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사회, 과학

<25년간의 수요일> - 윤미향

릴라~ 2017. 7. 12. 20:58

96년인가 97년의 일로 기억한다. 수성교 부근에 있는 작은 예술 공간에서 전시회를 보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 전시회였다. 미술에 큰 관심이 없던 내게 그 그림들이 전해준 강렬한 인상은 지금도 생생하다. 선명한 색조로 그려낸 소녀와 군인. 할머니들의 그림은 인생을 다 살아낸 자의 것이 아니라 마치 십대 소녀들의 그림 같았다. 상처 입은 동심과 부서져버린 마음이 또렷하게 전해져 더욱 마음이 아팠던 기억이 난다.

 

<25년간의 수요일>은 25년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이어온 수요 집회에서 딴 이름이다. '20년간의 수요일'의 개정판이라 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위안부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을 만나온 과정이 군더더기 없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을 뿐 아니라 위안부를 둘러싼 한일 관계의 역사도 잘 정리되어 있다. 중학생도 거뜬히 읽을 수 있을 만큼 책을 쉽게 잘 썼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콧등이 시큰해졌다. 최초 증언자 김학순 할머니로부터 네덜란드계 호주인 얀 할머니의 증언까지(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을 보고 한국 할머니들을 돕고 싶어 증언에 나섰다고 한다), 그 분들이 생의 마지막에 결단했던, 진실을 알리고자 했던 큰 용기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이 책이 담고 있는 깊이는 만만치 않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여성을 어떻게 유린해왔는가에 대한 보고서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접했으면 하는 책이다.

 

 

p.s. 위안부(comfort woman)은 적절한 명칭은 아니다. 일본군 성노예(japanese sexual slave) 혹은 일본군 성폭력 피해자가 더 정확한 명칭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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