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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영화, 드라마102

파묘, 그 중의성... 올해 영화를 딱 두 편밖에 못 봤네. 서울의 봄이랑 파묘. 오컬트류나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파묘는 볼 생각도 안 했는데 언론에서 유명해지니 모친께서 꼭 보고 싶다 하셔서 모시고 가서 관람했다. 기대보다 훨씬 재미있었고, 직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 그 겹겹의 비밀을 파헤쳐가는 과정에 매혹되었다. 파묘는 단지 묘를 파는 행위가 아니다. 묘를 파면서 과거를 다시 파헤치는 행위다. 그 과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현재에 깊은 영향을 주고 있고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인공들은 파묘하고 알지 못했던 과거의 지층 속으로 한 발 한 발 걸어들어간다. 그 과거는 식민지 시대와 연결되고, 결코 죽일 수 없는 일본 요괴 오니처럼 우리의 현재에 깊은 어둠을 드리우며 현재를.. 2024. 4. 20.
'서울의 봄' _ 영화인들을 존경하게 된 영화 결말을 다 아는 역사적 사건이라서 볼까, 말까 했다. 결론. 대단한 영화다. 물론 12.12 반란 사태는 다 안다. 하지만 내가 잘 몰랐던 것들이 있다. 비록 소수지만 그것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사람들. 그들이 얼마나 애썼는가, 그 숨막히는 9시간을 지켜보노라니 너무 안타까워 저절로 눈물이 났다. 정의로운 이들은 결국 기회주의자들과의 싸움에서 지고 만다. 하지만 이 영화는 허무나 패배의 감정을 남기지 않는다. 그것이 이 영화의 뛰어난 점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주인공들을 보며 그 몇 명이 시대를 떠받치고 역사를 구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장은 악이 승리했지만, 끝까지 저항한 이들의 존재가 역사의 긴 어둠을 빛으로 바꾸어내었다. 그 역할을 절절히 표현해낸 배우가 정우성이다. 이 영화를 보며.. 2023. 12. 11.
[왓챠] 어바웃 타임 _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로맨스 영화인 줄 알았는데 아니다. 인생 전반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지금 이 순간도 흘러가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에 대한 서사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내 삶의 어떤 부분을 고치고 싶을까. 주인공 데이먼은 과거에 다녀올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녔다. 21살에 이 비밀을 아버지로부터 알게 된 주인공은 처음이라 실수하고 실패하는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 그 순간을 다시 살고, 실수를 교정하고, 사랑을 얻는다. 실수할 때마다 다시 돌아가 자신의 오류를 수정한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더이상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돌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음미하면서 산다. 그가 성숙했기 때문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다른 사람보다 많은 시간을 살 수 있었고, '.. 2023. 9. 2.
[왓챠] 봉오동 전투 _ 홍범도 장군을 기억하며 직업 : 의병 신분 : 농사 목적과 희망 : 고려 독립 며칠 전 뉴스에서 본 내용이다. 홍범도 장군이 1922년 소련 입국 때 작성한 문서. 직업 의병, 목적과 희망 고려 독립, 단 몇 글자지만 홍범도 장군의 생애와 신념을 압축해 보여준다. 사상과 종교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것은 한 시대의 유행을 따른다. 조선 시대엔 유교적 관념이 지배적이었고 20세기 초반엔 유럽 뿐 아니라 약소국을 중심으로 공산주의 사상이 대유행을 했다. 지금이 무슨 중세 마녀사냥도 아니고 21세기 개명천지에 한 인물의 고귀한 생애를 어떤 사상이 있네 마네 폄훼할까. 베트남의 호치민이 공산주의자여서 나쁜 넘인가. 그는 위대한 인물이다. 세종대왕을 유교적 이념에 철저했다고 비판할 것인가. 게다가 홍범도 장군은 공산주의자도 아니었다. 나.. 2023. 9. 1.
[넷플] 더 데이즈 __ 후쿠시마 원전 사고, 그 직후 2011년 봄날을 기억한다. 3월, 개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기억이 더 또렷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뉴스를 볼 때의 느낌은 마치 세상의 종말에 다다른 듯한 그런 기묘한 느낌이었다. 9.11 테러처럼. 너무 엄청난 사건이라 영화 같이 다가오고 실감이 나지 않았던... 그리고 2023년 8월, 일본 정부는 태평양 바다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앞으로 장장 30년이나 그 물을 바다에 버릴 거란다. 사고 이후 12년 동안 일본 정부는 더 좋은 해결안이 있음에도 그 길을 모색하지 않고,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결론은 이미 사건 직후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태도에서 예상 가능한 것이기도 했다. 드라마 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그것의 수습 과정을 다룬 8.. 2023. 8. 26.
