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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교육 관련

꿈꾸는 국어 수업 - 송승훈

by 릴라~ 2010. 12. 11.

꿈꾸는국어수업고딩들의저자인터뷰도전기
카테고리 인문 > 교육학 > 교육에세이
지은이 송승훈 (양철북,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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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와 친분까지는 아니지만 안면이 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을 비롯해 교육청 연수 강사로 전국을 다니는 분이라 한 번쯤은 이 선생님의 강의를 들어본 이가 많으리라. '열심히'라는 말이 부족할 만큼 열정적으로 사는 선생님이다. 처음엔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저자와 나의 굉장한 차이를 알고는 포기했다. 이 분은 사람들의 힘과 뜻을 모아 함께 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인데, 나는 개인적 자유에 훨씬 많은 가치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 분이 삼년 전 내가 학교일로 고민하고 있을 때 힘내라고 사과 한 상자를 울 학교로 보내준 적이 있는지라 참 따뜻한 선생님으로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이 책은 고등학생들이 수업 시간의 과제로 책의 저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권이라 가능한 일이겠지만, 학생들 몇이 함께 책을 읽고 저자와 연락을 시도하고 만남을 준비하고 인터뷰 내용을 보고서로 기록하기까지의 과정을 읽노라면 학생들의 생생한 삶의 고민과 함께 십대들에게 들려주는 저자의 삶의 이야기가 재미나게 읽힌다. 학생들이 만난 이는 만화가, 건축가, 페미니스트 등 실로 다양하다. 저자들은 십대들이 자신의 책을 읽었다는 사실에 감동해서 학생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고 있었다.

내가 이 책에서 건진 가장 소중한 한 마디는 머리말에 있었다. 학생들이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세상이 자신들을 소중하게 대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세상 한복판에서, 외로움과 경멸과 차가운 조소가 아닌, 세상이 자신을 소중하게 대접해줌을 몸소 체험했다는 것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경험이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가슴이 따뜻하고 관대한 사람들을 키워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가장 부족한 것도 바로 그와 같은 '존중'이지 싶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따스하게 바라보는 태도. 돈이 없다고, 공부 못 한다고, 못 생겼다고, 어리다고, 늙었다고, 소수자라고, 빽이 없다고, 학벌이 낮다고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으로서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 그건 문화의 힘이다. 훌륭한 사회란 그런 존중이 일상화된, 자연스럽게 모든 이의 몸에 밴 문화를 이룩한 사회일 것이다. 우리 사회의 자살률이 높고 사람들이 살 맛을 잃는 이유도 이 세상에서 충분히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나는 사랑보다도 존중이 더 근본적이고 위대한 가치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많은 경우 자기식으로 상대를 해석하는 폭력이 개입되기도 하지만, 존중에는 상대를 향한 진정한 배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부모와 형제, 친구와 연인, 직장 동료와 상사, 이 사회와 세상으로부터 우리가 바라는 일차적인 것도 사랑보다는 존중이 아닐까. 존중은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상대의 소리를 겸허하게 듣는 것이므로 사랑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으로부터 존중받고 싶은 만큼 우리가 먼저 이 세상을 존중해야 하리라.

3학년말, 시험은 다 끝났고, 교실은 무너지고 있고, 내 입에선 날마다 독한 말들이 여과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 역시 더도 덜도 아닌 딱 한국의 보통인의 수준인지라, 머리로만 알 뿐 존중의 철학이 내 몸과 삶에 배어 있지 않다. 나는 과연 내가 만나는 이들을 우리가 지닌 차이에 구애됨이 없이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가. 내 삶의 자리에서 가장 아프게 돌아보고 계속해서 실천해야 할 것들이 '존중', '관용' 이런 것임을, 올 한 해 내게 가장 부족했던 것도 그런 것이었음을 이 연말에 깨닫는다. 이 가치들을 다가오는 새해의 화두로 삼고 지속적으로 살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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