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량수전'에서 느낀 고마움
"나는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사무치는 고마움으로
이 아름다움의 뜻을 몇 번이고 자문자답했다.'
최순우 선생의 '부석사 무량수전'에 나오는 구절이다.
수업을 준비하는 나는 무량수전의 아름다움보다는
선생이 말한 '사무치는 고마움'의 뜻을 묻고 또 물었다.
무량수전의 정갈한 아름다움에는 나 또한 놀랐지만
그것이 '사무치게' 고마울 것 까지야,,, 하면서.
개성박물관 말단 서기에서 시작해서 국립중앙박물관장까지
한평생을 박물관과 함께 보낸 선생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그의 감격이 조금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식민지와 6.25 전쟁을 겪으며
우리 것이 다 흩어지고 우리의 아름다움의 실체조차 가늠하기 어려웠던 시대,
우리 것이 쪼그라든 시대에 우리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찾아간 선생에게
부석사 무량수전과의 만남은 신라과 고려 사람들이 지녔던
자연과 건축의 조화, 순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면서
선생이 발견하고 싶어했던 한국인의 참모습을 깨닫게 해준 가슴 벅찬 만남이었다.
선생은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이 바로 우리들이 대대로 지녔왔던 아름다움을
대변해주는 존재라는 것을 알아본 것이다.
글은 어휘가 좀 까다로웠지만 3문단의 짧은 글이라 수업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1차시에는 우리가 아는 문화재와 그것이 가치 있는 이유를 적어보고
우리나라 국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배경지식을 짚어보았다.
경복궁, 불국사, 첨성대,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조선왕조실록 등이 나왔는데
반마다 다 비슷했다.
본문은 약 절반으로 나누어 2차시와 3차시에 걸쳐서 진행했다.
2차시에는 최순우 선생의 삶과 성북동의 최순우 옛집을 간단히 소개하고
글쓴이의 여정이 드러난 1문단과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묘사한 2문단의 절반을
동영상과 사진과 함께 읽었다.
배흘림기둥, 추녀, 주심포 등의 주요 어휘를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3차시에는 2문단의 나머지 부분인 무량수전 안양문에서 바라본 경치의 아름다움과
3문단의 석축의 아름다움 대목을 역시 동영상과 사진 자료와 함께 읽었다.
그리고 글쓴이가 무량수전에서 사무치는 고마움을 느낀 까닭을 생각해보고
글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을 발표했다.
자료는 지식채널과 문화재청에서 만든 부석사 관련 자료가 좋았다.
글이 짧지만 무게감이 있어서 두세 번 반복해서 읽었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아니라 이 분야의 전문가가 쓴 글을 읽는 것이라
그대로 의미가 있었다.
4차시에는 최순우 선생의 스승인 간송 전형필 선생을 동영상으로 간단히 소개하고
마무리 활동으로 2문단 쓰기를 진행했다.
1문단에서는 글의 내용을 소개하고, 2문단에서는 자유로운 감상을 적도록 했는데
부석사 여행 경험이나 관심 있는 문화재, 앞으로 방문하고 싶은 문화 유산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하도록 안내했다.
내용이 조금 어려웠지만 우리 문화재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는 반응이 많았다.
내 개인적으로도 지금까지 부석사에 두 번을 다녀왔고 깊은 인상을 받았음에도
그 아름다움의 뜻을 곰곰이 새겨보진 못했다.
짧은 글이지만 최순우 선생의 심미안과 감식안을 따라서
부석사 구석구석을 새롭게 여행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최순우 선생이 평생 찾아헤맸던 한국미를 실증해주는 존재인
무량수전에 나 또한 깊은 감사의 마음이 생겼다.
모든 글 읽기는 작가의 마음에 다가가는 과정이고
그것은 결국 우리들 자신의 한 부분에 다가가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글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가닿는다는 것,
우리가 놓치고 있던 진리에 손을 내민다는 것,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경험의 하나일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을 이해하고, 더는 세상의 부조리에 놀라지 않는 중년에 접어드니
읽는다는 것이,
이 바쁜 세태 중에 잠깐 일상을 멈추고
작가가 남긴 말들의 숲을 거니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신비롭고 숭고한 경험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