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를 걷다 '01
바라나시에서 국경 도시 소나울리까지 덜컹거리는 버스로 꼬박 하루가 걸렸다. 밤이 되어서야 소나울리에 도착했다. 날은 이미 어두웠다.
두 발로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어둠 속에서 관문을 지날 때 무척 감격했다. 드디어 네팔, 히말라야에 한 걸음 다가온 것이다. 북인도 도시의 매연에 지쳐 있었기에 산이 더욱 그리웠다.
국경 사무소에서 비자를 발급받고 그날은 그곳에서 묵었다. 날이 밝자 포카라행 버스에 올랐다.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가며 마주치는 시골 풍경은 인도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버스에 속속 올라타는 이들의 얼굴은 한결 친숙했다. 꼭 한국 사람같은 몽골리안들도 더러 있었다.
포카라의 레이크 사이드는 이름난 관광지임을 실감케 했다. 서구풍의 건물과 레스토랑들이 빼곡이 들어차 마치 다른 나라에 온 것 같았다. 산 자락 아래 호수가 아름다웠다. 공기 역시 맑았다.
우리는 현지 여행사에서 계약을 맺고 다음날 가이드, 포터와 함께 네 명이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로 향했다. 푼힐까지 오르는 가장 짧은 코스가 사박 오일 걸린다고 했다. 우리는 그만한 여유가 없어서 그 길을 삼박 사일만에 걷기로 했다.
첫날은 완만한 길을 따라 걸었다. 그 높은 곳까지 주위 산과 조화를 이룬 계단식 밭과 인가가 계속 나타났다. 약 5백년 전부터 사람들이 여기 들어와 살았다고 한다.
우리 나라 산과 모습이 비슷했다. 다른 점이라면 산이 훨씬 크고 웅장하며 골이 깊고, 강과 계곡의 규모가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맑고 깨끗한, 아주 청정한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힘차게 흐르는 물과 곳곳마다 마주치는 폭포들이 마음 속 먼지까지 깨끗이 씻어내 주었다.
트레킹 이틀째 되는 날, 드디어 2900m에 자리잡은 고레파니에 도착했다. 기온이 많이 떨어져서 몸이 덜덜 떨려왔다. 그러나 우리 눈 앞에 펼쳐진 7, 8000 미터 급의 안나푸르나 산맥, 그 눈덮힌 봉우리들 앞에선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많은 곳을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그 절경은 단연 세계에서 최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해가 지고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올려다 보았다. 추위에 떨면서도 우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불렀다. 우리 머리 위로 우리가 이 지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세계, 일상에서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한 세계가 있었다.
셋째 날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3210m 푼힐(Poon Hill)에 올랐다. 추위와 어둠 속에서 태양을 기다렸다. 해가 히말라야를 비추기 시작하자 서로 어깨를 맞댄 안나푸르나의 봉우리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햇살이 비치자 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었고 우리 앞에서 하얗게 빛났다. 손을 오돌오돌 떨면서 우리는 히말라야에 찾아오는 아침을 지켜보았다.
이제 산 아래로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길은 깊은 계곡을 통과하는 길이어서 올 때보다 훨씬 힘들었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면서 얼마나 많은 산들을 넘었는지 모른다. 정말 거대한 산이었다. 그리고 곳곳마다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한 고개를 지나니 끝도 없는 정글. 이틀 일정을 하루에 옮기려니 몸에 많은 무리가 왔다.
정말 힘들게 힘들게 산을 다 내려왔을 때의 감격이란!
조금만 노력한다면, 그리고 조금의 불편함만 감수할 수 있다면 우리가 소망하는 것들을 다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돌아가서도 꿈을 이루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트레킹을 마치고 네팔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때 벌써부터 만년설이 뒤덮인 봉우리들이 그리웠다. 이 산이 아주 오랫동안 내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돌아가서도 그러할 것 같았다.
네팔을 떠나기에 앞서 만년설에 뒤덮힌 히말라야를 한 번 더 볼 기회가 있었다. 포카라에서 수도 카트만두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다. 내 눈은 재빨리 창 밖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산을 찾았지만 산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히말라야가 비행기 높이만큼 우뚝 솟아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 지상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 아름다움, 하얗게 눈부시게 빛나는 설산을 뒤로 하고 우리는 다시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안녕, 네팔(Nepal)! Never End Peace And Love!
평화와 사랑은 끝이 없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