 되고 백성에게는 ‘우상’이며 ‘지킬 수 없는 존재’이다.   자, 관점을 바꾸어보자. 우투리를 보았다면 이제 ‘권력자’를 보는 것이다. 권력자는 우투리에게 있어서는 ‘쓰러뜨려야 할 존재’이며 백성에게 있어서는 ‘쓰러뜨리고 싶으나 힘이 없어 복종해야 하는 자’가 되는 것이다.   이제 ‘백성’을 보자. 우투리에게 있어 ‘백성’은 ‘지켜야 하지만 정작 지지는 못 받는 자’, 권력자에게는 ‘무능하니까 지배해야 마땅한 존재’이다.   생각해보자. 우투리가 죽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백성의 대표격인 ‘부모님’에게 있다. 만약 앞에서 말했던 게 아니었담녀 말 그대로 해피엔딩인 것이다. 허나 ‘지킬 수 없는 존재’ 이기에 우투리는 최후를 맞이한다.   우투리는 권력자에게 ‘이단자’이기 때문에 죽임을 당했다. 권력자는 백성을 무능하다 여기기 때문에 백성은 우투리를 ‘우상’으로 받드는 것이다. 영웅 우투리 (조승*)     우투리는 영웅이다. 칼과 가위로도 잘라지지 않는 탯줄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겨드랑이 사이에 날개도 있다. 날개란 무엇인가. 히늘에서 내려왔단 뜻이다. 포악한 왕과 욕심 많은 벼슬아치를 무찌를 수 있는 명실상부한 영웅이다.   그런데 우투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백성이다. 우투리를 죽음으로 내몬 자는 누구인가. 백성들이다. 백서들의 과도한 관심이 오히려 우투리를 망친 것이다. 이러한 일은 흔하게 볼 수 있다. 한 때 한국 축구의 영웅이라고 떠받들던 고종수라는 선수는 부상 후 국민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오히려 공격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만약 우투리가 3년을 채워서 군사들을 이끌고 부활했다면 어땠을까? 성공했다면 그야말로 진짜 영웅이지만 실패했다면 백성들의 민심을 얻지 못하고 고종수처럼 되었을 수도 있다. 백성들은 영웅을 원하지만 영웅이 백성을 원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투리의 실패는 누구 때문인가 (서창*)   결과적으로 우투리는 개혁에 실패했다. 과연 우투리의 실패는 누구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 생각으로는 어머니를 탓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어머니는 우투리의 무덤, 비밀 등을 모두 말해 버렸다. 그렇지만 남편의 목에 칼이 들어와 있었다. 어떤 아내가 당장의 남편을 외면할 수 있을까. 물론 남편 한 명의 목숨보다 백성들의 운명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자. 내 바로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 나라의 운명, 백성의 운명 등을 생각할 여유가 있을까. 나였다면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백성의 잘못일까? 이것도 아니다. 비록 백성들 때문에 소문이 나서 왕이 우투리의 존재를 알았다지만 백성들에게는 어떤 악의도 없었을 것이다. 희망에 차 옆의 사람에게 우투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견딘 백성들을 어떻게 탓하겠는가.   결론적으로 근본인 왕이 문제인 것이다. 그 왕이 어질었다면 영웅이 반란을 꾀할 이유도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의 곁에서 나라의 부흥을 도왔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어질지 못했던 왕보다 어질게 나라를 통치한 왕이 명예는 물론 부 또한 더 많이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투리를 직접 죽였기도 하고, 우투리가 죽은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한 왕이 나라를 구할 영웅을 실패로 만든 이유라고 생각한다.

