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이야기/탄자니아

잔지바 (1) ㅡ 슬픈 번영의 흔적, 잔지바

릴라~ 2019. 6. 26. 16:58

낯선 땅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놀라게 되는 건 그곳의 자연과 지리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장소는 내가 그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어주고 그때마다 내가 지닌 상식의 얄팍함애 놀라게 된다. 잔지바도 그런 장소였다. 

 

인도양의 이 아름다운 섬을 방문하기 전, 그저 아프리카의 섬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고 다녀온 분들이 좋았다 해서 여행지에 끼워넣은 거였다. 잔지바에 와서야 나는 이곳이 과거에 오만제국의 수도였음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오만의 지배를 받았던 18세기에서 19세기까지 잔지바르가 동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는 사실도 함께 알게 되었다. 

 

흔히 노예무역 하면 대서양 노예무역만 떠올리기 쉽지만 노예무역의 경로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서아프리카 노예무역으로 후추, 설탕 등의 향신료가 유럽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시작된다. 그들은 아프리카보다 풍토병이 적은 카리브해 연안과 아메리카 대륙에 대규모 농장을 건설하기 시작했고 필요한 노동력을 아프리카에서 공급했다. 

 

둘째는 동아프리카 노예무역으로 16세기 이후 크게 증가한 대서양 노예무역보다 역사가 더 오래되었다. 이 지역에서 붙잡힌 아프리카인들은 북아프리카, 중동, 인도 등지로 끌려갔다. 이들 지역으로 끌려간 흑인 노예의 수는 아메리카 못지 않게 많았다. 차이점이라면 중동으로 끌려간 흑인 남성 노예들은 거세당했기 때문에 아메리카와 달리 후손을 많이 남기지 못했다고 한다.

 

잔지바는 유럽, 중동, 아시아의 배들이 지나는 항로에 있어서 동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중심지로 부상했다. 아랍상인들이 아프리카 본토에서 잡혀온 노예들을 세계 각지로 팔아넘긴 장소가 잔지바였고 세계에서 마지막까지 노예시장이 열린 곳도 잔지바였다.  

 

킬리만자로 공항에서 잔지바 공항까지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잔지바 공항에서 다시 시내 스톤타운까지는 채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18세기에 건설된 스톤타운은 말 그대로 돌로 지어진 도시다. 낡고 퇴락한 건물 사이에서 정교하게 조각된 육중한 나무문이 당시의 번영을 느끼게 한다. 노예무역으로 도시가 지탱하고 노예무역으로 부를 쌓은 슬픈 번영의 흔적이 아랍풍과 인도풍이 혼재된 스톤타운 곳곳에 남아 있다. 

 

 

*2019년 4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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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 2. 노예무역의 어제와 오늘

아프리카에 오기 전엔 노예무역이라고 하면 그저 백인들이 흑인들을 많이 잡아갔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의 절반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아프리카 노예무역의 역사는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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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지바 3. 잔지바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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