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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 엄기호

by 릴라~ 2013. 10. 16.

 

지금 이 시점에 꼭 필요한 책이었다. 90년대에 교실붕괴란 말이 등장한 이후 학교교육의 문제에 대한 다양한 담론이 등장했지만 교사들이 처해있는 전방위적인 교육의 현실을 이처럼 정직하게 보여준 책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2013년 지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교사들이 실제로 무엇을 느끼고 겪고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생과의 관계의 단절에서부터 시작해서 학교 시스템의 전산화가 가져온 업무 풍토의 급격한 변화, 교사들간의 관계 및 교무실의 변화, 평가 체제가 도입되면서 교사들이 겪는 내적 어려움과 교사들간의 세대간의 단절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현상은 물론이고 그 현상을 초래한 정치사회적 원인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는다. 마치 누군가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대신 자세히 정리해준 것 같아서 한 시간 동안 정신없이 몰입해서 읽었다. 그리고 나 자신 그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채로 내 가슴에 쌓인 분노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가 시대적 변화 혹은 붕괴를 맞을 무렵에 교직을 시작해서 개인적으로 참으로 갈등이 많았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신규교사라서 모든 게 서툴고 적응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지금과 비교하면 수업에 열심히 몰입하면서 개인적 만족과 주위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그 전의 내 고민이 사치스러운 것이라 여겨질 만큼 학교현장이 많이 변했다. 모든 게 실적 위주, 평가 위주로 체제가 전환되면서 개인적으로 좋아서 해온 자발적인 활동이 존립 근거를 잃고 점수에 유리한 것이 아니면 직장에서 인정을 받기 어려운 풍토로 변했다.

 

원래 학교의 노동의 성격 자체가 수업 뿐 아니라 학생 돌봄, 상담, 전화, 각종 시험과 대회, 교육청이 요구하는 잡다한 보고  등 온갖 것들이 다 섞여 잇어서 정신 없고 산만한데, 평가 체제의 강화는 이 산만성을 더 심화시켜서 노동의 파편화 뿐 아니라 학생과 교사, 교사들 사이의 관계의 파편화를 가져오고 있다. 개인의 인격성에서 우러난 만남과 대화가 실종되고 수업하는 기계, 점수 주는 기계, 관리/통제하는 기계가 되어가는 것이다. 노동으로부터의 소외, 관계로부터의 소외, 그리고 제도로부터의 소외.

 

그렇다면 현상의 본질을 이처럼 잘 이해하고 있는 저자는 어떤 해법을 제시할까.  교육의 본질을 낯섬 즉 타자와의 만남을 통해 자기를 새롭게 구성해나가는 것으로 이해하는 저자는 교사들이 서로 만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처한 현실이 개인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는 시대적인 것이라고. 학교는 이미 망했고 폐허가 되었지만 교사와 학생은 여전히 존재하므로 이 인식 위에서 서로 다른 배경과 가치관을 지닌 교사들이 서로 대화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저자가 내놓은 답이 나이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기댈 수 있는 것은 결국 함께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서로가 기댈 수 있는 문화를 회복하는 것이 이 시대에 가장 시급한 일인 듯 싶다.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저자
엄기호 지음
출판사
따비 | 2013-09-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학교의 진실 “꼰대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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