 
* 교과서 본문

옛날 옛날 먼 옛날, 임금과 벼슬아치들이 백성들을 종처럼 부리던 때의 이야기야. 욕심 많은 임금과 사나운 벼슬아치들에게 시달릴 대로 시달리던 백성들은 누군가 힘세고 재주 많은 영웅이 나타나 자기들을 살려 주기를 목이 빠지게 바라고 살았지. 이때 지리산자락 외진 마을에 한 농사꾼 내외가 살았어. 산비탈에 밭을 일구어 구메농사나 지어 먹으며, 그저 산 입에 거미줄이나 안 치는 걸 고맙게 여기고 살았지. 그렇게 살다가 늘그막에 아기를 하나 낳았는데, 낳고 보니 아기 탯줄이 안 잘라져. 가위로 잘라도 안 되고 낫으로 잘라도 안 되고 작두로 잘라도 안 돼. 별 짓을 다 해도 안 되더니 산에 가서 억새풀을 베어다 그걸로 탯줄을 치니까 그제야 잘라지더래. 아기 이름을 ‘우투리’라고 했는데, 이 우투리가 갓난아기 때부터 하는 짓이 달라. 방에다 뉘어 놓고 나가서 일을 하고 들어와 보면 시렁에 덜렁 올라가 있지를 않나, 곁에 뉘어 놓고 잠깐 잠들었다 깨어나 보면 장롱 위에 납죽 올라가 있지를 않나. 이래서 참 이상하게 여긴 어머니 아버지가 하루는 아기를 방에 두고 나와서 문구멍으로 들여다봤지. 그랬더니, 아 이런 변이 있나. 글쎄 아기가 방 안에서 포르르포르르 날아다니지 뭐야. 가만히 보니 아기 겨드랑이에 조그마한 날개가, 꼭 얼레빗만한 게 뽀조록하니 붙어 있더란 말이지. 그걸 보고 어머니가 그만 기겁을 해. “아이고, 여보, 이것 큰일났소. 내가 아기를 낳아도 예사 아기를 낳은 게 아니라 영웅을 낳았소.” 겨드랑이에 날개 돋친 아기는 장차 영웅이 될 아기란다. 그런데 이게 참 좋아할 일이 아니라 기겁을 할 일이야. 가난한 백성이 영웅을 낳으면 임금과 벼슬아치들이 가만히 두지를 않거든. 영웅이 백성을 살리려고 저희들과 맞서 싸우기라도 하면 큰일이니, 힘을 쓰기 전에 죽여버리려고 든단 말이야. 잘못하다가는 온 식구가 다 죽을 판국이지. 그래서 어머니 아버지가 의논 끝에 우투리를 데리고 지리산 속 아주아주 깊은 골로, 사람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들어가 숨어 살았어. 그런데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더니, 우투리라고 하는 영웅이 지리산에 났다고, 이런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 돌고 돌아 임금 귀에까지 들어가게 됐어. 임금이 그 소문을 듣고 가만 있을 리 있나. 사납고 힘센 장군을 뽑아 우투리를 잡으러 보냈어. 장군이 군사들을 많이 거느리고 우투리네 집에 들이닥쳤지. 그런데 우투리가 참 영웅이라도 큰 영웅인지, 군사들이 몰려오는 걸 어떻게 알고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어. 어디로 갔는지 자취도 없어. 그 많은 군사들이 온 산 속을 이 잡듯이 뒤져도 못 찾지. 사흘 밤낮을 뒤지고도 못 찾으니까 장군이 애매한 우투리 어머니 아버지를 잡아 갔어. 잡아 가서 묶어 놓고 곤장을 치는 거야. “우투리 있는 곳을 어서 대라.” 이렇게 으르면서 곤장을 친단 말이야. 그런데 어머니 아버진들 알 수가 있나. 때려도 때려도 모른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었던지 사흘 만에 풀어줬지. 어머니 아버지가 초주검이 돼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니, 그새 우투리가 집에 돌아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기다리고 있어. 저 때문에 어머니 아버지가 두드려맞은 걸 보고 가슴이 아파서 그러지. 그런 뒤에 하루는 우투리가 어디서 구했는지 콩을 한 말이나 가지고 와서 어머니한테 볶아 달라고 그러더래. 그래서 어머니가 콩을 넣고 볶는데, 볶다가 보니 콩 한 알이 톡 튀어나오겠지. 하도 배가 고파서 어머니가 그걸 주워 먹어 버렸네. 그러니까 한 말에서 한 알이 모자라게 볶아 줬단 말이야. 우투리가 볶은 콩으로 갑옷을 짓는데, 콩을 하나하나 붙여 옷을 만드니 온몸을 다 가릴 만큼 되었어. 그런데 딱 한 알이 모자라서 한 군데를 못가렸어. 어디를 못 가렸는고 하니 왼쪽 겨드랑이 날갯죽지 바로 아래를 못 가렸어. 우투리가 그렇게 갑옷을 지어 입고 나서, 어머니더러, “조금 있으면 군사들이 다시 올 것입니다. 혹시 내가 싸우다 죽거든 뒷산 바위 밑에 묻어 주되, 좁 쌀 서 되, 콩 서 되, 팥 서 되를 같이 묻어 주세요. 그리고 삼 년 동안은 아무에게도 묻힌 곳을 가르쳐 주지 마세요. 그렇게만 하면 삼 년 뒤에는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거든. 그러고 나서 조금 있으니 아닌게아니라 장군이 군사들을 데리고 다시 왔어. 우투리가 갑옷을, 그 왜 볶은 콩으로 지은 갑옷 있잖아. 