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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기적을 부르는 뇌 - 노먼 도이지

by 릴라~ 2009. 7. 22.
기적을 부르는 뇌
카테고리 과학
지은이 노먼 도이지 (지호,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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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을 단숨에 읽었다. 의학적인 설명을 사례와 더불어 스토리텔링하듯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과학에 관한 최신의 연구 성과와 더불어 인간이라는 존재의 심연을 새롭게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인간 존재를 뇌의 작동 면에서 살펴보고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가소성'인데, 뇌의 '가소성'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다. 뇌졸중으로 90퍼센트까지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이나 선천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도 오랜 훈련을 거쳐서 뇌의 기능이 정상에 가깝게 회복된다. 인간의 뇌는 특정 영역이 특정 기능/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한 부분이 손상되면 다른 부분이 그 손상된 부분의 기능을 대체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뇌는 스스로 구조와 기능을 변경할 수 있다.

인간의 뇌가 놀라울 만큼의 유연성을 갖고 환경 변화에 적응하는 성질, 가소성. 그러나 이것이 '모든 것은 가능하다'라는 결론에 이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바로 이 '가소성'이 뇌의 또 다른 측면인 '경직성'을 가져오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습관과 틀에 박힌 사고방식 역시 뇌가 가소적이기 때문에 특정한 환경 속에서 특정한 방식으로 형성된 결과인 것이다.

마흔을 넘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정기에 접어들고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환경의 변화를 꾀하지 않는다. 그 결과 뉴런과 시냅스는 성장을 멈추고 쇠퇴하며 죽음을 맞는다. 저자에 따르면 두뇌의 능력은 나이가 들어도 결코 감소하지 않는다. 다만 변화 없는 환경과 습관이 뇌의 작동 방식을 그런 식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새로운 도전이 있는 한 나이가 들어도 젊을 때와 같은, 아니 그보다 나은 두뇌를 지닐 수 있음을 이 책은 증명하고 있다. 외국어를 배우거나, 전혀 접하지 못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 등이 우리 뇌를 얼마나 젊고 건강하게 만드는지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결국 인간은 '학습'에 의해 형성되는 존재다. 우리가 받은 모든 유전자가 그대로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의 발현과 상호연결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환경과 문화이다. 그런 맥락에서 저자는 포르노를 문제삼고 있다. 과거의 하드코어가 지금은 소프트코어의 수준이 되었으며, 과거의 소프트코어물을 지금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접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는 것이다. 즉 포르노는 인간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새로운 학습 효과로 새로운 종류의 인간을 형성하고 길들인다는 것.

서구의 많은 젊은이들이 사람에게서 욕망을 느끼지 않고 포르노물에 더욱 강력하게 반응하는데, 이것은 장기적으로 인간을 더욱 불만족스런 상태에 처하게 한다. 왜냐하면 흥분과 만족은 다르며, 포르노는 사람을 흥분시키지만, 만족/성취의 차원에서 우러나는 기쁨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포르노는 사랑=폭력을 등가시키기 때문에, 포르노에 중독된 사람들은 폭력이 개입되지 않은 편안하고 인간적인 사랑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뇌의 학습 능력이 놀랍기 때문에 저자는, 어린 시절 잘못된 방식으로 연결된 두뇌 구조를 변경하기 위한 '탈학습'의 중요성도 아울러 이야기한다. 매저키스트들 중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어린 시절 혹독한 병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들의 신경 회로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고통을 쾌락으로 전환시켜 느끼고자 했고, 그 결과 고통을 통해서 쾌락을 경함하는 구조가 만들어졌고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뇌의 가소성의 부정적 결과이다.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탈학습과 새로운 학습의 과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뇌의 가소성이 지닌 양면성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뇌의 가소성이 지닌 빛과 그림자를 이해할 때, 우리는 인간 존재를 단선적으로 파악하는 방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은 가능하다'와 '모든 것은 결정되었다'는 둘 다 틀렸다. 둘 다 인간을 역사 속에서 형성되어가는 존재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는 시간 속에서 이루어진 역사적 경험을 과소평가하고, 후자는 미래로 열린 시간을 배제하고 과거의 역사적 경험에 짓눌려 있는 형국이다. 인간의 유연성과 경직성이 모두 가소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인간의 변화가능성/완성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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