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다큐
다큐 - 선라이즈 선셋
릴라~
2010. 9. 14.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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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꼭 한번은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었다. 올 여름 라다크에 갔더라면 그 근처 마을에서 해마다 열리는 달라이라마 강연회에 참석했을 터인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라다크 여행을 포기했는데, 만약 갔더라면, 올 여름 라다크를 덮친 홍수 때문에 제 때 귀국을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달라이라마의 하루를 가감없이 찍은 다큐다. 이 분을 뵙노라면 그 솔직함과 소박함에 놀라게 된다. 티벳의 살아있는 부처인데도, 이 분한테는 권위랄까, 깨달은 자에게 있을 법한 고요와 성스러움 그런 것들이 풍기지 않는다. 정말 소탈 그 자체다. 말하는 방식도 그렇고, 웃음 소리도 이웃집 아저씨와 다를 바 없다. 그 평범함과 일상성이 우리를 놀라게 한다. 어떤 환상도 우리에게 공급하지 않는다. 시적인 은유가 배제된, 아주 건조한, 합리적인 언어로 자신의 뜻을 표현한다. 이는 그의 타고난 성격일 수도 있다. 달라이라마는 시인이라기보다는 학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의 그러한 일상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세계의 존경을 받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그 분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 영화를 보며, 환상을 제공하지 않는 그의 소탈한 면모가 세속을 초월해보이는 여타 종교인들보다 훨씬 드높은 경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지구를 바라보는 방식 역시 흥미로운데, 그는 이 세계의 가장 큰 문제를 전쟁, 빈곤 등이 아니라 인구 문제로 보고 있었다. 60억 정도는 어떻게든 버텨나가겠지만, 이보다 인구가 더 늘면 이 세상에 많은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전세계가 힘을 합쳐 평화로운 방식으로 인구를 통제해야 한다고. 아마 미래에도 불가능하겠지만, 각 나라들이 서로 침략하지 않겠다는 협정 아래, 빈 땅이 많은 러시아는 옆 나라의 사람들을 받아들여 살게 하고, 그런 식으로 세상이 움직이면 얼마나 좋겠냐고,,, 등등
내년에 라다크에 가면 그 분을 뵐 수 있을까.
덧붙임) 티벳의 독립에 대한 달라이라마의 중도 노선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티벳이 미래에 중국으로부터 자치권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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