그걸 입고 집 앞에 떡 버티고 섰으니, 군사들이 겁을 내어 가까이 오지 못하고 멀리서 활을 쏘는데, 뭐 몇백 발을 쏘는지 몇천 발을 쏘는지 몰라. 화살이 참 비 오듯이 쏟아져. 그 많은 화살이 죄다 갑옷에 맞아 부러지는데, 꼭 썩은 겨릅대 부러지듯 툭툭 부러져. 그러니 그 많은 화살을 다 맞아도 끄떡없어. 군사들이 화살을 다 쏘고 이제 딱 한 개가 남았는데, 그 때 갑자기 우투리가 왼팔을 번쩍 들어 겨드랑이를 썩 내놓는 게 아니겠어? 그 콩 한 알 모자라서 날갯죽지 밑에 맨살 드러난 데 말이야. 거기를 썩 드러내 놓고 가만히 서 있는 거야. 그 때 마지막 한 개 남은 화살이 탁 날아와서 거기를 딱 맞추니 우투리가 풀썩 쓰러져 죽었어. 장군이 군사들을 데리고 돌아간 뒤에, 어머니 아버지가 슬피 울면서 우투리를 뒷산 바위 밑에 묻어 줬어. 우투리 말대로 좁쌀 서 되, 콩 서 되, 팥 서 되를 같이 넣어 묻어 줬지. 그러고 나서 세월이 흘렀는데, 거의 한 삼년이 흘렀나 봐. 그 동안 백성들 사이에서 소문이 나기를, 우투리가 아직 안 죽고 살아 있다, 지리산 속에서 병사를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 이런 소문이 짜하게 퍼졌어. 사방이 고요하면 산 속에서 병사들이 말을 타고 내닫는 소리가 두가닥두가닥 들린다고도 하고, 얼마 안 있으면 우투리가 산에서 나와 백성들을 다 구할 거라고도 하고, 이런 소문이 돌도 돌아 또 임금 귀에까지 들어갔지. “에잇, 안되겠다. 이번에는 내 손으로 죽이는 수밖에 없다.” 임금이 화가 나서 군사들을 많이 데리고 우투리네 집을 찾아갔어. 찾아가서 어머니 아버지더러, “우투리를 어디에 묻었느냐? 바른 대로 대라.” 하고 을러대겠지. 그런다고 어머니 아버지가 순순히 가르쳐 줄 리 있나. 입을 딱 다물고 죽어도 말 못한다고 버텼지.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말을 안 하니까 임금이 시퍼런 칼을 아버지 목에 딱 갖다 대고, “이래도 말 안 할 테냐?” 하는데, 그걸 보니 어머니가 그만 눈앞이 아득해져서 저도 모르게 뒷산 바위 밑에 묻었노라고 말해 버렸어. 임금이 그 길로 뒷산에 가서 우투리 묻었다는 바위 밑을 파 보았지. 그런데 이게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 암만 파도 아무 것도 안 나와. 우투리는커녕 개미 뒷다리 하나 없어. 아주 깨끗해. 임금이 가만히 살펴보니, 우투리가 살아 있다면 숨을 데라고는 그 위에 있는 바위 속뿐이겠거든. 그렇지만 바위에 뭐 틈이 있기나 하나. 바위를 열고 속을 들여다보려고 해도 도무지 열 재간이 있어야 말이지. 임금이 바위를 이리 쳐다보고 저리 쳐다보고 빙빙 돌기만 하다가 다시 우투리 어머니 아버지한테로 갔어. 가서, “우투리 낳을 때 뭐 이상한 일이 없었느냐? 바른 대로 대라.” 하는데, 이번에도 칼을 아버지 목에 딱 갖다 대고 으름장을 놓으니 어머니가 그만 눈앞이 아득해 가지고, 탯줄이 알 잘라져서 억새풀로 잘랐노라고 가르쳐 줘 버렸어. 임금이 다시 뒷산으로 가서 억새풀을 한아름 베어다 바위를 탁 쳤지. 그랬더니 이게 왠일이냐? 우루루 하고 땅이 흔들리면서 바위 한가운데에 금이 쩍 나더니 그 큰 바위가 스르르 두 쪽으로 갈라지지 않겠어? 그 갈라진 틈으로 바위 속을 들여다보니, 야, 참 이런 장관이 없구나. 소문대로 우투리가 죽지 않고 살아, 바위 속에서 병사를 기르고 있었던 게지. 그 사이에 좁쌀 서 되, 메밀 서 되, 팥 서 되가 모조리 병사가 되고 말이 되고 투구가 됐어. 투구를 쓴 병사들이 저마다 말을 타고 늘어섰는데, 그 수가 몇천이나 되는지 몇만이나 되는지 몰라. 그 때 우투리는 막 말을 타려고 한 발은 땅을 딛고 한 발은 말 안장에 걸쳤는데, 그 때 그만 바위가 갈라져 버린 거야. 바위가 갈라져 바깥 바람이 들어가니까 그 많은 병사들이 스르르 녹아져 없어지고, 우투리도 스스로 눈 녹듯이 녹아서 형체가 없어져 버렸어. 그 때가 삼 년에서 딱 하루가 빠지는 날이었단다. 하루만 더 있었으면 우투리가 병사들과 함께 바위를 열고 나와 백성들을 살렸을 텐데, 딱 하루가 모자라 그리 되고 말았어. 바위가 열리고 우투리가 병사들과 함께 사라지던 바로 그 순간, 지리산 자락 어느 냇가에 날개 달린 말이 나타나 사흘 밤 사흘 낮을 울었대. 그렇게 슬피 울던 말은 냇물 속으로 스르르 들어가 버렸는데, 그 뒤에도 물 속에서는 자주 말 우는 소리가 들렸대. 백성들은 그 소리를 듣고 우투리가 아직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고 믿었어. 날개 달린 말이 우투리를 태우고 물 속으로 들어갔다고 믿은 게지. 우투리는 지금도 그 물 속에 살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