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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소설, 시

감정에서 멈추는 문학... (바깥은 여름 / 김애란)

by 릴라~ 2026. 4. 6.

 

김애란 소설을 읽다가 속터져 죽는 줄 알았다.

최근 나오는 한국소설 작품들을 거의 못 읽어서 트렌드는 좀 따라가보려고

가장 유명한 김애란부터 집어들었는데...

 

장편은 몇 년 전부터 시도했으나 이번에도 재미가 없어서

몇 장 넘기다가 결국 포기...

단편집 '바깥은 여름'으로 넘어갔는데

요 책은 단숨에 다 읽었다.

필력 하나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한 문장, 한 장면, 한 감정이 바로 심장을 찌르는 소설.

 

그런데, 아픔과 먹먹함이 온통 가슴을 다 채워버려서

감옥에 갇힌 듯 옴짝달짝 못하는 기분이었다. 

질문이나 사유로 독자를 개방시키지 못하고

작가가 촘촘하게 짜놓은 감정의 감옥에 독자를 가둬두는 느낌. 

다 읽고나서 그래서 어쩌란 말이야, 라고 항변하게 되는 느낌. 

 

바깥은 여름,,의 모든 단편은 '평범한 부조리'를 다룬다. 

인간이 누구나 겪는 죽음과 상실, 그에서 비롯되는 트라우마들. 

우리 바로 곁에 있으나 그냥 지나쳐갔던

많은 이들이 경험한,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바로 그 상처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전쟁, 혁명,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가족 관계의 어긋남, 사소한 일상의 붕괴,

누구나 겪는 그런 고통을 다룬다. 

그래서 독자는 내 이야기다, 라고 느낄 것 같다.

그것이 김애란이 그토록 호응을 얻는 이유일 것이다. 

 

김애란은 어떤 섣부른 해답도 위로도 제시하지 않는다. 

의미를 전해주지 않는다. 그냥 보여준다. 

아마도 김애란 작가는 그것이 문학의 역할이라 생각했을지도.

그렇게 판단하지 않고,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을 하는 것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런데 나는 김애란이 만든 감정의 감옥이 내내 답답했다. 

왜냐하면 그 이야기들이 삶의 어떤 더 깊은 곳으로

나를 데려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처 속에 가두어둘 뿐. 

 

섣부른 희망을 말하라는 게 아니다. 

그런 상실과 어긋남에 대한 작가의 태도가 보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태도든. 비관이든 낙관이든 포기든 냉소든. 

그 태도가 독자에게 질문을 낳는다.

김애란의 소설은 질문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열린 결말이지만 감정적으로는 닫혀버리기 때문이다.

오히려 결말을 짓는 것이 독자에게 더 많은 질문을 허락하는 것 같다. 

 

소설이 다른 지식 독서와 다른 이유는 

그것 자체가 하나의 경험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건과 감정을 경험하게 하는 것.

내가 생각하는 좋은 소설은 언제나 나를 흔들어서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힘이 있었다. 

 

카프카의 주인공들은 갇혀 있지만 

그들을 갇히게 하는 보편적인 구조에 대한 통찰로 이어지기에

김애란 소설보다 힘이 있게 느껴지고 또 질문을 발생시킨다.

김애란 작품을 읽고나면 어떤 질문도 생기지 않고

그저 상처 앞에 망연자실하게 되는 느낌. 

너무 생활밀착형 소재라서 그럴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김애란 소설이 요즘 왜 이렇게 인기가 있나 생각해보면

요즘 사람들은 감정을 정확하게 보여주기를 원하는 것 같다. 

즉 문학을 통해 자신이 이해 받기를 원하는 것 같다. 

 

내 경우는 나의 감정이나 삶이 이해 받기보다는

나를 설명해줄 언어를 찾기보다는

삶과 세상 그 자체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결론.

나는 상처를 넘어서는 문학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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