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영화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있다. 이 영화가 그랬다.
2009년에 나온 영화라 하는데,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유툽에서 우연히 소개를 보고 넷플에 있길래 봤는데, 참 괜찮다.
조금만 다듬었으면 대작이 될 법도 했는데, 진짜 2프로 아쉬운 영화. 아마 이게 코미디물인지 진지한 영화인지 B급감성 영화인지 영화의 스탠스가 명확하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코미디물이라기엔 너무 묵직하고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고, 그러면서도 뭔가 블랙코미디처럼 빵빵 터지는 순간들이 있고...
영화는 두 김씨의 표류와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카드 대출이 많아 자살 시도를 한 우리의 주인공 김씨는 한강에 뛰어내리지만 한강 중간에 있는 무인도 밤섬에 불시착하면서 스토리가 시작된다. 어찌어찌 밤섬에서 주인공은 생존에 성공해가는데, 강 건너편 아파트에 갇혀 있는 한 여자, 타인과 만나기를 거부하고 몇 년째 방안에 갇힌 또 한 명의 표류민 김씨가 밤섬의 주인공을 관찰하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마무리는 스포여서 생략~
시나리오가 상당히 좋다. 이 세상 속에서 본의 아니게 사회 적응에 실패하고 표류중인 두 남녀의 이야기. 그들의 우연한 마주침과 어색하지 않은, 묵직한 감동을 주는 결말까지... 잘 짜인 시나리오다.
특히 이 영화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을 뇌리에 각인시킨다. 바로 짜파게티.... 밤섬에서 방황하던 주인공은 어느 날 쓰레기에 실려온 짜파게티 스프 하나를 발견하는데, 그 스프가 삶의 희망이 된다. 짜파게티가 너무나 먹고 싶었던 주인공은 욕망에 불타고 면을 만들고야 말겠다는 결심을 하기에 이른다. 짜파게티를 먹겠다는 희망이 그를 살게 하고, 옥수수로 면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는 짜장면을 울면서 시식하는데... 진짜 얼마나 짜장면을 황송하고 감동적으로 먹는지, 보는 사람도 그대로 감정이입되어 찡해지는 순간...
영화를 보고 나서 가까운 중국집에 가서 간짜장을 시켰다. 진짜 평소보다 열 배 더 맛있다. 짜장면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절절하게 깨우쳐주는 영화. 행복은 정말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작디 작은 것들에 있으며, 그런 삶의 작은 순간들이 엄청난 행복이란 걸 깨우쳐주는 영화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눈물 글썽이며 짜장면을 먹던 주인공의 얼굴과 그가 고군분투하는 장면들이 문득문득 떠오른다. 여운이 남는 좋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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