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특별 공연>, 음악에 바치는 헌사
릴라~
2012. 3. 25. 15:31
공연 실황을 극장판 영화로 본 것은 처음인데, 실제 뮤지컬을 보는 것 이상의 큰 감동을 받았다. 뮤지컬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오페라의 유령'은 일부러 챙겨보지 않았다. 그저 말랑말랑한 소프트 드라마라고 생각해서 별 관심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알았다. 그건 내 선입견이었다는 것을. 오페라의 유령은 대작이었다. 3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인터미션 있음), 관람료 2만원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음악, 연기, 의상, 무대 등 일단 공연 자체가 최고의 퀄러티였지만, 영화 상영을 염두에 두고 촬영되어 마치 관객이 실제로 극장(로얄 알버트 홀) 안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한 점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으로 나는 음악과 더불어 노랫말이 지닌 힘을 들고 싶다. 그것은 그저 전체 스토리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인간 본연의 감정을 풍부하게 묘사했고, 25주년 특별 공연에 꼭 어울리는 '음악'에 대한 헌사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본 공연도 좋았지만 특히 공연 끝에 나오는 30분이나 되는 커튼콜 동안 불려진 노래의 감동은 누구나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커튼콜에는 본 공연 배우들의 인사 뒤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등장하여 그간 오페라의 유령이 만들어지는데 기여한 제작자, 무대 감독, 의상 담당자, 안무가 등 숱한 사람의 이름을 호명하며 함께 25주년 잔치를 축하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1대 크리스틴 역과 팬텀 역을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만과 마이클 크로포드다. 뒤이어 사라 브라이트만과 역대 팬텀 역을 맡은, 이제는 머리가 희끗한 4명의 팬텀들(안소니 왈로우, 콤 윌킨스, 존 오웬 존스, 피터 조백)이 다함께 노래를 부른다. 관객들에게 이보다 더 멋진 선물이 있을까. 보는 이도 가슴 뜨거워지는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본 공연에서 앳된 시에라 보거스와 카리스마 있는 라민 카림루가 인간의 욕망과 갈등을 애절하게 표현했다면 커튼콜 공연에서 사라 브라이트만과 역대 팬텀들은 그들의 경륜에 걸맞게 그것을 보다 숭고하고 음악과 삶에 대한 찬가로 표현해냈다. 음악과 함께 반생을 보낸 그들의 삶이 노래에 깃들어 있었고,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눈빛과 표정, 목소리, 그리고 노랫말 하나하나에 그들의 삶에 대한 긍정과 음악에 대한 예찬이 서려 있었다. 커튼콜은 오페라의 유령에 참가한 모든 이와 관객이 음악에 대한, 음악으로 표현되는 인생에 대한 사랑을 만끽하는 자리였다. 과거와 현재가, 배우와 스텝과 관객들이, 인생과 음악이,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과 음악을 통한 초월이 한 자리에 만나는 순간이었다. 절정 뒤에 찾아온 절정처럼 가슴속에 담긴 노래를 남김없이 쏟아내는 자리였다. 25주년 특별 공연의 주제는 단연 'the Power of the Music'이라 말할 수 있다. 음악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선물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본 공연은 기존 뮤지컬의 재공연이 아니라, 그 중에서 중요한 대목만을 뽑아서 '노래' 위주로 무대에 올린 것이라서 뮤지컬 만큼 무대 장치와 안무가 스펙터클하지는 않다. 하지만 로열 알버트 홀은 충분히 아름다웠으며, 스토리를 모르고도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25주년 특별 공연은 오히려 스토리가 배경이 되었으며 노래와 음악이 전경을 차지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노래가 들려주는 건 인간의 양면성과 그것을 통합하는 음악의 힘이다.
크리스틴은 밤의 세계, 오페라의 유령이 거주하는 어둡고 신비스런 공간을 찾아감으로써 혼이 깃든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된다. 오페라의 유령은 그녀에게 노래를 가르쳐주는 천사였다. 그러나 크리스틴이 그 세계에만 머물지 않고 낮의 세계에 속한 라울의 사랑을 받아들임으로써 문제가 생긴다. 유령은 음악의 천사가 아니라 악마가 되어 그녀에게 집착하고 그녀를 영원히 자기 음악과 자신이 속한 세계 안에 가두어두려 한다. 가면 너머의 유령의 얼굴을 확인하고 두려움에 떨던 크리스틴이 유령을 인정하고 그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그녀가 자기 내면의 유령을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그녀는 유령 즉 자기 안의 음악의 신의 포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를 길들이고 라울과 함께 낮의 세계로 돌아온다.
크리스틴이 동경했던 오페라의 유령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존재한다. 처음엔 동경이었으나 나중에 그것은 크리스틴을 속박한다. 우리가 얻고자 했던 것이 우리를 집어삼키는 것이다. 하지만 크리스틴은 그 힘의 포로가 되지 않고 그 힘을 자신의 일부로 소화해낸다. 야성의 세계, 낯설고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항해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하지만 그 야성에 사로잡히지는 않는다. 유령과의 만남은 자기 내면의 야성/무의식과의 만남이자 그것과의 화해이다. 우리 안의 야성은 우리에게 자기를 알아달라고 소리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없애고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틴처럼 그것에 키스를 보내는 것이다. 오페라의 유령이 크리스틴에게 음악을 주었다면, 우리 내면에 깃든 야성은 우리에게 어떤 선물을 가져다 줄까.
The phantom of the Opera
[Christine]
In sleep he sang to me
In dreams he came
That voice which calls to me
And speaks my name
And do I dream again?
For now I find
The phantom of the opera is there
Inside my mind
[Phantom]
Sing once again with me
Our strange duet
My power over you
Grows stronger yet
And though you turn from me
To glance behind
The phantom of the opera is there
Inside your mind
[Christine]
Those who have seen your face
Draw back in fear
I am the mask you wear
[Phantom]
It's me they hear
[Both]
My/Your spirit and my/your voice
In one combined
The phantom of the opera is there
Inside my/your mind
[Chorus]
Beware
The phantom of the opera
[Christine]
He's there
The phantom of the opera
[Phantom]
Sing, my angel of music
Sing, my angel !
Sing for me !
The music of the night
Nighttime sharpens, heightens each sensation
Darkness wakes and stirs imagination
Silently the senses abandon their defenses
Helpless to resist the notes i write
For I compose the music of the night
Slowly, gently, night unfurls its splendour
Grasp it, sense it, tremulous and tender
Hearing is believing
Music as deceiving
Hard as lightning, soft as candle light
Dare you trust the music of the night..
Close your eyes for your eyes will only tell the truth
And the truth isn't what you want to see
In the dark it is easy to pretend..
That the truth is what it ought to be...
Softly, deftly, music shall caress you
Hear it, feel it, secretly possess you
Open up your mind, let your fantasies unwind
In this darkness which you know you cannot fight
The darkness of the music of the night
Close your eyes start a journey through a strange, new world
Leave all thoughts of the world you knew before
Close your eyes and let music set you free
Only then can you belong to me
Floating, falling, sweet intoxication
Touch me, trust me, savour each sensation
Let the dream begin, let your darker side give in
To the power of the music that I write
The power of the music of the night
You alone can make my song take flight
Help me make the music of the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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