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역사, 인물

조선, 1894년 여름 | 에른스트 헤세-바르텍 — 격변의 시대에 조선을 여행한 오스트리아인

릴라~ 2020. 12. 31. 10:45

 
1894년은 우리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해죠. 세도정치 백 년 끝에 이미 나라는 허물어지기 직전, 민초들의 마지막 개혁의 몸부림인 동학농민전쟁을 진입하려고 조정이 외세에 끌어들여 이 땅에서 청일전쟁까지 벌어졌죠. 그 격변의 시대를 마치 영화를 보듯 생생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여행기가 있습니다. 오스트리아 귀족, 헤세-바르텍의 기록인데요.


헤세-바르텍은 세계일주 여행 중에 일본에 들렀다가 조선이라는 미지의 나라에 대한 호기심으로 배를 타고 부산항에 내립니다. 청일전쟁의 위협 때문에 조선을 남에서 북으로 종단하지는 못하고, 배로 제물포까지 가서 서울과 인근 도시들을 여행하고는 아쉬움을 삼키며 일본으로 돌아가는데요. 그 경험을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여행기라기보단 민속지라 생각될 만큼 매혹적인 보고서입니다. 저자와 함께 1894년 여름에 조선 땅에 직접 발을 디딘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저자가 강렬한 호기심을 품고 나가사키를 출발해서 부산항에 도착하는 첫 여정이었는데요. 민둥산이 이어진 조선의 황량한 풍경에 놀라는 모습과 통역 한 명을 구하고 노새를 구해서 우여곡절 끝에 여행을 시작하는 모습이 흥미진진합니다. 묘사가 구체적이고 섬세해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저자의 눈에 비친 그 시대의 풍경을 함께 들여다보게 됩니다. 독자 또한 1894년 조선은 처음이어서 줄곧 저자의 시선에 공감하며 여정을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여정이 지속되면서 저자의 관심은 조선인의 생활 풍습, 왕과 조정, 정치적 상황, 대외 교역 등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마치 비숍 여사가 그랬던 것처럼 조선의 지리와 풍습, 사회상을 꼼꼼하고 섬세하게 관찰하는데요. 그 식견과 관심의 폭에도 놀라게 되는 책입니다. 

 

저자가 본 조선은 한 마디로 17세기 명나라 시절의 중국 모습이었는데요. 한때 조선은 문명국이었으나 지난 300년간 발전하지 못하고 도태되어온 과정을 잘 설명하고 있고요. 당시 일본 군인들이 조선 전역에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것을 막을 군대가 없었다는 한심한 현실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됩니다. 외국 군인들이 멋대로 조선팔도를 헤집고 다니는데, 조정은 아무런 힘도 의지도 없었지요. 또한 모든 대외 관계를 청에 의존하고 있어서 과연 독립국이라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저자는 청과 조선의 관계를 알고 싶어서 여러 외교문서를 검토하는데, 청 황제의 생일날 조선 왕이 보낸 문서를 보면서 속국이라고 판단을 내립니다. 조선이 외교권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판단도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조선이 중국을 세계의 전부로 인식하고 중국의 경전만을 지식으로 숭배하는 것을 보며 라틴어 경전만을 파고들었던 중세 유럽을 떠올립니다. 자신은 머나먼 조선 땅이 아니라 어쩌면 몇 백 년 전 유럽으로 여행을 온 것 같다고. 그리고 자국의 자연과 지리, 역사와 문화에 일절 관심이 없고 현재 중국인들도 모르는 옛 발음으로 공부를 하는 것이 관료들의 부패와 함께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하죠. 개인적으로 지금처럼 원전을 둘러싼 역사적 상황이나 배경지식을 다양하게 알지 못하고 경전으로 남은 책만 있던 시대에  '한문'으로 학문을 하는 것이 가능이나 했겠나,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저자도 똑같이 말합니다. 이 부자연스러운 문어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시험관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글이라고. 그렇게 몇 백년 보낸 결과 조선은 중세적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죠. 

