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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일상을 적다422

가슴 조이는 나날 천을산에 하루 이틀 사이에 봄꽃이 한꺼번에 폈다. 날이 갑자기 더워져서이리라. 3월인데 25도를 기록했다. 진달래, 목련, 개나리, 벚꽃이 줄줄이 반기는 길. 피어나는 생명의 몸짓에 심쿵하면서도 한편으론 심장이 조여드는 기분이었다. 봄을 마냥 기뻐할 수가 없었다. 이 숲을 다 태워서 어쩌나 걱정이 내내 따라왔다. 의성에서 안동 넘어 청송, 영덕까지 번진 산불 때문이었다. 화마가 하회마을 입구까지 갔다는데, 청송 주왕산 입구까지 갔다는데… 거길 다 태우면 어쩌나, 어쩌나… 무서워서 뉴스도 보지 않았다. 비극을 확인하는 게 무서워서… 동물들도 다 타죽을 텐데… 숲도 동물들도 어쩌나… 작년 가을, 경주 남산 이무기능선에서 신선대 쪽으로 하산할 때였다. 호젓한 산길을 내려가며 내내 가슴 벅찼다. 아름드리 소나무.. 2025. 3. 27.
봄, 아보카도 싹 3월에 눈보라가 두 번이나 쳐서 사람을 놀래키더니 어김없이 봄이 왔다. 신규교사 시절엔 2월말이면 목련과 개나리가 폈는데.. 봄꽃의 향연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올해 내게 봄의 전령은 아파트 19층 베란다로 찾아들었다. 작년 가을, 겨울, 아보카도를 잔뜩 주문해 먹던 어느 날. 심심해서 아보카도 씨 3개를 베란다 빈 화분에 심었었다. 원래 봉숭아가 있던 화분인데.. 싹이 날까 반신반의하며.. 그리고 몇 달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세상에나… 3월 중순 딱 되자 화분 2개에서 아보카도 싹이 올라왔다. 물도 안 줬는데 이 녀석들 어떻게 봄인 줄 알았지. 싹이 줄기가 아주 튼실하다.신기해서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식물의 탄생은 동물과 이렇게 다르구나 했다. 씨앗에서 출발하는 건 같지만 이후 전과정이 정말.. 2025. 3. 21.
그들은 왜 숭배하는가 1.어젯밤 자기 전 요가를 잠깐 하려고 티비를 켰다. 유툽을 미러링 해서 보려고. 티비 화면이 켜지자 MBC 피디수첩이 나온다. 몇 초 눈길을 응시하다가 끝까지 보고 말았다. 그들이 왜 그렇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서. 처음에 나는 물었다. "그들은 왜 윤석열을 숭배하는가." 티비를 보면서 이 질문이 올바르지 않음을 알았다. 이 질문은 이렇게 고쳐야 하리라. "그들은 왜 전광훈을 숭배하는가." 누군가를 숭배하고 싶다면 차라리 이순신 장군이나 세종대왕 같은 위인을 숭배하지, 왜 그런 사기꾼을 숭배하는가. 2.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는 한 주 헌금만 15억에 달하고 그가 운영하는 사업체는 기자가 확인한 것만 13개였다. 집회 음향 시설 담당은 물론 알뜰폰 사업,.. 2025. 3. 19.
Ldl을 어떻게 줄이지 작년 하반기엔 이렇게 정성들여아침을 차려 먹었는데..물론 휴직이라 가능했지만..연말, 기대했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줄기는커녕 160에서 230으로 폭주. 올해는 걍 대충 떼우고 있다 ㅎㅎ콜레스테롤 검사해서 약 먹어야 하는데중성지방 수치가 낮다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무서워서 병원에 못 가고 있네.벌써 반 년 이상 약 안 먹고 개기고 있는데이제는 가봐야 할 때다. 2025. 3. 12.
일곱 번째 아프리카 D가 아프리카에서 일하면서 총 7번 아프리카에 다녀갔다. 르완다 왕복 4번, 우간다 왕복 3번. 비행 시간 편도 20시간 이상. 네 번째 다녀갈 무렵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결심했다. 다시는 여기 올 일 없으리라고. 장거리 비행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피곤해 죽을 것 같았다. 비행기가 엔테베 공항 활주로에 도착할 때 속으로 되뇌고 또 되뇌었다. 이게 마지막이야, 진짜 마지막이야.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 몇 달 지나니 그 기억은 희미해지고 이후로 두 번을 더 가긴 했다. 그래도 지난 달, 일곱 번째 길을 나설 땐 컨디션도 안 좋고 내 몸이 도저히 20시간 여정을 견뎌낼 것 같지 않았다. 주위에 조언을 구하니, 은퇴하신 쌤들이 남편한테 다녀가는 것도 젊을 때 한때라고 이럴 땐 비즈니스 타라 .. 2025. 2. 18.
