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heshe.tistory.com
책 이야기/교육 관련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 벨 훅스

by 릴라~ 2009. 1. 30.

벨 훅스 경계넘기를 가르치기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벨 훅스 (모티브북, 2008년)
상세보기


벨 훅스의 새 책을 읽다. <행복한 페미니즘>, <사랑의 모든 것> 이후에 만난 반가운 책이다. 벨 훅스는 흑인 여성 페미니스트 이론가다. 지배 권력에 대한 저항의 표시로 자신의 이름도 늘 소문자, bell hooks로 쓴다.


이 분의 문장이 참 좋다. 특별히 문장력이 좋다기보다는 문장에서 빈번히 사용되는 주어, ‘나’가 좋다. 자아가 숨김없이 드러난 글쓰기. 페미니스트적 글쓰기의 특징이다. 많은 학자들이 객관성 속에 숨어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과 상반된 태도다. (어디 학자들 뿐이랴.문학인도 마찬가지. 그래서 나는 공지영이 좋다. 솔직히 소설보다 인간 공지영 쪽이 더 마음에 든다. 문장은 다소 거칠고 매끄럽지 않지만 자신의 관점이 뚜렷이 드러나기에. 그 때문일까. 내 주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를 싫어한다.)


벨 훅스의 문장에서는 그녀의 ‘몸’이 느껴진다. 감성과 체험과 사고와 지식이 하나로 통합된 어떤 ‘전인성’이. 그녀에게는 이론과 실천의 괴리 같은 건 없다. 자신의 신념만큼 실천한다. 에서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사상가로 파울로 프레이리를 들었는데, 프레이리 역시 이론실천을 자신의 삶 속에 하나로 녹여낸 인물이다.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실천을 해 검증하자는 프레이리의 ‘프락시스’를 벨 훅스는 평생 실천하며 살았다.


이 책은 벨 훅스가 교육에 관해 쓴 에세이집이다. 이십여년간 미국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얻은 자신의 깨달음을 14장에 걸쳐 쓰고 있다. 억압받는 흑인 여성으로서의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 ‘이론’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은행저금식 교육을 비판하고 대화와 참여를 강조한 프레이리로부터 해방에 대한 영감을 얻었으며, 페미니즘 이론과 운동을 통해서 총체적인 인간 해방의 길을 실천해온 저자의 삶의 행로도 그 안에서 함께 엿볼 수 있다.


그녀에게 자유의 실천으로서의 교육은 ‘경계넘기를 가르치는 것’이다. 인종과 성과 계급의 경계를 넘기. 이론과 실천 사이의 경계를 넘기. 개인의 경험과 분석적 지식 사이의 경계를 넘기, 교사와 학생 사이의 벽을 넘기,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을 넘어 배움의 현장에 에로스/열정을 초대하기. 이 때 교실은 ‘비판적 사고’와 ‘흥’이 살아 있는 완전히 개방된 교실, 자유와 해방의 실천이 된다. 참여 교육을 하면서 그녀는 그 어떤 것에서도 느낄 수 없는 환희를 느꼈다고 말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프레이리를 참 좋아한다. 철학자보다는 사상가가 내 취향에 맞다. 1g의 실천이 1kg의 사유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믿기에(슈마허의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프레이리의 관점을 여성의 정치적 맥락 속에서, 프레이리보다 더 통전적인 언어로 말하고 있으니 더욱 좋을 수밖에. 읽는 내내 행복했다.




내 선생님들은 나를 언제나 벼랑으로 떠밀었다.


낙원은 대가와 스승들의 이론적인 생각을 쌓아둔 천국의 창고가 아니라 존재의 근원을 찾으려는 학생 내면의 자아다. - 토마스 머튼

300x25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