 

조선과 조선인을 바라보는 저자의 기본적인 시선은 <조선과 그 이웃나라들>을 쓴 비숍 여사와 비슷합니다. 조선인은 외모도 언어도 풍습도 모든 면에서 중국인과 일본인과 아주 다르며, 조선의 관료들은 썩어도 너무 썩었지만, 보통의 조선인들은 자신이 만난 그 어떤 나라 사람들보다 내면이 훌륭하고 높은 도덕성을 지녔다는 거지요. 저자는 사원도 번화가도, 아무 것도 없는 수도의 초라한 모습, 여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삶, 뒤떨어진 문명 수준에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조선인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을 줄곧 유지하고 있습니다.그리고 이런 결론을 내리죠. 

 

"조선인들의 내면에는 아주 훌륭한 본성이 들어 있다. 진정성이 있고 현명한 정부가 주도하는 변화된 상황에서라면, 이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깜짝 놀랄 만한 것을 이루어낼 것이다." 

 

우리 역사 중에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이후, 조선 후기와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이르는 그 시대의 역사만큼 우리의 미래에 교훈을 주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오늘을 비추어주는 가장 훌륭한 거울이 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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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도시 중에서도 서울은 확실히 가장 기묘한 도시다. 25만 명 가량이 거주하는 대도시 중에서 5만여 채의 집이 초가지붕의 흙집인 곳이 또 어디에 있을까? 가장 중요한 거리로 하수가 흘러들어 도랑이 되어버린 도시가 또 있을까? 서울은 산업도, 굴뚝도, 유리창도, 계단도 없는 도시, 극장과 커피숍이나 찻집, 공원과 정원, 이발소도 없는 도시다. 집에는 가구나 침대도 없으며, 변소는 직접 거리로 통해 있다. 남녀 할 것 없이 모든 주민들이 흰옷을 입고 있으면서도, 다른 곳보다 더 더럽고 똥 천지인 도시가 어디에 또 있을까? 종교도, 사원도, 가로등도, 상수도도, 마차도, 보도도 없는 국가가 있을까? 프랑크푸르트나 쾰른, 할레와 같은 도시의 사람들이 이러한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사람들은 이 세상에 유럽 문명이 침투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한다. p83-84

 

그러면서도 서울은 결코 건강에 해로운 곳이 아니며 전염병 발생도 드물다. 그 이유는 한편으로는 겨울이 매우 혹독하여 여러 달 동안 눈과 얼음 그리고 추위가 전염병의 등장을 막고, 다른 한편으로는 여름의 소나기가 오물을 씻어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은 오물은 개들이 먹어치운다.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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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조선에서 왕은 이름만 통치자일 뿐이다. 왕비의 가문에 속한 범죄자적인 양반 무리가 정부의 고삐를 쥐고, 국가의 대소사를 어떻게 할지 왕에게 지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왕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이들의 손에 매달려 있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는다. 관직은 제일 높은 값을 부르는 자에게 팔리고, 호의와 친척 관계, 복수심이 여기에 한몫을 한다. 조정을 지배하는 민씨 가문은 왕의 주위에 단단한 사슬을 둘러 왕을 백성들로부터 격리시켜놓고 있는데, 만일 왕이 이 사슬을 끊으려 든다면 이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왕은 아마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며, 그의 가족 중에서 좀 더 고분고분한 후계자가 왕위에 오를 것이다. 

 

내시와 젊고 아름다운 시동, 그리고 여인들이 궁궐을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온갖 패륜과 범죄에 관한 끔찍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데, 왕이 알든 모르든 이러한 것들은 궁궐 안에서 일상사가 되어버렸다. 소식통이 내게 전하는 이러한 사건들의 정확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정황들이 보증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세간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일본인과 중국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과 억압당하고 착취당하는 백성의 반란이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지금의 상황으로 보건대, 넓은 지구상에서 조선만큼 백성이 가난하고 불행한 반면 지배층은 거짓되고 범죄적인 곳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p108-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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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에서부터 변방 지역의 소도시에 이르는 강탈의 연결 고리 속에서, 쉬쉬하지도 않고 아주 공공연하게 한쪽이 다른 쪽의 뒤를 봐주며 한 관리가 다른 관리에게 돈을 지불하고 매수한다. 게다가 나는 조선에 온 영국 사신단이 1894년 런던의 외무부에 보낸 보고서에서, 백성들이 겪고 있는 가난과 상공업의 폐해와 연관되어 있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발견했다.

