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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도그 위스퍼러 - 세사르 밀란

by 릴라~ 2012. 3. 25.

 

베르그송은 인간의 사회성을 인간적 속성이 아니라 동물적 속성으로 보았다. 군집을 이루는 것은 동물의 기본적 생존 원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인간과 동물이 갈라지는 지점은 사회성이 아니라 무리를 벗어나 홀로 걸어갈 수 있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는 동물에게 없는 인간의 특징으로 약자를 보살피는 능력을 꼽는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약함은 제거되어야 할 성질에 불과하지만 인간 사회는 그들을 배려하는 연민의 능력을 꾸준히 계발해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드러운 마음은 동물인 개에게는 먹히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도그 위스퍼러'는 미국 최고이 개 심리치료사가 개들의 행동 방식 및 이들을 길들이는 방법을 기술한 책이다. 개들의 눈으로 본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개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리 의식'이다. 개들은 우두머리를 따를 때 편안함을 느낀다. 사람이 개에게 동등한 애정을 베풀 때 개들은 고마워하기는커녕 온갖 말썽을 저지른다. 개들이 사람 대신에 자신이 우두머리가 되려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들이 지닌 '무리의 속성'을 매우 쉽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개에 관한 이러한 통찰은 개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무리를 이루어 사는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을 준다.

나는 개인보다 집단을 우위에 두는 것에 원초적 두려움과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그야말로 정말 오랫동안 '무리'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행동 방식, 무리에 속하고자 하는 욕구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또래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청소년들은 특히 무리 의식이 강한데 내가 원체 개인주의자라서(일에서는 협동을 중요시하나 판단의 최종 근거는 조직이 아니라 개인의 양심이다) 그들의 행동 방식은 이해 불능의 언어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고 비로소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손에 잡힌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떤 교육학 책도 말해주지 않는 중요한 지점을 지적해준다. 

개는 우두머리가 되면 공격성을 보이므로 사람이 개의 우두머리가 되어주어야 한다.  부드럽고 친절한 에너지가 아니라 확고하고 강인한 태도로 대해야 한다. 청소년들 역시 때로 단호하게 행동할 수 있는 리더를 필요로 한다. 부모와 교사가 리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그들은 밖을 떠돌면서 리더를 찾아 방황한다. 생활할 때 규칙과 경계, 한계를 설정해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며,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단호하게 제지해 주어야 한다. 이는 개에게나 사람에게나 똑같이 필요한 일이다.

사람들은 애정이 공격적인 개를 변화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만 개들이 원하는 건 애정보다는 운동과 훈련이다. 저자는 운동, 훈련, 애정의 순서를 반드시 지키라고 당부한다. 사람의 욕구와 개의 욕구는 다르다는 것이다. 개는 애정보다 운동과 리더십을 우선적으로 필요로 한다. 사회에서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이들이 집에서는 긴장을 풀고 개에게 무조건적 애정을 쏟고자 하지만, 그것은 개를 공격적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다. 운동과 훈련을 통해 개가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을 때만 사람이 주는 애정이 가치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개는 사람의 외양이나 언어가 아니라 그가 지닌 에너지의 수준에 반응하므로 주인은 늘 침착하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개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느긋하고 침착하며 언제나 상황을 장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이 더 침착하고 안정적인 사람이 되라는 도전이기도 하다. 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은 주인과 개 모두를 변화시키는 길이며, 저자는 사람과 개가 둘 다 행복할 수 있는 길을 개의 행동 양식과 심리에 기초하여 설득력 있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있다. 행동이 거친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 이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청소년들과 함께 지내는 것 역시 늘 도전이다. 나에게 없는, 혹은 나 자신이 그다지 원하지 않는 그런 종류의 능력들을 계발할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지금의 학교 체제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인간적으로 관계를 맺는 상황보다는 교사 한 명이 30~40명의 학생들을 통솔해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교사의 리더십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하지만 예의바른 범생 축에 속하는 여교사들이 무리의 속성을 강하게 발휘하는 거친 학생들의 행동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

내가 이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한 리더십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나 자신 더 침착하고 안정적인 사람이 될 필요가 있으며 행동의 분명한 선을 그어줄 수 있도록 일관된 삶의 태도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을 향상시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고 타고난 기질과 배치되는 경우는 더 힘들다. 하지만 타자를 만난다는 것은 언제나 그 타자와 함께 변화하는 과업을 피해갈 수 없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른 나이라서 좀 더 노력해볼 참이다. 발도르프 학교의 체험을 기록한 '노래하는 나무'의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인사 정성껏 하기, 하늘 자주 바라보기, 명상을 좀 더 착실하게 하기, 화 덜 내고 다른 사람 칭찬해 주기, 리듬 있는 생활하기, 내 건강을 내가 알아서 챙기기, 다른 사람 이야기를 정성껏 듣기, 바른 자세로 서 있고 바르게 걷기......"  중요한 건 내가 타인에게 전하는 가르침이 아니라 나 자신이 하루를 어떻게 지내고 살아내고 있는가 하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도그위스퍼러인간과개의완전한행복을말하다!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 애완동물
지은이 세사르 밀란 (이다미디어,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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