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다큐

다큐 - 땡큐 마스터 킴

릴라~ 2010. 10. 13. 14:02
땡큐, 마스터 킴
감독 엠마 프란츠 (2008 / 오스트레일리아,일본)
출연 사이먼 바커,김석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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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음악 영화다. 호주 출신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우리 나라 무형문화재 82호 김석출 명인의 음악에 반해 그를 찾아간다는 이색적인 내용의 다큐인데,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음악도 좋았고, 음악에 대한, 한국의 리듬의 본질에 대한, 주인공 사이먼의 진지한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배길동 명창, 박병천 명인 등 대가들의 한 마디 한 마디도 마음에 남는 무언가가 있었다. (스포일러 있음)

십 여년의 경력을 지닌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자기 음악의 한계를 느끼고 탈출구를 찾는다. 그 때 우연히 들은 것이 김석출의 음반. 수백 번을 들으며 반했고 그를 찾아 한국에 7번이나 왔으나 만나지 못한다. 그러던 차에 국악인 김동원 교수와 연락이 되고 그와 함께 서울서 출발해 김석출 명인이 사는 부산까지 가는 여정이 이 다큐의 내용이다. 이미 김석출은 병고로 몸져 누운 상황이라 만날 가능성이 확실치 않았고, 그래서 김동원은 허락이 날 때까지 부산으로 가면서 자신이 아는 한국 전통 음악의 고수들을 소개시켜 준다. 그 독특한 만남이 주는 효과는 사이먼 바커의 드럼 소리에 그대로 반영 되어 있다.

지리산 자락에서 7년이나 소리 공부를 했다는 배길동 명창의 소리나 박병천의 북소리도 좋았지만, 우리 리듬을 반영한 사이먼의 드럼 소리가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뭐랄까 좀 더 밝고 풍요로운 느낌이라고 할까. 그는 장구를 치는 듯한 자연스런 몸짓으로 드럼을 연주하는데, 색다른 묘미가 있었다.

우리 전통 음악을 기와 에너지의 측면에서 설명한 점은 약간 오리엔탈리즘의 함의가 있긴 하지만, 한국의 리듬을 자연과 결부시켜 설명한 점은 좋았다. 우리 장단의 무박자에 대해 사이먼이 진지하게 묻고, 고수들은 그것을 음과 양, 산과 계곡, 긴장와 이완, 잡아당김과 풀림의 맥락에서 설명한다. 한국 음악은 특히 즉흥 연주가 많아서, 재즈와도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다만 한국 전통 소리 그 자체로는 뭐랄까, 좀 탁한 느낌이 있어서 평소에 듣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서양 음악과 하모니를 이룬 연주가 더 좋았다. 영화에는 우리 음악인들과 호주 음악인들의 협연 장면도 나온다.

음악이란 무엇인가, 리듬이란 무엇인가,, 라는 사이먼의 질문에 따라, 김동원 교수가 안내하고 우리 전통 음악의 각 분야 권위자가 그 질문에 나름의 방식으로 답해가는 멋진 영화다. 마지막에 사이먼은 결국 김석출 명인을 만나는데, 3일 후 명인이 세상을 떠나 영화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고 있다.

국악인이면서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해 놀라움을 줬던 김동원 교수가 음악을 택한 계기도 영화에 나오는데, 87년 박종철 군의 장례식에 갔다가 경찰에 잡혀가 죽을 만큼 얻어맞았다고 한다. 이후 척추수술을 두 번이나 했을 만큼. 그 때 유치장에서 나와 세상은 대체 어떤 관계인가를 진지하게 묻게 되었고,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자기 소리가 있어야겠다 싶어서 국악을 선택했단다. 독특한 인생여력이다 싶었다.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함은 그런 경험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였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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