[왓챠] 위플래쉬 __ 순수한 열정일까, 아집에 찬 폭력일까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뉴욕 최고 음악학교의 교수 플랫처, 실력이야 최고지만 그의 교수법은 무지막지하고 가혹하다. 저러다가 정신병원에 실려가겠다 싶을 정도로 학생들에게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는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참는 이유는 그에게 실력을 인정 받아야 예술가로서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으로 밥 먹고 살려면 최고의 연주자가 되어야 한다. 많은 학생들이 '최고'를 원하는 플랫처의 기대에 못 미치고 그의 '분노 조절 장애'는 오늘도 계속된다. 신입생 네이먼은 드러머의 꿈을 가지고 있다. 플랫처의 눈에 띄어 그가 지도하는 교내악단에 합류한다. 가정사까지 함부로 까발리는 그의 독설을 참아내는 이유는 네이먼 또한 최고의 연주자가 되어 성공하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인 드러머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 2023. 8. 19.
[넷플] 그녀가 말했다 __ 뉴욕타임즈의 두 기자들 평소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다. 제일 큰 이유는 시간이 없어서이고 스토리를 질질 끄는 것을 끝까지 볼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영화는 젊을 때는 꽤 좋아했는데, 역시 같은 이유로 점점 멀어진 지 오래다. 책은 몇 십 쪽씩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영화는 죽 이어봐야 하니 영화 볼 몇 시간을 못 낼 때가 많다. 또한 요즘 늘 스마트폰을 끼고 살다보니 영상 매체가 휴식보다는 또다른 소음으로 다가온다. 오히려 검은 글자만 있는 책이 감각적 자극으로부터 진정한 휴식을 제공해주는 느낌이다. 영상 때문에 책을 안 보는 시대지만 영상이 아닌 책만이 줄 수 있는 무언가가 내게는 점점 절실한 무엇으로 다가온다. 영상보다는 내게 글자가 진정한 휴식이 된다. 한 달에 많아야 한 편 보는 영화는 그래서 신중하게 선.. 2023. 6. 5.
[넷플] 최근 본 한국 영화 세 편 _ 강철비2, 이웃사촌,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영화 '헌트' 보려고 아주 오랜만에 넷플릭스에 재가입. 이후 시간이 없어 본 영화는 몇 편 되지 않지만 가끔 한 편씩 보는 재미가 있다. '헌트' 이후로 세 편을 더 보았다. 먼저 '강철비2'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북, 미, 일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잠투함 전투신은 박진감 넘치는데 다만 외교 삼각 관계에 대한 고찰이 대중에게 좀 어렵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이 외교 삼각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밀당이라고는 모르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걸 모르는, 그저 미국에 퍼주기만 하는(이쯤 되면 동맹이 아니라 사실상 종속임) 현 대통령의 행태를 보면, 더욱 이 외교의 중요성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쯤 개봉했으면 더 좋았을 영화다. 영화의 주제는 '평화협정'.. 2023. 5. 1.
[넷플] 헌트 __ 이정재 감독 대단하다 꼭 개학 전날, 갑자기 영화가 보고 싶은 건 왜지??? 2월 내내 영화 생각도 안 하다가. 고른 영화는 헌트다. 작년 여름 개봉했을 때 보려고 했다가 놓쳤기 때문. 첩보 스릴러 영화지만 보고 나서 이루 말할 수 없이 가슴이 뭉클하고 아리다. 80년 광주를 둘러싼 한국 현대사의 짙은 그늘과 해방 후 내내 이어진 분단의 아픔, 간첩단 사건, 권력 유지를 위한 그 모든 폭력들... 이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두 주인공이 각자의 목적을 향해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이처럼 강렬하게 전달하다니... 이정재 감독이 이처럼 시대적 감각은 물론 긴장감, 생각도 못한 반전, 정신없이 몰아치는 스토리 속에 액션을 녹여넣는 어려운 일을 성공적으로 해낼 줄은 몰랐다. 배우들의 연기는 모두 훌륭하고 카메오들이 탑급.. 2023. 3. 1.
[넷플] 그해 우리는 난 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해서 끝까지 본 게 몇 편 안 된다. 결말이 안 궁금해져서 보다가 만 게 대부분. 오랜만에 끝까지 봤다. '그해 우리는' 물론 두 주인공의 사랑이 이루어지고나선 좀 빨리 돌려보긴 했지만. 넘 풋풋하고 상큼하고 아름다운 드라마다. 전교 꼴찌와 전교 일등의 만남도 재미있지만 그들이 자란 후 10년 뒤의 모습도 흥미진진했다. 무엇보다도 최웅과 국연수 두 주인공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 모두 인간미가 넘친다. 최웅의 부모님, 솔이언니, 국연수 회사 동료들, 최웅 매니저, 친구 김지웅 등 모두가 각각의 상처와 사연을 안고 있으며 그것들 속에서도 따스함을 간직하고 살아나간다. 재벌가나 경쟁사끼리 서로를 공격하기에 여념 없는 막장드라마와 비교불가. 보통 사람들의 삶이 있고 그 삶 각자의 고유한.. 2022. 2. 2.