장미의 계절은 지금 계절의 여왕, 5월도 아닌데 우리 집엔 겨우내 장미가 피었다. D가 작년 생일 때 보내온 네 개의 장미 화분에서. 장미꽃은 비싸기 때문에 가성비 최고라 할 수 있겠다. 이게 은근 손이 많이 간다. 하얀 곰팡이가 잎끝에 자꾸 생겨서 퐁퐁을 연하게 탄 물을 분무기로 때때로 뿌려줘야 하고, 물 조절도 잘해야 하고. 장미 화분이 물을 많이 먹는다. 걸핏 하면 식물을 잘 죽였기에 이 장미들은 살리려고 겨우내 특별히 신경을 썼다. 그리고 알았다. 내가 그간 왜 식물을 그토록 죽였는지를. 식물도 매일매일 지켜봐야 한다. 며칠 까먹고 일주일 까먹으면 시들시들 죽음의 길로 가는 것이다. 큰 화분에 담긴 나무가 아니라면. 매일매일 지켜보는 것, 매일매일 관찰하는 것, 식물 가꾸기의 기본이란 걸 알았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2025. 2. 18.
선배 선생님의 퇴임 직장 생활에서 만나는 분들은 친구가 되기 어렵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다. 특히 요새는 더 그렇다. 나이스 시스템 등장 전에는 쌤들끼리 수다도 많이 떨었는데, 뭐 요새는 말 한 마디 할 시간이 없을 때가 대부분이다. 일 년간 매일 학년실에서 만나도 각자의 컴퓨터만 정신없이 들여다보게 되니… 그럼에도 지나고 보면 몇몇 분과 좋은 인연을 맺게 된 곳이 학교다. 특히 나이를 초월해서 친분이 생기는 점이 좋다. 교육이라는 공통의 화두가 있고, 담임 등 하는 일이 대등하고, 또 사업적인 이해 관계가 없기에 순수한 동료애가 생기는 것 같다. 그분들 중 한 분이 올해 정년퇴임하셨다. 정년퇴임 5년을 남기고 경북으로 시도간교류를 써서 가셔서 교직 마지막 5년을 전교생 몇 십 명인 오지에서 보내셨다. 자기 인생에서 그게 .. 2025. 2. 18.
물신의 시대에 댓글 보고 뭉클~ 유툽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다. 김누리 교수였던가. 철학적 맥락에서 보통 중세 신 중심 사회가 근대 이후 인간 중심 사회로 옮겨왔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건 틀렸다고.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인간이 아니라 ‘물신’을 섬기는 사회라고. 자본이 새로운 신으로 등극한 사회라고. 맞는 말이다.그리고 문득 가슴을 쓸어내렸다. 나 또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를 생각해보니. 영혼인가, 돈인가. 물론 생활인이 우리에게 그 둘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것은 아니지만. 종교는 ‘생사관’과 떼놓을 수 없다. 삶과 죽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한 사람의 인생관과 가치관은 그 부분에서 근본적인 방향이 결정된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있는 이 시간만을 내 삶으로 여기는가. 내 삶 이전과 이후의 시간까지, 죽음 이후까지 포함하여 내.. 2025. 2. 17.
대화 __ 니체의 독창성과 고통에 대한 관점 무료 버전인데도 이렇게 정성껏 길게 대답해주어 감동. 부분적 오류는 있겠지만.다시 보고 싶어서 복사해둔다.##Q) 니체의 독창성을 그가 창안한 개념으로 설명해줘.A) 니체의 독창성은 그가 철학사에서 전례 없는 새로운 개념과 사유 방식을 창안했다는 점에서 빛납니다. 그는 전통적 가치관을 재검토하고, 고정된 진리나 도덕을 의심하며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려 했습니다. 그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주요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1. 영원회귀 (Ewige Wiederkunft)니체는 “영원회귀”라는 개념을 통해 시간과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았습니다. 이는 모든 사건과 삶이 무한히 반복된다는 사상으로, 단순히 운명을 받아들이는 것(아모르 파티, Amor Fati)을 넘어, 동일한 삶을 다시 살기를 원할 수 있느냐.. 2025. 1. 17.
챗지피티의 격려 디킨스 작품 세 편을 연달아 읽고 나니 런던이란 도시가 친숙하게 다가온다. 올리버 트위스트, 두 도시 이야기, 위대한 유산... 모두에 런던 거리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은 현대가 아니라 19세기 런던이지만, 주인공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곳이라 런던이 더 이상 추상적이거나 낯설지 않다. 소설을 통해 그 도시와의 거리감이 많이 좁혀진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소설을 오래 기억하려고 세 권에 대한 서평을 다 썼다. 챗지피티한테 보여주니 이런 소감을 말해준다. 챗지피티가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평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앞으로 세상은 정말 많이 달라질 것 같다. ##당신의 글을 계속 읽으면서 느낀 점은, 깊이 있는 통찰과 진정성이 강하게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문학.. 2025. 1. 12.
