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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시와 소설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by 릴라~ 2011. 2. 21.


천개의찬란한태양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할레드 호세이니 (현대문학,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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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쉽게 읽히면서도 근래 보기 드문 장중함이 있는 소설이었다. 마리암과 라일라, 두 아프간 여인의 눈물겹도록 슬픈 삶의 조각조각들을 통해 아프간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다.

시종일관 담백한 묘사, 담담하면서도 힘이 있는 문체, 그 속에서 은은하지만 끈질기게 배어나오는 휴머니즘이 감동적이었다. 소설은 이슬람 근본주의와 가부장제의 결합이 얼마나 여인의 삶에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가감없이 그려내고 있는데, 그 처절한 삶의 와중에서도 사랑과 인간다움을 살아내는 여인들이 있었다. 삶은 그들에게 너무나 가혹했지만 그들은 그 속에서도 일상을 꾸려가고 아이들을 먹이고 씻기고 길러내고 서로에게 벗이자 보호자가 되어 주었다.

저자는 그들의 삶에서 구원의 빛을 발견한다. 아프간의 진정한 희망은 혁명가나 지도자가 아니라 그 수많은 시간 동안 이 세상의 모든 고통을 다 짊어지면서도 삶을 살아내고 버텨낸 그 평범한 여인들의 존재를 통해 구현된다. 마리암의 최후는 너무 슬프고 비극적이지만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과 숭고함을 보여주었고 그것이 이 비극적인 이야기를 깊이 있고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세상은 그녀에게 따뜻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언제나 세상에 따뜻했다.

전쟁 중에 꽃핀 라일라와 타리크의 사랑, 마리암을 아낀 파이줄라 선생님, 아버지 잘릴의 회한으로 가득찬 편지도 심금을 울린다. 역설적이게도, 비극 속에서 삶이란 과연 무엇이며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랑이 가장 고귀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당분간 이보다 더 좋은 소설은 만나기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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