[왓챠] 작년에 본 최고의 드라마 '체르노빌' 이거 보려고 왓챠에 가입했다. 2주간 무료인데 결국 2주만에 다 못 봐서 한 달 가입 후 탈퇴. 5부작인데 바빠서 그렇게 되었다. '체르노빌'은 작년에 본, 아니 요 몇 년 안에 본 최고의 드라마다. 실화를 기반으로 했는데, 등장인물 설정이 조금 다른 면이 있어 드라마다. 실례로 당시 사태 해결에 참여한 수많은 러시아 과학자들은 울라냐 호뮤크, 라는 한 명의 여성과학자도 대변되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토리는 실화 그대로이며 그래서 실화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나는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엔 체르노빌 원전 폭발을 각고의 노력 끝에 콘크리트로 완전히 덮어서 사고를 무마했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를 보니 그게 아니었다.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과 절차가 오랜 시간 동안 동원되.. 2022. 1. 3.
[넷플] '고요의 바다' 대실망, '지옥'은 괜찮았다 고요의 바다, 대실망. 드라마의 중심은 캐릭터다. 캐릭터가 잘 구현되고 캐릭터가 그 성격에 맞게 대화와 사건을 풀어가야 설득력이 있다. 근데 '고요의 바다'에선 군인인 공유, 과학자인 배두나의 캐릭터가 전혀 설득력 없다. 공유는 군인이기에 군인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고 배두나는 과학자이므로 그에 맞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판단하고 그런 게 전혀 없다. 여성 과학자 캐릭터는 안 보이고, 배두나란 사람만 보인다. 공유 또한 마찬가지. 다른 우주인들도 캐릭터가 안 보인다.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 안 되는 장면 여럿. '월수'라는 소재만 참신하고, 그밖에 스토리 자체가 허점이 너무 많다. 시나리오에 너무 공을 안 들였다. 그레서 난 대실망. '지옥은 내가 좋아하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고 너무 잔인하지만 .. 2022. 1. 3.
[넷플] 모가디슈 / 류승완 감독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를 봤다. 에 이어 류승완 감독의 절제미가 돋보이는 작품. 소말리아가 내전에 휩싸이기 시작한 1991년을 배경으로 목숨을 걸고 현지를 탈출한 한국대사관 직원들의 실화를 살린 영화. 이들의 탈출 스토리가 특별한 이유는 탈출 과정에서 남한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이 협력해서 함께 탈출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실화다. 영화 스케일이 대단하다. 전부 모로코 현지에서 촬영했다 하는데 장면 구성이나 자동차 탈출씬이 대단히 세련되었고 색감도 매력적이다. 김윤석. 허준호. 등의 연기 뿐 아니라(조인성은 살짝 어색) 조연들의 연기도 출중하고 90년대 초반의 분위기도 잘 살렸으며 남북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서로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민족주의라기보다는 휴머니즘적 필치로 보여준다. 이태리 대사관 앞에서 백기를 흔.. 2021. 12. 23.
[넷플] 영화 '승리호'를 보고, 교육의 미래를 생각 넷플릭스에서 '승리호'를 보았다. 올해 개봉한 한국 최초의 SF영화라 한다. 주인공이 악당과 대결하는 스토리는 특별히 개성적인 면이 없었지만, 영화의 배경 설정이 의미심장했다. 영화의 무대는 2092년이다. SF영화의 배경이 대개 그렇듯이 지구는 환경 파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공기가 나쁘고 생명이 살아가기 힘들어지는 지구를 떠나 우주 공간으로 나간다. 대표적인 것이 화성기지 UTS다. 자본과 기술력을 모두 갖춘 기업체가 건설한 UTS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자연이 파괴되기 전의 지구처럼 쾌적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UTS는 일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시민권이 주어진다. 자치국가처럼 독자적인 법규에 따라 운영되며 보통 사람들은 접근할 수 없다. 그래서 UTS에 사는 사람들이 일등시민이라면 지.. 2021. 12. 10.
킹덤 아신전 대실망 킹덤 시즌 1과 2가 매력적이었던 이유는 단지 좀비 때문이 아니다. 권력을 둘러싼 세도가의 암투, 백성을 생각하는 세자, 그를 돕는 의리있는 인물들, 어떻게든 약을 찾으려는 서비의 집념, 이 모든 것이 현대에도 충분한 공감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캐릭터 하나하나도 설득력이 있고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 그런데 아신전은 대체 뭐람? 일단 조선이 여진족 마을을 몰살하도록 사주했다는 대목에서부터 공감대 형성이 전혀 안 되었다. 왜냐하면 조선은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여진족이 나중에 만주족이 됨)이 일으킨 병자호란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상상으로 만들어도 기본적인 역사는 맞춰줘야 공감이 가지, 예컨대 구한말에 우리가 일본열도를 식민지로 삼았다, 이런 이야기에 공감이 가겠는가. 게다가 마을이 몰살되.. 2021.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