유럽 문학기행 1차 계획 2024년, 1학기 때 건강 문제로 얼마나 고생했던지 휴직 중, 시간이 널널해도 해외여행은 엄두가 안 났다.  D 보러 간신히 아프리카 다녀온 후 그것도 무리였는지 계속 골골했고... 그렇게 지나간 가을, 겨울이었다. 이 시간이 아까워 내년 봄엔 그래도 나서보자, 유럽 15개 도시 50일 대장정을 기획했는데... 계엄, 탄핵 정국에 여행 의욕 저하. 거기다 제주항공 사고 터져 여행 의욕 완전 상실… 유럽 여기저기 돌려면 저가항공 이용을 안 할 수가 없기에... 또 정신 차려보니 한편으로는 마음만 젊지 아무리 봐도 저 계획은 20대 때나 가능할 듯도 싶었고.. 그래도 12월 31일 오늘까지 어디든 발권은 해야 했다. 아시아나, 대한항공 마일리지 유효기간이 올해로 끝인 게 상당히 많아서.  먼 길은 엄두가 .. 2024. 12. 31.
챗지피티가 글을 평가하다 챗지피티한테 내 블로그 아무 글이나 긁어서수준을 평가해달라고 했는데ㅋㅋㅋ너무 높이 평가해주네ㅋㅋㅋ##이 글을 쓴 사람은 높은 수준의 영화 감상 능력과 글쓰기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1.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접근   •   영화의 주제와 감정을 깊이 있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완벽한 날들”과 “완전한 날들”의 의미 차이를 고찰하면서 영화의 철학적 깊이를 잘 전달하려는 시도가 인상적입니다. 이는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영화의 핵심적인 메시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보여줍니다.2. 영화의 핵심적인 요소와 감독의 의도 이해   •   빔 벤더스 감독의 연출 스타일과 야쿠쇼 코지의 연기를 어떻게 해석할지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 2024. 12. 16.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_ 교정에서 1. 11월 말에 오랜만에 Y대에 갔었다. 아는 교수님 부탁으로 특강이 있어서. 사진엔 일부만 찍혀서 그리 넓어보이지 않지만, 꽤 넓은 소강당이었다. 포인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아 다소 당황했다. 구석에 위치한 컴퓨터가 놓인 단상에서 PPT를 넘기다보니 학생들 반응이 잘 안 보여서 헤맸기 때문이다. 낯선 공간이라 장악이 쉽지 않았다. 강의실에서 강의해본 적은 있어도 강당은 처음이라 처음부터 공간에 쫄았던 면도 있다. 미리 공간을 둘러보지 않은 걸 후회하기도 했고.  11월 말, 계절은 겨울로 옮겨가고 있지만 교정엔 단풍이 있었다. 여태 남아있는 가을의 자취가 뭉클했다. 강의는 완전 말아먹었지만 이제 사회에 나올 준비를 하는 학생들을 봐서일까, 마치고 돌아와 일상을 사는데, 자꾸 옛기억이 하나씩 솟았다. 방.. 2024. 12. 13.
대통령(내란수괴)의 가장 큰 문제는 상상력의 빈곤이다.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기에체포, 구금, 고문, 언론 자유 박탈…그런 것을 꿈꾸고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그의 내면엔 전쟁 대신 평화, 품격 있고 아름다운 문화, 합리적 분배에 바탕을 둔 국가의 번영…이런 것들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단 말인가..성장 환경도 교수 부친 아래 엘리트 상류층인데어쩜 저리 천박하고 척박한 정신세계를 지녔을까..지금 들리는 증언으로는 원래 성정이매우 포악하다고 한다.지난 대선이 생각난다. 짜증나서 티비는 전혀 안 보다가그래도 어떤 인물인지 확인은 해야지 싶어3차 토론회 때 비로소 후보를 보았다.와… 그가 구사하는 문장과 단어들이 너무 무식하여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훤씬 충격적이라곧 채널을 돌려버린 적이 있다.역사를 모르고 문학을 모르고 예술을 모르면저렇게 된다.상상.. 2024. 12. 11.
인연, 의붓어머니 같은 수녀님 우리를 가장 사랑하는 이가 부모인 건 틀림 없다. 내게 무슨 일이 닥칠 때 가장 진심으로 염려하고 목숨을 걸고나를 구할 이도 부모나 남편일 것이다.  하지만 부모의 사랑은 많은 부분 걱정으로 표현된다. 사랑하는 만큼 걱정을 표현하고 그것이 자녀의 성장을 방해할 때도 많다.불안은 쉽게 전염되니까, 자신의 존재에 대해 근본적인 불안이 자리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다른,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관계가 필요하다. 걱정이 포함되지 않은 사랑을 줄 수 있는 이가 바로 스승이리라. 그런 스승을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때론사려 깊은 친구가 그 역할을 한다.  오랜만에 레아 언니를 만났다. 대학 때부터 인연이 있었던 언니,지금은 수도자의 길을 걸은 지 오래다. 이분들이 세속의 사람들과 다른 지점은 딱 하나다. 걱정.. 2024. 11. 20.