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다큐

<두 개의 문>, 공권력에 던지는 질문

릴라~ 2012. 7. 27. 08:24

 



용산 참사. 검찰과 경찰은 30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수사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망루 안에 있던 이들은 죽음을 당했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있던 경찰특공대원들은 입을 다물고 있는 상황에서 재판이 열렸다. 참사의 책임은 시위대에 돌려지고 이들은 아직 복역 중이며 진실은 오리무중이다.

 

죽은 이들은 말이 없고 살아있는 이들은 입을 다문 상황에서 진실에 근접하도록 도와주는 것은 카메라의 눈이다. 이 영화는 당시 참사 과정을 가까이에서 찍었던 인터넷 방송의 자료와 이후 재판 내용에 기초하여 우리를 잃어버린 그 시간 속으로 이끌고 간다.

 

영화가 차분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들, 물대포가 쏟아지고 화염이 치솟는 망루 위의 상황은 그 어떤 설명도 필요 없었다. 그 자체만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임을 전해주었다. 영화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느 편의 잘잘못을 가리기보다는 공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시민들이 단지 정부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테러범을 '섬멸'하기 위해 조직된 경찰특공대를 투입해도 좋은가. 인질범이라 하더라도 협상의 시간을 가지는 법인데 경찰을 동원하지 않고 25시간만에 테러범 때려잡듯 작전을 전개한 이유가 무엇인가. 건물 내부 도면조차 안내되지 않고, 그 안에 몇 명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전혀 파악되지 않고, 특공대원의 안전을 확보해줄 컨테이너 두 대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렇게 급하게 작전을 전개한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경찰청장으로 임명된 김석기가 정권에 아첨하기 위한 것은 아닌가.

 

그리고 영화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질문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상부에서 말도 안 되는 지시가 내려졌다 하더라도 진압 과정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이 끔찍한 참사를 막을 사람이 왜 아무도 없었는가. 재판 과정에서 경찰특공대대장 및 대원들에게 던져진 질문의 초점은 바로 그것이었다. 상부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해하지만, 만약 본인에게 재량이 주어졌다면 어떻게 했느냐는 질문에 대대장은 답한다. 전체 상황을 보고 안전을 고려하면서 천천히 작전을 진행했을 거라고. 대원들은 답한다. 위험은 감지했지만 어서 빨리 작전을 끝내야겠다는 생각만 했을 뿐 상부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보고할 만한 처지도 상황도 안 되었다고. 현장의 모습은 지옥과 다름 없었다고.

 

한 사람의 죽음은 단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다. 그를 둘러싼 가족들과 숱한 관계들. 그 모든 사람들을 고통에 몰아넣을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그 위험을 또렷이 인지하고 그에 걸맞는 용기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현장엔 아무도 없었다. 상부의 지시를 거역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극히 위험한 상황에서는 인간적 직관을 가지고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이 세상의 많은 비극은 주어진 명령을 그대로 따르기만 한 '선량한'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졌다. 공권력이 그 자체로 절대 명령이 되어버린 것이다.

 

영화에서 누군가가 한 말, 용산참사에 분노하지 않고 그것을 참아낸 국민을 보고 이명박 정권이 이후로 마음대로 행동했다는 대목이 특히 마음이 아팠다. 이 정권은 용산에서 국민의 참을성이 어디까지인가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후로 공권력을 마구, 마음놓고 휘둘러댔다는 것이다. 나 또한 당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알았지만 그 사건의 본질에는 다가가지 못한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매우 훌륭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내 마음에 남은 화두는 조직의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에 관한 것이었다. 누군가의 삶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에 우리가 놓여졌을 때 우리가 한 개인으로서 독자적인 판단과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이 사회가 길러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교육에 반영어야 하고 교육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환기되어야 한다. 이 부분이 우리 교육에서 참 아쉽다.

 

 

 

 

 


두 개의 문 (2012)

Two Doors 
7
감독
김일란, 홍지유
출연
권영국, 김형태, 류주형, 박진, 박성훈
정보
다큐멘터리 | 한국 | 101 분 | 2012-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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