 

"이 나라의 모든 관직은 (뇌물을 통해) 구해야 하며, 귀족의 손에 달려 있다. 가장 보잘것 없는 관직만이 귀족 계급이 아닌 자들에게 주어진다. 그것도 일종의 세습 귀족인 양반의 일원일 때만 가능하다. 따라서 상인들은 부를 획득하고자 할 만한 동기가 전혀 없다. 왜냐하면 이들은 이 부를 가지고 관직을 사서 귀족층의 반열에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예욕을 제쳐놓더라도, 1200만의 불행한 국민이 살고 있는 이 땅에서 상인이나 기업가, 농부, 목축업자들이 자신과 가족의 생계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획득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연이나 좋은 수확 덕에 약간의 돈이 수중에 들어오면, 그들은 돈을 땅속에 묻거나 비밀에 부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급 관리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행정관이나 판사 역시 매수가 가능한 탓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어떤 보호를 기대할 수도 없다. (...) 앞서 언급한 영국 관리의 말을 다시 인용해보자. 

 

"그러나 관리들이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 만약 이 선을 넘어설 경우 백성들이 '봉기'를 일으켜 그들을 추방한다. 관리들이 저항할 경우 백성들은 그들의 집을 약탈하고 파괴하며,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는 일도 있다. 중앙정부는 대체로 그러한 봉기가 해당 관리의 부적합성을 보여준다고 판단해 면직시킨다. 그리고 백성들이 왜 봉기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그들의 자리는 곧 다른 지원자에게 팔린다."

 

1890년대까지 관직은 2년 또는 3년 단위로 팔렸다. 이 기간이 끝나면 지역의 모든 관리는 관찰사에 의해 새로운 관리로 대체되었다. 물러나는 관리는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자리를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거대하고 강력한 귀족 가문인 민씨 일가가 속해 있는, 주도권을 쥐고 있는 당파가 임기를 1년으로 줄이자, 관리들은 과거에 2~3년간 해먹은 것을 1년 동안에 마쳐야 했다. 바로 이러한 조치가 지난해인 1894년 초에 일어났던 대규모 봉기를 일으킨 계기가 됐다. p15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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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국의 책임은 이미 얘기했듯이 귀족들에게 있다. 조선 귀족에게는 고유의 칭호가 없다. 귀족은 수 세기 전부터 존재했던 최고 지휘관과 정치가의 자손들이며, 전국적으로 퍼져 있는 수많은 가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각자 다른 이름을 가지지 않고, 스코틀랜드의 캠벨 가문이나 해밀턴 가문, 스콧 가문과 비슷하게 대다수가 같은 이름의 '일족'에 속한다. 이들 가운데 일정한 수의 가문만이 귀족계급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조선에서는 같은 이름을 가진 커다란 가문이 존재하며, 이들 가운데 특정한 가문만이 귀족계급에 속한다.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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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아닌 다른 민족을 이웃으로 두었더라면 오늘날 조선인들은 기본 교양과 교육에서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이다. 이 나라는 수천 년 동안 오직 중국하고만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거대한 중국 제국은 조선인들의 정신적인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중국에서는 옛 경전을 연구하고 아는 것 그리고 수백 년이나 된 오래된 저작들이 아직도 학식의 최종적 권위로 여겨지는데, 조선의 사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언어와 문학에 대한 연구나 지리와 자연에 대한 지식은 완전히 경시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유럽의 중세적 상황과 유사한 점들이 많이 발견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지금 처해 있는 문화적 상황은 우리가 겪었던 중세의 문화적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실론의 동쪽에 위치한 나라들은 여행하면서 나는 우리와 지구 정반대에 있는 곳으로 공간적인 여행을 떠난 것이 아니라, 몇백 년 전의 조상들에게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문화적인 상황으로 보자면 이 조상들 역시 우리와 정반대에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당시에 라틴어와 오래된 법전의 연구가 일반적이었던 것처럼, 조선에서는 동양의 라틴어인 중국어와 중국의 지혜를 탐구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이때에도 조선의 '학자'들은 현재 수많은 중국인들이 사용하는 중국어, 즉 현대의 공용어를 쓰는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전혀 발음할 수도 없고 말해온 적도 없는 왜곡되고 장식이 많으며 부자연스러운 문어를 쓴다. 그래서 이 글은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읽어야 한다. 이처럼 전혀 불가능한 언어로 조선인들은 문집을 쓰고, 이 문집을 중국의 옛 현인들의 말과 역사적인 예들, 속담, 선례로 가득 채우는데, 이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험관조차도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글일수록 사람들은 글을 쓴 사람을 대단하게 여긴다. (...)

