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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아동과 교육과정, 경험과 교육 - 존 듀이

by 릴라~ 2011. 5. 9.

아동과교육과정경험과교육
카테고리 인문 > 대학교재 > 교육학
지은이 JOHN DEWEY (문음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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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는 듀이의 사상을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것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아동과 교육과정은 1902년에, 경험과 교육은 1938년에 출판되었다- 아동의 현재의 경험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어 미래의 경험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듀이의 분석과 통찰은 지금도 유효할 뿐 아니라 여전히 탁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기본적인 관점을 제공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삶의 '경험'을 해석하는 열쇠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란 무엇일까. 독일말에서 경험의 기본적 의미는 교외를 여행하는 것, 탐험하는 것, 그러면서 저절로 배움의 과정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라 한다. 경험은 사람 혹은 사물과 '직접' 연결되면서 배우는 것, 인식된 것들을 자기 것으로 흡수하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백과사전을 보니 영어의 experience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periment와 가까우며, 다른 사물이나 환경에 대한 관찰, 실험, 그로부터 얻은 노하우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physical, mental, emotional, spiritual 등의 타입으로 구분될 수 있었다. 한국말로 경험은 physical의 뉘앙스가 짙은 듯.)

듀이는 삶의 경험이라는 관점에서 교육을 보고 있다. 교육은 어떤 경험인가. 기존의 경험을 계속적으로 재구성하는 가운데 학습자가 성장하는 경험이다. 그는 교육에 관한 극단적인 두 입장을 강하게 비판한다. 그에게 전통적인 교육은 성인의 논리 체계를 일방적으로 강요하고 이를 지도와 통제라는 방법으로 가르치는 비교육적 경험이다. 그 가르치는 논리 체계는 과거로부터 전해진 것이고 이는 교육을 과거의 사실에 갇히게 한다. 반면에 아동 중심 교육은 본래의 취지와는 달리 아동의 즉각적인 흥미에만 아동을 가두게 됨으로써 성장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듀이가 생각하는 교육은 철저하게 학습자의 현재의 경험에서 출발하되, 그 현재의 경험에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경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 교과가 필요하다. 교과는 경험의 성장을 안내하는 지도이다. 듀이는 아동의 산만한 경험과 교과의 논리적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체계적인 교과 역시 인간이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조직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리고 경험을 체계화하는 것의 의의는 체계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조직하는 인간의 관점, 전망, 방법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아동의 경험과 교과는 서로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경험의 서로 다른 측면으로서 정도상의 차이를 지닌다. 그 차이는 전자가 심리적인 조직이라면 후자는 논리적인 조직이라는 데 있다. 따라서 교과를 바라보는 교사의 입장과 학자의 입장이 갈라진다. 학자가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고 조직하는 일을 한다면, 교사의 임무는 교과/학문의 논리로부터 그 안에 원래 들어 있었던 직접적이고도 생생한 경험과 탐구 정신을 끌어내는 것이다. 듀이는 교사가 교과를 학습자의 경험의 수준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을 '교과의 심리화'라고 불렀다. 그리고 교과가 심리화될 때 학습 내용이 학습자의 의식 속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듀이는 말한다. "교육에 있어서 모든 결정의 기초는 현재 아동들이 가지고 있는 성장해 가는 힘이며, 교육의 과정에서 성취하고 실현해야 할 것도 아동의 현재 태도를 토대로 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일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사가 소위 교육과정이라고 부르는 것 속에 들어 있는 인류의 경험을 아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교사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교과의 논리 속에 숨어 있는 인류의 경험을 학습자가 이해할 수 있는 심리적 수준으로 풀어서 학습자의 산만한 경험을 교과의 논리적 경험에 좀 더 가깝게 접근시키는 것이다. 학습자의 내적, 주관적 요소와 교과라는 외적, 객관적 요소가 상호작용을 이룰 때 경험의 성장이 이루어진다. 듀이는 이를 상호작용의 원리라 불렀다. 또한 모든 경험은 앞으로 올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데 듀이는 이를 계속성의 원리라 불렀다. 상호작용의 원리와 계속성의 원리는 듀이에게 있어 교육적 경험과 비교육적 경험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오늘날 교육에서 학습자가 중시되고 활동 중심 교육과정이 등장하면서 '단순한' 활동들이 난무하는 감이 있다. 그러나 듀이가 말한 활동이란 '지성적인' 활동을 의미하며, 그가 말한 흥미란 아동의 즉각적인 충동과 욕망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 태도를 의미했다. 그는 진정한 목적이 충동에서 시작된다는 점에서 충동을 어떤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보았지만, 그 충동을 당장 만족시키려는 행동을 연기하고 그것을 다양한 삶의 사태와 관련지으면서 그것이 가져올 결과를 예상할 때 충동을 진정한 목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물론 지적인 검토를 아무리 거쳐도 충동의 힘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그것 역시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보았다.

충동이 즉각적으로 채워지지 못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할 때 그것은 욕망으로 변한다. 듀이는 사고하는 것은 즉각적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중단하고 욕망이 일관성 있는 행동과 관련될 수 있도록 스스로 욕망을 조절하는 것이라 보았다. 듀이는 교육을 통해 자신을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사람, 계속해서 공부하려는 사람을 만들고자 했다. 경험을 통해 습관이 형성되며 그 습관들이 쌓이고 쌓여 우리 인격의 많은 부분을 이루므로 듀이는 현재의 경험을 끊임없이 재구성함으로써 앞으로 나아가는, 그러한 삶의 성장을 가져오는 교육을 희망했다.

그에게 교육은 지금 현재의 경험에서 풍부한 의미를 길어내어 내일과 연결되는 것이기에 교육은 순간순간 살아있음을 느끼는 생생한 체험이 된다. 지나치게 낭만적이라는 혐의를 씌울 수도 있다. 우리 삶을 돌아봤을 때, 주관과 객관의 성공적인 상호작용을 통해서 하나의 체험으로 정착되는 경험이란 흔하지 않으며, 우리들은 미해결된 부스러기들을 가득 안고 하나의 사태에서 다른 사태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교육적 조건을 만드는 일 또한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어려움이 듀이의 낭만성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가 아직까지도 교육적 경험이라는 삶의 사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진정한 의미에서 미래를 위하여 준비하는 것은 현재의 경험에서 가치 있는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현재 경험에 깊은 주의와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성장을 위한 교육은 현재의 경험에서 풍부한 의미를 찾아내는 경험을 함으로써 미래에 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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