 

조선의 하늘과 자연 그리고 철학과 역사는 공자 시대의 그것이며, 교양 있는 조선인들도 중국인과 마찬가지로 야만적 기독교도와 그들의 지식 그리고 세계관을 한없이 깔보고 있다. 일본인들 역시 예전에는 중국의 지혜를 조선인을 통해 전수받았다. 조선인이 다리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일본인은 중국식 문화와 오래전에 결별하고 자유롭게 발전한 반면, 조선의 지식은 옛 중국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했다. 게다가 중국의 문화를 알아야 관리직이나 장교직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이 문화적 지식을 지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도 이와 다르지 않다. p21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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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도들과 마찬가지로 조선 여성들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집안 깊숙한 곳에 머물고, 가까운 친척들만이 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따. 하지만 이 친척들도 실제로 그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천한 존재이므로 그들과 대화하거나 소통하는 것은 품위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층 백성의 경우에는 동방의 이슬람교도들과 마찬가지로 여성을 이처럼 엄격히 격리시킬 수가 없는데, 그 이유는 단지 여성이 집 안팎에서 모든 일을 다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방인도 때때로 여성들을 관찰할 기회를 가진다.

 

나는 조선에서 여성이 한가롭게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으며, 남성과 함께 있는 것을 본 적도 없다. 남자들이 집 앞에서 잠을 자거나, 담배를 피우고, 노는 동안 여자들은 집 안이나 마당에서 쉬지 않고 일을 했다. 이들은 힘든 일도 척척 해냈다. 여자들은 끙끙거리며 우물에서 무거운 두레박으로 물을 퍼 올렸고, 요리를 했으며, 밭에서 일을 했고, 무거운 짐을 날랐다. 또 밤늦게까지 집에서 일을 했다. 내가 그렇게 아침 일찍 수도의 거리를 걷는데도, 조선의 여인들은 벌써 일하고 있었다. p201

 

아내에 대해 애정이 없는 듯한 무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내가 죽었을 때 눈물을 흘리는 남자들이 사회에서 조롱거리가 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조선의 여인들은 대체로 이러한 대접을 놀라울 정도의 인내심과 체념을 가지고 견뎌낸다. 왜냐하면 여자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보다 더 나은 결혼 관계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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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은 한때 여러 가지 기술을 가지고 있어 이웃나라의 국민들보다 훨씬 앞서 있었는데, 심지어 일본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조선인들은 12세기에 벌써 서적 인쇄술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책 한 면을 나무판에 새겨 압착기를 사용해 인쇄했다. 일본인들은 이들로부터 이 기술을 전수받았다. 하지만 조선인들은 이 기술을 더 발전시키지 못했다. 현재 알려진 바로는 1317년부터 1324년 사이에 인쇄된 것이 틀림없는 책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유럽의 인쇄술 발명보다 100년이나 앞선다! 1420년에는 이미 금속활자가 만들어졌다. 조선의 도자기와 채색 백자는 이미 15세기에 아주 유명했고, 17세기 말까지도 일본인들이 대량으로 구입했다. p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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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조선은 아주 큰 발전을 이룰 거의 모든 자연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다만 모든 종류의 발전을 혐오하는 가련한 정부만이 이러한 발전을 가로막아 왔으며, 모든 시도를 미연에 제거했다. 이 정부는 해안이든 내륙이든 할 것 없이 모든 상업 활동에 엄청난 세금을 매겨 부담을 주고 있으며, 도둑이나 다름없는 관리들이 국민들을 조직적으로 강탈하는 것을 허용할 뿐 아니라, 교통로를 놓는 것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다. 운송 수단이 없는 나라는 각각의 개별 구역이 넘을 수 없는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과 같다.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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